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이후 처음 맞는 명절,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에겐 빈자리가 더욱 아프게 느껴지는 하루였습니다.” 

9월8일 KBS <뉴스9> ‘세월호 유가족, 눈물의 합동 기림상' 리포트 가운데 일부다. 참사 이후 처음으로 명절을 맞은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추석풍경'을 담았다. KBS는 경기도 안산시 합동분향소를 비롯해 인천 남동구 일반인 유가족 합동분향소, 아직 10명의 실종자가 있는 진도 팽목항 그리고 서울 광화문광장 등을 카메라에 담았다. 

추석 명절 ‘세월호 리포트'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JTBC였다. 8일 JTBC는 <뉴스9>에서 단신까지 포함해 5꼭지의 ‘세월호 리포트’를 내보냈다. KBS가 하나의 리포트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추석풍경'을 담았다면, JTBC는 개별 리포트를 통해 이들의 ‘추석'을 조명했다. JTBC는 경기도 안산시 합동분향소, 서울 광화문광장, 진도 팽목항 등에서 진행된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추석풍경'을 3개의 리포트를 통해 보도했다. 

SBS는 어떨까. SBS는 8일 <8뉴스> ‘추석인데 … 애끓는 세월호 가족' 리포트에서 관련 내용을 전했다. SBS는 세월호 유가족 300여 명이 안산 합동분향소에 모여 가족 합동기림상을 차렸다는 소식과 실종자 가족들이 있는 진도 팽목항의 모습을 보도했다. SBS는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진도 팽목항은 적막감이 더하다"면서 “한쪽에는 고향으로 돌아오는 귀성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오늘도 체육관을 떠나지 못한다"는 내용을 리포트에 담았다. 

   
경기도 안산하늘공원 세월호 희생자 추모공원에도 기림상이 차려졌다.
 

명절인 추석 당일, 언론 특히 방송이 세월호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을 카메라에 담아야 하는 이유가 뭘까. 그건 8일 SBS가 보도한 ‘세월호 가족' 리포트 서두 부분에 잘 요약돼 있다. “한가위는 누구에게나 넉넉하고 푸근했던 건 아니기" 때문이다. 가족을 잃고 처음으로 맞은 명절,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에겐 그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하루였다. 언론이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MBC <뉴스데스크>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8일 KBS SBS JTBC는  모두  메인뉴스에서 ‘세월호 리포트'를 보도했다. 이들 방송사들이 세월호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의 ‘추석풍경’을 조명한 이유가 뭘까.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지만 참사로 가족을 잃고 처음으로 맞게 되는 명절이 주는 쓸쓸함에 대한 공감과 관심이 바탕에 깔려 있지 않았을까. 그것은 세월호 참사와 특별법 제정 등에 대한 관점과 입장 차이를 뛰어넘는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였다.  

하지만 MBC는 이날 <뉴스데스크>에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들 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실향민들의 추석 풍경과 도심 곳곳에서 벌어진 문화행사를 소개하면서도 정작 언론의 관심이 필요한 이들에 대해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MBC의 ‘세월호 무관심'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 연휴 기간에 MBC의 무관심은 정도가 심했다. 본격적인 추석연휴가 시작된 지난 5일부터 추석당일인 8일까지 MBC <뉴스데스크>에서 내보낸 세월호 관련 리포트는 1건이었다. 같은 기간 KBS가 <뉴스9>에서 2개의 리포트를 내보내고, SBS는 1꼭지, JTBC는 11개의 리포트를 방송한 것과 비교해 보면 양적인 면에서는 SBS와 같다. 하지만 질적인 측면에선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MBC는 지난 5일 <뉴스데스크>에서 세월호 관련 리포트를 내보냈는데, 제목이 ‘세월호 현수막 철거 상인들 입건'이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상황 등을 조명한 게 아니라 세월호 희생자 추모 현수막과 관련한 ‘논란'을 다뤘다. 리포트 서두에서 언급된 앵커멘트는 다음과 같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려고 길거리에 세워 둔 현수막을 지역상인들이 영업에 지장이 있다며 철거했습니다. 너무 심한 것 아니냐, 이런 반응도 있었고 오죽했으면 뗐겠느냐, 상반된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물론 KBS와 SBS의 세월호 리포트도 문제는 있다. KBS의 경우 공영방송이라는 ‘무게’에 비해 사회적 약자인 이들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 압도적인 기자 수와 지역 총국이 있음에도 같은 기간 종편 JTBC보다 세월호 관련 리포트가 부족했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KBS가 아직 공영방송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 아닐까. 

SBS 역시 이 같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SBS는 MBC에 비해 그나마 나을 뿐,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세월호 리포트’를 한 꼭지만 내보냈다. 8일 SBS <8뉴스>에서 보도한 ‘세월호 가족’ 리포트 역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과 유가족들이 함께 지낸 ‘추석풍경’은 보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MBC의 무관심은 정도가 지나쳤다. MBC는 추석 연휴를 맞아 애견호텔이 주목받고 있고, 그래서 반려동물과 지내는 등 명절 문화도 변화하고 있다는 리포트는 내보내면서 참사로 가족을 잃은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와 관련한 리포트는 하나도 내보내지 않았다. 이런 MBC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MBC뉴스를 보며 ‘인간에 대한 예의’를 생각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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