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교사선언과 조퇴투쟁을 주도한 혐의로 김정훈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등 3명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을 두고 헌법과 법률을 무시한 과잉 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윤강열 영장전담 부장판사)에서는 조퇴투쟁과 시국선언을 주도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과 이영주 수석부위원장, 1차 교사선언을 대표로 올린 이민숙 교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됐다.

이들의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될 전망이지만, 만약 법원이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김정훈 위원장은 지난 2003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도입에 반대해 집단 연가투쟁을 벌인 혐의로 구속된 원영만 전 위원장 이후 두 번째로 구속된 위원장이 된다.

지난달 29일 서울종로경찰서는 김 위원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전교조 위원장으로서 전교조 본부와 전국 지부를 아우르는 구체적인 공모관계에 대해 제대로 진술하지 않고 일체의 증거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며 “향후 수사 및 재판에서 성실히 응하지 않을 가능성 등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열린 '전교조 위원장 등 3명의 구속영장청구 규탄 및 전교조 탄압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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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에 대해 전교조와 법률가들은 경찰이 이미 서버 압수수색과 피의자 조사를 끝내놓고 증거인멸과 도망의 우려가 있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과 증거 제출을 강요당하지 않는다는 헌법상의 권리를 무시한 몰지각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이날 오전 서울 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연 전교조 위원장 등 전교조 교사에 대한 정치적 탄압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수사의 대상조차 되지 않음에도 먼지털이식 압수수색과 전임자 전원 경찰 조사를 진행하더니 급기야 구속영장까지 청구해 과잉도 이런 과잉이 없다”며 “무리하게 구속수사를 한다면 사법당국이 권력의 시녀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이날 심리 변론에서도 현재 전교조가 노조로서 자격이 없고 무단조퇴 등의 방법으로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는 경찰의 주장에 대해 “법외노조라고 하더라도 헌법 제33조 단결권의 주체라는 점은 이론이 없고 이에 따른 정당한 조합 활동으로 국가공무원법 적용의 여지가 없다”며 “사전에 학교별 인원배정과 대체수업을 통해 수업 결손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전교조 조퇴투쟁과 관련해선 경찰도 구속영장에 “검찰은 업무방해죄로 처벌하겠다고 하지만 조퇴는 미리 예고한 것이기에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도주의 우려는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자의적 판단으로 성실히 응할지 말지를 예견한다는 것은 매우 비과학적 태도”라며 “기본적으로 증거 수집은 수사기관 스스로 과학적 증거수집 능력을 키워야지 피고인 스스로 증거를 다 제출하라고 하면 수사기관의 존재 이유가 없고 자백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형사상의 ‘자기부죄금지원칙’에도 반한다”고 꼬집었다.

권 변호사는 또 교사선언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민숙 교사가 “출석 이후에도 진술을 거부하고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고자 미국에 서버가 있어 압수수색이 불가능한 G메일을 사용해 증거인멸의 위험이 있다”는 경찰의 주장에 대해 “형사소송법 절차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몰지각”이라고 비판했다.

권 변호사는 “진술거부권은 경찰이 수사할 때 진술거부권 행사를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고지를 하게 돼 있어 진술거부권 행사 이유로 불이익을 받거나 고지를 하지 않으면 수사 과정의 절차 위법으로 조서 자체 효력이 부정된다”며 “경찰의 주장은 형소법의 기본적인 절차와 규정도 부인하고 스스로 말한 것을 뒤집는 처사”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이 교사의 G메일을 사용을 문제 삼은 것에 대해서도 권 변호사는 “경찰이 증거수집이 불편하니까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얘기는 G메일을 아예 쓰지 말라는 말과 같다”며 “이는 역으로 국내에 이메일을 운영하는 포털회사들이 검·경의 압수수색으로부터 전혀 보호받지 못한다는 심각한 문제를 스스로 인정하는 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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