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담배값 인상에 이어 지방세도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서민부담을 가중시키는 세금만 올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방침은 여러 차례 “증세는 없다”고 말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과도 어긋나는 것이다. 하지만 몇몇 언론은 이러한 사실을 언급하는 대신 정부의 방침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급급했다.

정부는 지난 11일 경제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담배값을 현행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내세운 인상 이유는 흡연율을 낮춰 국민건강을 증진시키겠다는 것이지만 진짜 이유는 ‘세수 확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담배값 인상안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지방세 개편 방안도 나왔다. 안전행정부가 12일 주민세와 자동차세 등 지방세를 2~3년에 걸쳐 두 배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 정부는 전국 평균 4620원인 주민세를 2년에 걸쳐 두 배인 1만 원 이상으로 올리고, 자동차세는 3년에 걸쳐 두 배 이상 인상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방안이 발표되자 각계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증세는 없다“며 ‘증세없는 복지’를 외치던 박근혜 정부가 말을 바꿨다는 점, 그리고 설사 세금 인상이 불가피하더라도 부자증세 없이 서민들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세금만 골라 인상했다는 점 때문이다.

관련 기사 : <서민주머니 털어 나랏돈 채우겠다는 담뱃값 인상>

   
▲ 9월 11일자 SBS 8뉴스 갈무리
 

하지만 몇몇 언론은 정부의 세금 인상을 두고 이러한 비판을 전하지 않았다. MBC 뉴스데스크 9월 11일 톱뉴스에서 정부의 담배값 인상 방침을 전한 뒤, 두 번째 꼭지 <10년 만의 담뱃값 인상…흡연율 얼마나 떨어질까?>에서 ‘흡연율’이라는 관점에서 담배값 인상을 분석했다. 다음 꼭지에서는 ‘증세’에 대해 언급했지만, “물가 충격과 증세 논란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며 국회통과 과정에서 벌어질 ‘여야 갈등’ 정도로 다루는 데 그쳤다.

KBS도 비슷했다. 11일 KBS 뉴스9는 톱뉴스에서 담배값 인상 방침을 전하고, 3번째 꼭지 <벌써 담배 ‘사재기’…흡연율 낮아질까?>에서 ‘흡연율’의 관점에서 담배값 인상을 분석했다. 2번째 꼭지 <“부담금 흡연자 위해 써야”…여야, ‘인상안’ 마찰>에서는 ‘증세’ 논란을 다뤘으나 ‘여야 갈등’ 정도로 다루는 데 그쳤다. 같은 날 SBS 8뉴스가 <담뱃값 2천 원 인상, 세금 2조 8천억 더 걷힌다>에서 서민층의 조세 부담 증가에 대해 언급하면서 KBS나 MBC보다 ‘심도’ 있는 비판을 가했다.

지 방세 인상 관련 보도에도 비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12일 MBC 뉴스데스크는 5번째 꼭지 <추석 끝나자 증세대책 줄줄이 발표…주민세·영업용 자동차세도 인상>에서 관련 소식을 전했는데, 정부의 방안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데 그쳤다.  

조 선일보는 9월 13일 1면과 10면에 지방세 인상 관련 기사를 실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정부는 연간 3조원에 이르는 지방세 감면액을 약 2조원으로 줄여 1조원 정도 세수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며 정부 정책을 간략하게 언급했을 뿐이다. ‘증세는 없다’던 박근혜 대통령이 말을 바꾼 것에 대한 비판이나 서민 부담 강화에 대한 비판은 찾아볼 수 없었다.

   
▲ 9월 13일자 조선일보 27면
 

이번 지방세 인상은 지자체가 무상보육이나 기초연금 등 복지 부담을 감당할 수 없게 된 상황 때문에 나왔다. 12일 KBS 뉴스9는 “정부는 이번 세율 조정으로 지자체의 복지 디폴트 상황이 좀 나아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고, 조선일보는 13일 사설에서 지방재원을 확충해달라는 시도지사들의 요구가 강력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세없는 복지’ 기조가 바뀐 것에 대한 비판은 없었다. 이처럼 몇몇 언론은 복지 부담이 늘어나 증세가 어쩔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정부의 말 바꾸기에 대한 비판은 하지 않았다.

정부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보도는 JTBC에서 나왔다. 12일 JTBC 뉴스9는 <담뱃값에 주민세도…막 오른 증세, 도미노 인상 시작?>에서 “증세없는 복지를 고집해온 현 정부가 지방세 인상을 통한 우회 증세를 택했다”며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의 말을 빌려 “복지를 늘린 것에 비해 세금을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에 앞뒤가 안 맞는 공약이었다”고 비판했다.

   
▲ 9월 12일자 JTBC 뉴스9 갈무리
 

복지비 부담은 늘어가고, 증세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하고 ‘증세는 없다’고 여러 번 못 박았다. 그러다가 결국 그 부담을 서민들에게 돌렸다. 세금 인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신뢰하기 힘든 태도이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정부정책을 전달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정부의 태도를 따져봐야 한다.

이번 증세 방안에 대한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14일 오전 현안브리핑에서 “그야말로 거위 목을 조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은 전반적으로 이렇게 세금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왜 서민 부담만 큰 담뱃값과 주민세만 올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기어이 서민에게 이러한 증세안을 관철시키겠다면, 그동안 아끼고 눈치만 보던 부자감세 역시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민 증세와 말바꾸기에 대해 언론은 이러한 목소리를 왜 제대로 전하지 않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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