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3일) 오후 2시부터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제2차 규제개혁 장관 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가 열린다. 지난 3월 20일 열린 1차 회의의 후속이다. 2차 회의라고는 하지만 지난 1차 회의의 장면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한 강조, 그리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규제들이 많다며 장관들을 쩔쩔 매게 하는 대통령의 모습 등등. 

반복되는 것은 회의 내용만이 아니다. 지상파3사의 생중계도 반복된다. 방송3사는 지난 회의에 이어 이번 회의도 생중계한다. 1차 회의는 KBS가 제일 먼저 2시간 생중계를 결정했고, KBS의 생중계가 논란에 휩싸인 와중에 MBC가 2시간 생중계를 결정했다. SBS도 한 시간 가량 회의를 생중계했다. 

2차 회의 때는 MBC가 제일 먼저 1시간 생중계를 결정했다. SBS는 3일 <2시 뉴스>에 회의 일부를 생중계하기로 했다. 10분으로 잡혀 있던 뉴스시간을 30분으로 늘리고, 뉴스에서 현장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생중계 회의를 보여준다는 것.

   
▲ 제1차 규제개혁회의 영상 갈무리. 출처=청와대 홈페이지
 

눈에 띠는 건 KBS다. 이번에도 회의 생중계 논란은 KBS에서 시작됐다. 지난 1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권오훈, 이하 KBS본부)가 성명을 통해 “회의를 이틀 앞둔 시점에서 KBS가 회의 생중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KBS 편성표에는 2일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생중계 일정이 반영됐다. 

하지만 KBS가 원활한 생중계를 위해 ‘꼼수’를 부렸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KBS본부의 성명이 발표된 이후인 2일 오전 KBS 측은 미디어오늘의 문의에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고, 2일 오후 6시에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완화 정책의 방향과 내용, 파급효과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와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2차 회의는 보도의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여 생중계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결국 KBS는 생중계를 결정했다. 과연 KBS는 검토 중이었을까. 3일 오후 2시 방송 생중계 여부를 2일 저녁때까지 ‘검토’한다면 정상적인 방송이 가능할까. KBS의 한 관계자는 “진짜 속내야 알 수 없지만 ‘검토 중’이라는 말이 진짜 할지 말지를 검토한다는 뜻이 아니었다”며 “준비를 다 해놓고 결정도 했는데 ‘반발이 심하니까 고려해보겠다’ 이 정도가 아니었을까”라고 말했다. 

규제개혁 회의 일정은 청와대가 이전부터 공지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방송사들은 하루 이틀 전이 돼서야 급하게 생중계 여부를 결정했다. 1차 회의의 경우 KBS는 회의 하루 전인 3월19일 오전, MBC는 3월19일 오후 중계를 결정했다. SBS는 3월20일 당일 편성표에도 회의 생중계가 없었다. 2차 회의 때도 이 같은 ‘긴급’ 결정은 반복됐다. KBS는 노조의 반발에 ‘검토 중’이라고 답하더니 반나절 전에 생중계를 확정했다. 

방송3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 중이던 3월 28일에도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공대 연설을 생중계했다. KBS가 제일 먼저 생중계를 결정하자 원래 녹화방송을 계획했던 MBC와 SBS가 따라갔다. MBC는 3월28일 오전 생중계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SBS 역시 녹화방송을 계획했다가 28일 오전 생중계를 결정했다. 

방송3사들이 서로 눈치보기를 하다가 타 방송사가 생중계를 결정하면 이를 따라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KBS본부 관계자는 “공방위에서 사측 담당자를 만났는데 ‘MBC랑 SBS가 다 한다. 우리만 하는 것 아니다’라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한 MBC 관계자도 “KBS랑 MBC가 하면 SBS가 따라오고, MBC가 먼저 하면 나머지가 또 따라오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낮 시간이라 중요한 방송도 없고, 어쨌든 정부가 하는 일이니 뉴스가치가 있으며 KBS랑 SBS가 하니까 MBC도 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한다”고 말했다. 

   
▲ 지난 3월 24일 박근혜 대통령의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개회식 연설을 생중계한 방송사들. 출처 : @seojuho
 

문제는 어느 새 방송사들이 ‘대통령 말씀’을 생중계하는 것이 관례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개회식에서 연설을 하자KBS, MBC, SBS 등 방송3사는 물론 뉴스Y, YTN, MBN, TV조선까지 일제히 이를 생중계했다. 국가대표 월드컵 경기도 국가기념일 행사도 아닌, 대통령의 일방적인 ‘말씀’만 담긴 연설을 방송3사는 물론 보도전문채널과 종편까지 생중계하는 것을 두고 ‘전파낭비’라는 비판까지 쏟아졌다. 

방송사들은 1차 규제개혁 회의를 일제히 생중계하고 당일 뉴스에서는 편집해서 보여줬다. 회의 이후 어떤 불합리한 규제가 사라졌는지, 규제완화는 과연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비판은 방송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또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세월호 참사의 원인 중 하나가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아닌가. 정부의 규제완화에 비판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음에도 방송사는 청와대 주도의 일방적 회의만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KBS본부는 규제개혁회의 생중계에 반대하며 “청와대가 주최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라면 아무것도 묻고 따지지 않을 것이라면 차라리 매주 열리는 국무회의를 생중계 할 것을 사측에 권하고 싶다”고 꼬집었다. 지금 방송3사의 태도를 고려할 때 KBS본부의 제안(?)을 진짜 수용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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