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2일 담뱃값 인상에 이어 주민세와 자동차세도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주요 방송사 메인뉴스는 이를 톱뉴스로 다루며 증세에 대한 우려를 표했으나 MBC는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의 ‘대통령 연애’ 발언을 톱으로 내세웠다. 뉴스의 가치와 우선순위를 분별하지 못하는 모습을 또다시 보인 것이다.

MBC ‘뉴스데스크’는 첫 번째 뉴스 <“대통령 연애…” “저속한 막말”>을 통해 12일 오전 정의화 국회의장과 여야 상임위원장들이 만난 연석회의석상에서 나온,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설 의원의 발언(“청와대에서 7시간 동안 뭐했냐 이 얘깁니다. 대통령이 연애했다는 얘기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논란을 보도했다.   

MBC는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이 세월호 특별법 처리가 안 되는 것은 대통령의 탓이라며 근거 없이 떠돌았던 얘기를 발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발언은 세월호 침몰사고 당일 박 대통령 행적에 대한 문제제기 과정서 나온 말이었고, 설 의원은 되레 세간의 소문을 부정하며 대면보고를 받지 않는 대통령 리더십을 비판했다.

설사 그의 발언이 돌출된 것이래도 새누리당의 박 대통령 감싸기는 도마 위에 오르기 충분했다. MBC는 설 의원의 발언 논란만 부추겼을 뿐 새누리당 의원들의 ‘과민 반응’에 대해선 지적하지 않았다. 

   
▲ 12일자 방송뉴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KBS, MBC, JTBC, SBS)
 

타 방송사의 톱뉴스와 비교해보면 이 논란이 톱뉴스로 다룰 정도로 중요했던 것인지 분명하게 드러난다. 다음은 12일자 방송사 메인뉴스 리포트 제목이다. 

KBS ‘뉴스9’ <주민세․자동차세 2배 인상>
MBC ‘뉴스데스크’ <“대통령 연애…” “저속한 막말”>
SBS ‘8뉴스’ <담배 사재기 단속…구매량도 제한>
JTBC ‘뉴스9’ <주민세․영업용 자동차세도 100% ↑>
TV조선 ‘뉴스쇼판’ <주민세 자동차세 두 배로 올린다>
채널A ‘종합뉴스’ <[단독] 軍간부 신고에 “죽이겠다”>
MBN ‘뉴스8’ <박영선 “보수와 진보 투톱 비대위원장 체제”>  

채널A가 군 간부들 사이의 폭언과 괴롭힘을 단독 보도한 것을 제외하면 주요 방송사 메인뉴스들은 시청자의 큰 관심을 모았던 정치·사회 현안을 톱뉴스로 내보냈다. MBC의 보도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밖에도 MBC는 전날에 이어 세월호 유가족의 광화문 농성을 폄하하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MBC는 13번째 뉴스 제목을 <광화문 광장 ‘이념 충돌’ 싸움판>이라고 뽑으며 세월호 유가족의 농성을 보수·진보의 싸움으로 ‘물타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 MBC 12일자 뉴스
 

MBC는 “세월호법을 둘러싼 우파와 좌파의 깊은 감정싸움이 불거지면서 서울의 심장 광화문 광장은 난장판으로 변하고 있다”며 “세월호 유가족과 지지자 등의 단식 논쟁은 피자와 개밥 논쟁으로까지 번졌다”고 전했다. MBC는 “지난 6일에는 자발적으로 모인 우파 시민 1백여 명이 광장에서 피자, 치킨을 먹는 퍼포먼스를 가졌고, 사흘 뒤에는 이에 대해 좌파 쪽에서 개집과 개밥을 가지고 나와 조롱하고 비난했다”며 “자신이 민간잠수사라면서 한 종편에 출연해 거짓 인터뷰를 했었던 홍 모 씨도 세월호 유가족을 찾았다”고 전했다. 

이어, MBC는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허가 없이 무단 점유된 광화문광장. 시민들에게 광화문광장을 돌려주기 위한 엄정한 원칙이 필요한 때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난장판”으로 변질시키는 리포트였다. 

최진봉 교수는 1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세월호 사고 초기엔 숨을 죽이고 있던 일부 우익의 목소리가 시간이 흐르면서 커지고 있는 형국”이라며 “세월호가 큰 부담인 현 정부는 이를 암묵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며, MBC가 선두에 나서서 적극 이슈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세월호를 진보, 보수 싸움으로 물타기하는 MBC의 전략은 정치 성향이 뚜렷하지 않는 이들에게 세월호 피로감을 느끼게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어떻게든 정부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려는 것”이라며 “의제 설정을 포기한 채 보수언론을 뒤따라 정권 비호에 앞장서고 있는 게 한국 공영방송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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