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열린 한국노총 산별노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의 총파업 대회에 걸그룹 ‘크레용팝’이 공연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파업 현장에 걸그룹을 부른 것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날 금융노조 조합원 4만여 명(경찰 추산 1만 명)은 서울 목동종합운동장에서 관치금융 철폐와 임금단체협상 투쟁 승리 등을 위해 9·3 총파업 대회에 참석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걸그룹 크레용팝이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는 모습이 트위터 등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으로 퍼졌다. 인터넷에선 ‘일베’ 회원 논란을 빚었던 가수를 노조 파업 현장에 부른 것이 황당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크레용팝은 지난해 멤버 중 한 명이 ‘노무노무(너무너무)’, ‘쩔뚝이’ 등의 표현을 쓰면서 극우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해당 표현은 일베 회원들이 고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하할 때 쓰는 말이다.
지난 3일 열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의 총파업 대회에서 걸그룹 ‘크레용팝’이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트위터(@charaon) | ||
이에 대해 나기상 금융노조 교육문화홍보본부장 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현재 조합원 중 노동의식이 반영이 안 된 조합원들에게 파업이 딱딱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요구가 수용될 때까지 끝까지 즐겁게 참여해 달라는 독려 차원에서 기획한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향후 파업을 기획할 때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KB국민은행 등 낙하산 인사 척결 △금융공기업에 대한 복지폐지·축소 중단 △외환은행 독립경영 약속 노사정 합의 준수 등을 요구한 금융노조의 총파업을 두고 조선일보는 ‘귀족노조’ 프레임으로 명분이 약한 파업이라고 깎아내렸다.
조선일보는 4일 “금융노조는 이번 파업에서 KB금융 사태의 경영진 문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합병 문제 등을 거론하며 ‘관치 금융 철폐’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은행원조차도 이 명분에 공감하지 않는 이가 많다”면서 “은행원들 사이에서도 이미 높은 임금을 받고 있는 데다,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된 현실을 감안할 때 금융노조의 임금 대폭 인상 요구가 무리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의 해당 보도와 관련해 나 본부장은 “우리가 이번 총파업에 나선 주된 명분은 관치금융 철폐이지 임금 인상을 안 해줘서가 아니다”면서 “임금 인상 6.1% 요구는 사용자단체가 항상 경제사정이 어렵다며 동결을 주장하는 현실을 감안한 협상 카드이고 수년간 공공기관 임금 가이드라인과 물가상승률을 넘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번 금융노조 총파업과 별개로 외환은행 노조 조합원 7명이 하나지주와의 통합 찬반을 묻는 임시 조합원 총회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사측이 대기발령을 내려 논란을 빚고 있다.
이에 대해 나 본부장은 “하나지주가 노사정 합의를 무시한 채 조기합병에 나서고 있는 상태에서 조합원 총회가 합법적인데도 꼬투리를 잡아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며 “노조도 이에 상응하는 고소·고발 등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