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측근 정윤회씨를 만났다는 풍문을 보도한 산케이신문을 비롯해 ‘만만회’(박지원) ‘정윤회의 박근혜 미행 의혹’(시사저널) 등을 거론하거나 보도한 매체에 대해 검찰이 강도 높게 수사에 나서고 있다. 박 대통령의 행적이나 박 대통령의 비선으로 알려진 인물과의 관계 등 베일에 가려진 의문을 들춰내려는 이들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박근혜-측근 행적 거론한 박지원·산케이·시사저널 ‘표적’ 수사?

검찰은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6월 S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제기한 ‘만만회 의혹’과 ‘19대 총선당시 저축은행 로비스트와 박근혜 대통령의 친분설’ 등이 박 대통령과 박지만 씨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박 의원을 불구속기소했다. 법원은 지난 1일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범균 부장판사)에 신속하게 배당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비선이자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윤회씨를 만나느라 대면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풍문을 보도한 산케이신문에 대해서도 검찰은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체육관을 방문했을 때.
ⓒCBS노컷뉴스
 

신유철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지난 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조사 내용과 관련해선 말씀 드릴게 없고, 방침은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도 “현재 필요한 확인 작업을 계속 벌이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기소여부에 대해 신 차장검사는 “수사를 좀 더 정리하고 입장을 정해서 말씀드릴 것”이라며 “일본 기자들도 전화를 해 ‘기소 방침 정해졌다는데 사실이냐’고 묻는데, 내가 ‘방침 정해졌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윤회씨가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를 미행했다는 시사저널(3월) 보도에 대해서도 검찰은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정윤회씨가 직접 고소한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시사저널 기자 4명을 모두 불러 조사를 벌였으며 조만간 기소여부를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공업용 미싱으로 박아도 내 입 못막아”

박지원 의원은 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집권 1년 반만에 실정을 거듭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동생에 대한 성역을 구축하고 있다”며 “언론과 야당 국회의원, 야당 정치인, 국민들로 하여금 성역을 못 건드리게 하는 일에 검찰이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과거 불행했던 시절의 검찰로 돌아가는 것으로 이런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지난 12년간 돈으로 날 묶으려다가 실패하자 이제는 입을 묶으려한다”며 “야당 의원의 입은 공업용 미싱으로 박아도 막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이치열 기자 truth710@
 

변호사인 같은 당의 전해철 의원도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명예훼손 대상이 공적 인물인 경우 적용은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며 “박 의원의 경우 정치활동의 일환으로 의혹을 제기한 뒤 (박 대통령 측의) 해명이나 사실확인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인데, 이를 제재한다는 것은 지나친 일”이라고 지적했다.

서영교, 설훈, 유승희 등 새정치연합 의원 8명도 공동성명을 통해 “그야말로 대통령과 대통령 일가에 대해서는 그 어떤 비판이나 의혹 제기도 용납 못하겠다는 검찰의 겁박”이라며 “진실이 확인되기 이전에는 아무런 의혹 제기도 하지 말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MB정권 청와대 인사 “MB를 ‘쥐박이’라 비난해도 고소 안했다”

대통령의 행적과 그 측근의 의혹제기에 대한 법적 대응과 관련, MB정권 청와대 인사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낸 이상휘 데일리안 대표는 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검찰 수사는 법리적으로 봐야 할 일인데, 정권을 비난했다고 수사해서야 되겠느냐”며 “국가원수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은 법이 아닌 문화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과거 국가원수모독죄가 있었던 때도 아니다”면서 “문화적으로 만들어지는 국가원수의 위상을 되레 고소고발의 남발로 그 존엄성이 더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대통령에 욕을 하는 문제에 대해 이 대표는 “요즘 대통령을 욕하는 것은 누구나 다 하지 않느냐”며 “내가 청와대에 있을 때 (이 대통령을 향해) 각종 욕에다 심지어 ‘쥐’라고 조롱하는 일, 나꼼수에서 이 대통령을 비난하던 것을 보면서 참모로서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참고 넘어갔다”고 전했다. 그는 “국가의 상징성과 존엄성 때문에 대응하는 것이라면 대응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근혜의 7시간’ 검찰 수사로 밝혀질까

산케이신문은 박 대통령이 정윤회씨와 만났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펴 수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의혹의 핵심은 박 대통령이 4월 16일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것이다. 청와대는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박 대통령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하기 전까지 국가안보실이 박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3회, 유선으로 7회 보고했으며, 대통령비서실이 서면으로 8회 보고했다고 밝혔다.

   
산케이신문 가토 지국장.
ⓒ연합뉴스
 

그러나 이 자료에도 박 대통령이 어디에서 서면보고를 받았는지, 왜 대면보고가 없었는지, 회의를 왜 한 번도 열지 않았는지, 안보실 위기관리센터를 한 번도 내려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등이 분명히 나와 있지 않다. 청와대는 자료에서 “행정부 수반이자 국가원수이므로 경호상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대통령의 위치와 동선은 비밀로 하며 공개하지 않아왔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행방이 묘연한 ‘박 대통령의 7시간’과 관련해 수사를 통해 밝힐지는 미지수이다. 신유철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박근혜의 7시간’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현재 수사중이라 어느 부분을 어떻게 조사할지 지금은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 차장은 이 부분을 수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산케이 기사가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사건으로 고발돼 있으니 (박 대통령의 7시간이) 이 같은 구성요건(조사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케이가 인용한 최초 칼럼을 쓴 조선일보 최보식 선임기자도 수사했는지에 대해 신 차장은 “이것은 했고, 저것은 안했다는 식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사건 해결에 필요한 물증확보와 진술확보는 해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정윤회씨가 박지만씨를 미행했다는 시사저널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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