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그토록 간절한 말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가족을 만나 소박한 한 끼라도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희망이라는 것을 이제야 조금 알 듯합니다. 진정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 번만이라도 만져봤으면…”

추석 연휴 귀성이 시작된 5일 오전 고향을 두고도 서울을 떠나지 못한 세월호 유가족들이 서울역 광장에 모였다. 이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잊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역 2층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등과 함께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추석 귀향 홍보 기자회견을 열고 추석 연휴 기간에도 광화문 농성장에서 시민들과 함께 한가위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김병권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오늘은 세월호 참사 후 143일이 되는 날이자, 우리 가족들이 광화문에서 농성을 한 지 54일, 청운동에서 농성을 한 지 15일이 되는 날”이라며 “우리 가족들은 이번 추석을 여느 추석과는 매우 다르게 귀향을 하는 많은 분에게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에 필요한 특별법에 대해 널리 알리면서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는 5일 오전 서울역 2층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등과 함께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추석 귀향 홍보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강성원 기자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도 “우리는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 잘 지내느냐고, 건강하냐고 질문을 받는 것조차 두렵기 때문에 연휴 기간 동안 응원과 지지해준 국민과 함께 추석을 보내려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국회의원들도 며칠간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텐데, 그런 가족을 대하는 진심 어린 마음으로 유가족과 국민을 대해주길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유 대변인은 “부디 추석 이후에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있어 마치 게임처럼 생각하고 흥정하는 듯한 자세는 제발 버려 달라”면서 “참사 초기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사람이 당리당략과 이념을 떠나 세월호 진상규명과 안전사회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가장 큰 가치로 놓고 진상규명에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이날 민주노총을 비롯해 KTX 민영화 저지와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대책위, 의료민영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도 서울역 광장에서 대규모 추석 귀향 선전전을 펼치며 박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태도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지했다.

이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은 우리가 원한 간절한 추석 선물이었으며, 모든 국민과 안전사회를 위한 약속이었다”며 “그러나 돌아온 것은 유민 아빠와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음해성 유언비어이며, 가장 교활한 거짓말은 세월호 특별법 요구가 경기활성화(민생법안 처리)의 발목을 잡는다는 정부·여당의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대통령이 시장에 나가고, 공연을 관람하며 여론을 호도하려는 시도는 희생된 아이들에 대한 조롱일 뿐”이라며 “진정 세월호 이후 달라진 삶의 방식을 원한다면 정치권은 쓰레기 특별법이 아니라 제대로 된 특별법을 제시해야 하며 대통령은 ‘언제든 만나자’는 약속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 후 추석 귀향길에 오른 국민들을 대상으로 서울역을 비롯한 전국 38개 도시 80곳에서 추석맞이 세월호 특별판 책자 배포 등 특별법 제정 필요성을 알리는 홍보 활동도 펼쳤다. 

이와 함께 세월호 국민대책회의는 오는 6일부터 10일까지 연휴기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가족과 국민이 함께 보내는 한가위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6일과 7일에는 문화예술인들의 다채로운 공연과 세월호 특별법 퀴즈대회, 윷놀이 등이 열리고, 추석 당일인 8일 광화문에는 국민 한가위 상이, 안산 합동분향소에는 가족 합동 기림상이 차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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