박영선 원내대표의 ‘탈당’ 언급으로 촉발된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잠적했고, 새정치민주연합 내 계파 및 모임들은 서로 엇갈린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보수‧진보언론 가릴 것 없이 모든 언론이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과 갈등을 비판했다. 박 대표의 탈당 언급에 집단탈당‧제3정당 창당 등 ‘정계개편’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는 양상이다.

다음은 9월 16일자 아침종합신문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리더십‧책임‧반성‧비전…‘전무 야당’>
국민일보 <위기의 제1野黨 뿌리채 ‘흔들’>
동아일보 <치매환자 약값 부담 年 60만~90만 줄어>
서울신문 <혼돈의 野…정계개편 회오리 치나>
세계일보 <분당 위기…벼랑의 제1야당>
조선일보 <탈당 굳혀가는 朴 野재편 불씨 되나>
중앙일보 <견제 없는 금융이 ‘KB 막장’ 불렀다>
한겨레 <연보수 평균 4234만원…안건 찬성 100%>
한국일보 <제1야당의 막장연속극>

박영선 원내대표 잠적…끝없는 야당 내홍

새정치민주연합이 위기에 빠졌다. 박영선 원내대표의 ‘탈당’ 발언이 발단이 됐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4일 밤 CBS와 인터뷰에서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저렇게 물러나라고, 아예 당을 떠나라고 하는 것 같고 나를 죽이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내가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며 “쫓겨나는 것 같아 너무 가슴이 아프다. 탈당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선 원내대표의 ‘탈당’ 언급에 의원들은 ‘진의 파악’에 분주했다. ‘엄포용’이라는 분석과 ‘진짜 탈당할 생각이 있다’ 등 엇갈린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박 대표는 15일 이틀째 핸드폰을 꺼두고 ‘잠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각 계파 및 모임별로 모여 대책을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박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던 10여명의 의원들은 모임을 열고 박 대표의 사퇴, 그리고 불응시 의원총회를 여는 등 공동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세균‧문희상 등 의원 11명은 회동을 가졌지만 박 대표에게 ‘시간을 주자’는 의견과 ‘당장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한편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이찬열 의원은 사퇴반대 성명서를 냈고, 당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 소속 15명은 “박 위원장의 진퇴 여부는 공식 절차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 경향신문 3면
 

이러한 당내 내홍을 두고 언론은 일제히 ‘제1야당의 위기’ ‘막장연속극’ ‘리더십 없는 야당’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경향신문은 “새정치연합이 존폐를 걱정해야 할 만큼 유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며 “리더십, 책임, 반성, 신뢰, 집권 비전 등 국민 지지를 받을 어떤 대안도 없는 ‘전무(全無) 야당’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은 ‘계파갈등’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꼽았다. 경향은 “새정치연합은 계파 갈등의 ‘막장’만 드러냈다”며 “패권적 ‘나눠먹기’ 구도가 때만 되면 등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이번에도 계파 수장들이 나서서 사태를 봉합했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잦은 지도부 교체로 남은 것은 오로지 당내 지분을 둘러싼 다툼 뿐이다. 당 대표보다 계파 수장을 따르는 문화가 당연해졌다”고 밝혔다. 경향은 또한 박 대표가 탈당을 언급하자 “당내 각 계파와 모임은 긴박하게 움직였다”며 계파별로 제각각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박 대표의 탈당으로 집단탈당‧당 해산설까지 나오는데 계파 이익만 따지고 있다고 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은 “이런 혼란의 와중에도 차기 당권을 노리고 있는 각 계파는 비대위원장직을 차지하기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새정치민주연합 재선 의원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중진 의원 중 한 명이 신임 비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일부 계파의 수장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앉히기 위해 해당 인사에 대한 설득 작업을 하고 있다”며 “각 계파 소속 초·재선 의원들에게도 여론 형성에 힘쓰라는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 조선일보 3면
 

한겨레는 박 대표의 탈당 시사 발언을 두고 “당의 기반이 지도부부터 풀뿌리까지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고 있는 새정치연합의 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당대표 탈당’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예고된 현 상황은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위기의 양태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소통 부족과 계파주의의 ‘오작동’ 그리고 ‘민주주의’로 포장된 ‘무제한적 비판’” 등을 꼽았다.

한국일보는 박영선 원내대표의 무책임한 행동을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두 차례 세월호특별법 협상에 실패했던 박 위원장이 탈당까지 거론하며 당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며 “특히 박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영입 과정에서 불거진 진실공방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탈당이라는 극한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벼랑 끝 정치’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박 위원장의 실패는 구조적인 문제”라며 “당내 계파 우선주의, 중도를 용납하지 않는 폐쇄성을 둘러싼 갈등이 이번 사태를 통해 폭발한 것”이라 분석했다. 국민일보는 또한 “내부 갈등을 적절히 조절하지 못하는 무능함도 재현됐다”고 덧붙였다.

박영선의 ‘탈당’, 정계개편으로 이어지나

언론은 박영선 원내대표의 탈당이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점쳤다. 서울신문은 “정계개편은 한동안 야당에 잠재된 선택지 중 하나가 될 공산이 크다”며 “‘수권 능력’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야당 지지자들에게 퍼져가고 있다. 사분오열로 갈라진 현재의 계파 구조로는 입법부의 제1야당으로서의 기능 자체가 어렵다는 목소리도 높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역시 “박 위원장이 탈당을 강행할지 여부는 확정적이지 않지만 실행에 옮길 경우 정치적 파장은 엄청날 전망이다. 새정치연합 분당과 야권발 정계 개편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라고 전했다.

구체적인 시나리오는 박 대표의 탈당이 박 대표를 따르는 ‘온건파’ 의원들의 연쇄 탈당으로 이어지는 ‘제3정당’ 가능성이다. 경향은 “‘안경환·이상돈 카드’로 상징된 외연 확장 실험이 논란 끝에 무산된 여파인 만큼 해묵은 중도층 기반 ‘제3정당’ 가능성이 다시 불거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향은 “박 위원장이 탈당할 경우 당내 중도적 온건파 등 일부의 동반 탈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된다”며 “이 경우 여도 야도 아닌 ‘제3정당’으로 세력화할 수 있다. 주로 이들 그룹은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라고 밝혔다.

   
▲ 동아일보 3면
 

동아일보는 조금 더 상세하게 정계개편설을 보도했다. 동아는 ““당 일각에서는 박 원내대표의 탈당 구상 배후에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전했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중도파 의원들의 동반 탈당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동아는 또한 “‘제3지대 창당설’도 돌고 있다. 6·4 지방선거 대구시장 후보로 나섰다가 석패했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김부겸 전 의원이 중심에 있다”고 전했다. 동아는 “‘장외투쟁 반대’ 서명에 참여한 의원 15명 중 호남 출신이 9명인 것을 근거로 한 ‘호남 신당론’이 돌기도 한다”도 덧붙였다.

하지만 정계개편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서울신문은 “총선이 1년 반 이상 남아 의원들이 탈당이라는 도박을 택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많다”고 보도했다. 한겨레 역시 “정치평론가 가운데 야당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동반 탈당 등 야당발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보지만,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정계개편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겨레는 “새정치연합 의원들 중에 박 위원장을 따라서 탈당할 의원들은 좀처럼 떠올리기 어렵다.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 김현미 전략홍보본부장, 조정식 사무총장 등은 그야말로 당직자일 뿐이지, 박영선 위원장의 정치적 동지들이 아니다”며 “박 위원장 스스로 야권재편 구상에 대해 ‘내가 지금 그런 엄두를 어떻게 내느냐. 쫓겨나는 상황에서 정치적 장래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역시 정계개편 논란에 대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며 2016년에야 총선이 치러지기 때문에 의원들이 섣불리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언론, ‘길 잃은’ 문재인 리더십 비판

이번 사태를 두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일보는 “문재인 상임고문이 이상돈 영입파동처럼 주요 국면마다 당 지도부와 엇박자를 내면서 당을 곤경에 빠뜨리고 본인도 정치적 상처를 입고 있다”며 “큰 정치인으로서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이상돈 교수 영입을 두고 문 의원의 말이 오락가락 바뀐 것,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논의하던 중 문 의원이 단식투쟁에 동참한 것 등을 사례로 들었다. 국민일보는 “당내에서는 문 고문이 책임을 지지 않는 반면 당 최대 계파인 친노계 대주주로 권한만 누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 국민일보 3면
 

서울신문도 “‘문재인식 정치’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며 “당내 최대주주인 친노무현계의 구심점으로 당내 주요 의사결정에 막후 조정 역할을 맡지만, 정작 책임을 지지 않는 모습이 반복된다는 비판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박 위원장과 이상돈 비대위원장 카드를 막후에서 조정한 문재인 의원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 그룹의 좌장이면서 책임은 지지 않고 어정쩡한 리더십으로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나아가 문 의원이 계파 수장으로서 친노 강경파 의원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는 점에서 “장악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평가도 전했다.

외국계 영리병원 무산…실무 검토 없는 졸속 추진

박근혜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첫 외국계 영리병원 설립이 결국 무산됐다. 보건복지부가 외국계 영리병원 1위 후보인 중국계 산얼병원의 제주도 설립을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15일 “외교부 공관의 현지 조사와 제주도가 제출한 사업계획서 보완계획 등을 종합 검토한 결과 산얼병원의 사업계획서를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투자자 부적격, 응급의료체계 미흡, 줄기세포 시술‧관리 어려움 등이 이유다.

복지부와 외교부가 조사한 결과 산얼병원의 모기업 대표자는 구속 중이며 채무관계도 복잡하고, 모기업 산하 회사 두 곳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회사였다. 또한 지난해 10월 제주도 내 다른 병원과 체결한 응급의료체계 공조 관련 양해각서가 최근 해지돼 응급환자 발생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 불법 줄기세포 시술 가능성도 문제였다.

이번 영리병원 무산을 두고 정부의 졸속 추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겨레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7대 유망서비스’의 핵심 과제로 발표된 외국영리병원 승인 건이 투자 적격성 등을 제대로 실무 검토하지 않고 졸속 추진됐음이 드러났다”며 “의료비 인상 등 한국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들 위험이 높은 외국영리병원 설립이 실제로는 관료들의 ‘아니면 말고식 한건주의’ 방식으로 무리하게 추진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 한국일보 1면
 

‘영리병원 추진’에 대한 전혀 엇갈린 해석들도 나온다. 한국일보는 “정부가 영리병원의 실수요와 국내 의료계에 미칠 파장에 대한 면밀한 논의 없이 무작정 유치를 밀어붙인 게 문제”라며 “규제완화에만 목을 맬 것이 아니라 현실성 떨어지는 영리병원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전했다.

우석균 보건의료정책연합 정책위원장은 “정부가 이런 식으로 문턱만 낮추다간 싼얼병원처럼 비급여 항목인 줄기세포 시술에만 매달려 투기적 목적으로 국내 진출을 하려는 질 낮은 병원만 부를 뿐”이라고 지적했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위원장도 “정부는 현실성이 희박한 외국계 영리병원을 유치하려 규제 문턱을 낮춰왔지만 영리병원의 현실성과 적절성이 취약하다는 게 10년간 검증됐기 때문에 백지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정부의 졸속 추진을 비판하면서도 정부가 국내병원의 해외진출을 도와야 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김철중 조선일보 의학전문 기자는 기자수첩 <싼얼병원 實査도 않고 밀어붙인 정부>에서 “승인을 불허한 사유를 보면 정부가 진작에 확인할 수 있었던 내용”이라며 “서비스산업 활성화 방안과 관련된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등이 이 병원을 한 번만이라도 실사 방문했어도, 모기업 대표자의 사기 전력(前歷)을 조금만 찾아봤어도 싼얼병원 건을 공개 석상에서 대통령에게 보고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기자는 이어 “국제 병원에서는 웬만한 경쟁력을 가지고서는 한국에 진출해도 승산이 없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도 이념적 논쟁을 벌여가며 '영리병원'에 조바심을 내는 한국 정부를 의아하게 본다”며 “진정 의료산업 투자 활성화를 원한다면 국내 병원의 경쟁력을 키워 해외 진출을 돕고, 대한민국 브랜드의 제약·의료기기·바이오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싼얼병원 해프닝을 보면서 정부가 옛 프레임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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