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나(21)씨가 기억하는 고(故) 박성호군은 착하디착한 동생이다. 13일 서울 광화문 농성장에서 만난 보나씨는 성호군에 대해 “보디가드 같은 동생이었어요. 둘 다 말이 없는 편이라 서로 표현을 잘하진 못했지만 늦게 끝나는 날, 마중을 나와 달라고 하면 군말 없이 나오던 동생”이라고 했다. 그러나 4월 16일 동생은 끝내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나오지 못했다. 

“언론은 진도에 있을 때부터 유가족들 우는 모습만 찍고 진실을 알리지 않았잖아요. 국회에서 농성을 할 때도 바로 옆에 KBS가 있었는데 진실을 전하지 않았어요. 세월호를 점차 다루지 않더라고요.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게 답답하고, 잊혀지는 것도 두려워 직접 방송을 하게 됐어요.”

보나씨는 현재 416TV(홈페이지)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이 직접 방송을 제작한다고 해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 보나씨가, 단원고 2학년 고(故) 문지성 양의 아버지와 함께 제작하고 있는 416TV는 가족대책위 시민기록위원회의 지원과 도움으로 지난 8월 8일 첫 방송을 했다.

   
▲ 고(故) 박성호군 누나 박보나씨가 13일 오후 416TV 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 김도연 기자)
 

416TV는 광화문 현장 소식을 주로 다루며, 유가족이 직접 일일 리포터가 돼 방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동조 단식을 하는 시민들이 주요 취재원이다. 현재 페이스북 페이지, 트위터, 유튜브, 유스트림을 통해 관련 소식과 방송을 접할 수 있다. 보나씨는 장비가 열악하고 제작 경험이 없어서 초반에는 방송사고가 잦았다고 했다.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시작을 했고, 제작 및 방송 인원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에요. 앵커나 PD가 딱 정해진 것은 아니에요. 장비도 열악해요. 송출기가 없어서 원시적으로 노트북과 카메라를 들고 생중계를 하고 있어요. 방송을 하다보면 카메라 송출 문제가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방송사고마저 재밌다고 해주시는 시청자분들이 계세요. 그런 말씀 고맙죠. 어려워도 데일리 방송을 할 거예요. 팩트TV, 고발뉴스 그리고 미디어몽구 등 전문가들이 많이 도움을 주셨어요. 시민들을 인터뷰하면서 도리어 치유를 받는 느낌이에요.”

   
▲ 416TV 제작에 도움을 주고 있는 미디어몽구 김정환씨가 13일 광화문 농성장을 방문해 416TV 카메라를 만지고 있다. (사진 = 김도연 기자)
 

기억이 남는 에피소드에 대해 그는 청운동에서 농성 중인 유가족들이 집에 있는 가족들과 통화하는 영상을 카메라에 담았던 것을 꼽았다. 최근 추석 연휴 동안 했던 생중계 방송도 기억에 남는단다.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는 공연에서 한 연극인 말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최근 추석 연휴에 생중계 방송을 했어요.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국민한가위’라는 이름으로 공연 및 다양한 행사가 열렸어요. 그런데 마임을 보여주신 한 연극인이 ‘연극은 사람을 보여주고 사람이 사는 세상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의 연극인으로서 그저, 가만히 있지는 못하겠다’고 하셨어요. 그 말에 큰 감동을 받았어요. 성호 또래 학생들이, 그리고 제 또래 대학생들이 동조 단식을 와 응원해줄 때 큰 힘을 받아요.”

보나씨는 4남매 가운데 맏딸이며 성호군은 셋째였다. 4월 16일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대학 강의 시간에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했다. 소식을 접하는 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것 같았다고.

“10년 지기와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있는데 그 친구가 휴대폰을 보여줬어요.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얘기였어요. 친구의 사촌동생도 세월호에 타고 있었어요. 기사를 보고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기분이었어요. 교수님께 말하고 중간에 나왔어요. 가족들과 통화를 주고받으면서 계속 상황을 지켜봤어요. 기도하면서. 성호는 저랑 취향이 비슷했어요. 말이 많은 편이 아니라 표현은 많이 못했지만 누나들이 무언가를 시키면 두말없이 따라주던 착한 아이었어요. 너무 착해서 오히려 걱정이었죠.”

   
▲ 416TV 제작진들이 13일 서울 광화문 농성장에서 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 김도연 기자)
 

사고 발생 다섯 달. 세월호 특별법 제정은 진전이 없다. 언론은 세월호 보도를 점차 줄여 나가고 있다. ‘피로감’을 호소하는 시민도 부쩍 늘었다. 보나씨도 체감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416TV 방송에 힘을 쏟고 있다. 언론이 외면하면 직접 언론이 돼 세월호 진실과 유가족 목소리를 알리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였다. 그는 자신들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덧붙였다. 

“사람들이 세월호를 잊어 ‘우리만의 싸움’이 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기도 해요. ‘세월호는 지겹다’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아프죠. 언론은 편파보도를 넘어 한 사람의 사생활을 들춰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고 했어요. 제대로 된 언론이 무엇인지 배우진 못했지만 416TV는 기존 언론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싶어요. 우리가 느꼈던 소외와 울분을 담아 같은 처지에,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어요. 진실을 알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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