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바라는 영화인 동조단식에 함께 한 성결대학교 연극영화학부 학생들이 24시간 동안  광화문 광장에서 리본을 만들고, 서명을 받고, 피켓팅을 하고, 촛불문화제에 참여하면서 느낀 점들을 미디어오늘에 보내왔습니다. <편집자>

1. 성결대학교 연극영화학부 승진용 학생의 기고

지난 봄, 제가 고교시절에 활동하던 동아리 후배의 가슴 아픈 소식으로 안산의 장례식장을 찾았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친구들의 눈물을 보았고, 너무도 젊고 아름다운 한 소녀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는 이곳 광화문에서 그 소녀의 이름이 적힌 노란 우산을 보았습니다. 사진 속에 있는 그 우산에는, 친구들의 이름과 함께 '영원히 기다릴게'라는 글귀를 써놓고 앞을 바라보고 있는 소녀가 있었습니다. 굉장히 시린 무언가가 가슴 한구석을 파고드는 기분이었습니다. 정말 나는, 세월호를 잊지 않고 있었을까?

이곳 광화문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을 때, 제가 상상하고 있던 것보다 작은 규모의 천막을 보았습니다. 천막 아래 앉아 리본을 만드는 작업을 함께 하는 동안, 지나다니면서 저희를 바라보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힘 내세요!"라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부터 건너편에서 초코바와 먹거리를 보란 듯이 먹어치우는 '일베'들이며, 우리를 '종북좌파'라며 비난하는 사람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녁에 이어진 촛불집회에서는 수많은 진심들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이겨낼 수 있다며 서로를 응원했고, 촛불을 들고 함께 기원했습니다.

그 자리에 함께 하신 유가족분의 말씀에서 진심으로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웃으면서 끝까지 싸웁시다!"

정말 솔직한 말로, 저는 그동안 가슴 아픈 세월을 잊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SNS에 '좋아요' 하나로 진심을 다하고 있다고 믿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저는 이곳에서 다시 한 번 진심을 다질 수 있었고, 세상에서 가장 힘찬 웃음을 얻어갈 수 있었습니다.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가슴 속에 새긴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불을 지피겠습니다!

 

   
 
 

2. 성결대학교 연극영화학부 정성원 학생의 기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광화문 동조단식에 24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참여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단식에 같이 참여하거나 광장을 지나다니면서 응원해주는 시민들, 그리고 여러 관계자 분들, 정말 그들이 있기에 아직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단식이 진행될 것이다 정말 힘이 넘치는 것 같다.

그런데 광화문 광장에는 '세월호 특별법'에 반대하는 분들도 단식농성장 바로 맞은편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바른 근거나 정의로운 목소리가 아닌, 단지 농성하고 계신 분들을 '나라를 망치게 해버리는 좌파, 저 사람들 때문에 이 나라가 침몰한다'며 모욕하고 있다. 정말 가만히 지켜보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날뛰어도, 우리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시민들이 더욱 많기 때문에 든든하다. 

한번쯤은 생각해보라. 입장을 바꿔서.

좀 더 생각해보고 좀 더 다가가보면 느껴지지 않을까? 그분들의 마음을 정말 느끼도록 노력해본다면 세월호, 그냥 넘길 수 없는 문제이다. 정말 진상규명을 위해! 그리고 앞으로 이러한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분들이 노력해서 보다 정확하게 보다 명확하게 보다 확실하게 진상규명이 이루어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3. 성결대학교 연극영화학부 박근주 학생의 기고

점점 우리의 기억 속에서 멀어지는 세월호.

누군가에게는 부모님이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식들이었지만, 갑작스레 먼저 떠난 슬픔으로 가슴에 멍이 든 유가족분들. 그분들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나누기 위해 참여한 단식 릴레이.

2014년 봄은 저에게 유난히 힘들고 정신없는 나날들이었습니다.

3월 19일. 갑작스레 아버지가 가족들을 남겨놓고 먼저 하늘로 가셨습니다. 처음엔 너무나도 믿기 힘든, 당황스러운 소식이었습니다. 영화과 졸업을 앞둔 저는 세 달 동안 집에 있던 시간이 2주도 채 되지 않았고, 졸업 작품을 준비하느라 아버지를 일주일 정도 못 본 상태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아버지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의 웃는 모습이 어땠는지, 일하시는 모습이 어땠는지,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눈빛이 어떠했는지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기억할 수 있는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어영부영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4월 16일, 세월호 사건을 뉴스에서 처음 보도할 때, 전부 구조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정말 눈물을 흘리며 미역국을 입에 넣었습니다. 25번째 제 생일날, 아버지 없는 첫 생일. 아버지를 잃을 슬픔에, 그리고 세월호 사건을 듣고 그분들에게 몰려올 슬픔이 무엇인지 알기에... 정말 식탁에 앉아 펑펑 울었습니다.

그후 세월호 관련 집회들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그 방법조차 모르고 선뜻 찾아 나설 용기가 나지 않아 주춤하고 있을 때, 성결대학교 류훈 교수님께서 영화인 동조단식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정말 기뻤습니다. 같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동참을 결심하고 광화문 광장으로 나선 날 아침, 너무 두근거리고 가슴 속에 무언가 벅차오르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그리고 들뜬 마음으로 찾은 광화문은 너무 밝아 보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직 잊지 않으셨구나, 이 분들의 노력이 정말 대단하구나......

그리고 그 분들을 보며 비록 하루지만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결심과 함께 시작한 단식릴레이. 시작은 순탄했지만 오후가 되니 주변이 시끄러워졌습니다. 뭐지? 라는 생각과 함께 주변을 둘러보니 일간베스트 회원들이 그들의 모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괜스레 제가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속으로 ‘아,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건 그들을 막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제가 현재 할 수 있는 일을 집중해서 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고 같이 간 동료들과 열심히 리본도 만들고, 서명도 받고, 피켓팅도 했습니다.

그렇게 단식릴레이에 참여하고 있을 무렵, 유민 아버님께서 단식을 끝내셨다며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한결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리고 영화인 천막에 간간히 찾아주시는 유가족분들. 아무렇지 않게 그분들을 올려다 보려했는데, 막상 눈이 마주치자 울컥하는 마음에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습니다.

아버지의 목에 걸린 딸의 학생증. 그리고 저희를 보며 웃으시는 그 아버지의 얼굴에서 제 아버지의 얼굴이 보이는 순간...... 울면 안 되겠다는 마음에 고개를 숙이고 가실 때까지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그 아버지의 뒷모습은 너무나 슬퍼보였습니다. 그리고 먼저 하늘로 간 아버지가 간절히 보고 싶었습니다.

자식을 먼저 보낸 아버지와 너무도 일찍 아버지를 보낸 아들. 그분들을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은 마음에 목까지 차오른 단어를 누르고 멍하니 뒷모습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그래서 너무나 후회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다음번에 찾아뵐 때는 꼭 그분들께 찾아가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보고 싶습니다.

 

   
 
 

4. 성결대학교 연극영화학부 최재원 학생의 기고

처음엔 세월로 참사 뉴스기사만 보면서 안타까워하고, 단원고 학생들이 살아 돌아오길 마음속으로만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당국의 안일한 대처로 모든 아이들이 바닷가 깊은 곳에서 추위에 벌벌 떨며 죽어간 모습을 지켜보고, 국민을 위해서 존재해야만 하는 정부가 죽어간 아이들과 유가족들에게 대하는 모습을 보니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 영화감독이자 대학교 스승이신 류훈 교수님에게서 세월호 영화인 단식릴레이 대한 얘기를 듣고 꼭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광화문에 오게 되었습니다. 오자마자 광장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상영되는 유가족분들의 영상을 보면서 감정이입이 되어 더욱더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단식하면서 리본을 만드는 도중, 유민아버지께서 퇴원하시고 광화문 광장에 들어오며 밝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너무나 반갑고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반면 화도 치밀어 올랐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유민 아빠가 쓰러져가는 건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고, 다른 행사에 참여하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 나라에 배신감을 느끼고 쓰러져가는 유가족들 손 한번 잡아주지 않는다는 게, 과연 우리가 믿고 살아온 이 나라의 국가원수가 보이는 모습이라니? 사람사는 세상을 바랐고, 국가는 국민이라고 하셨던 한 분이 눈물 나게 떠오르던 날이었습니다.

기사로만 접하던 일베 회원들이 세월호 단식자들 옆에서 벌이는 몰상식한 모습들, 세월호 단식자들과 유가족에게 ‘종북세력이다, 물러가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과연 감정을 가진 사람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누리당과 대통령에게 반하는 행동들을 다 싸잡아 빨갱이라고 욕하는 그런 인간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냥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 버리기로 마음먹고 세월호 특별법의 내용을 제대로 알리고, 서명으로 마음을 모으는 분들을 위한 노란 리본을 집중해서 만들었습니다.

지금 세월호 뿐만 아니라 국민을 호구로 보고 말로만 민생을 떠들며 실제로는 담뱃값부터 주민세, 자동차세까지 하나둘씩 올리고 있는 정부입니다. 그냥 지켜보지만 말고, 국민들 모두 하나가 되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정부에게 국민의 무서움을 보여주기 위해 다 같이 일어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이 곧 나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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