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불거진 국민들의 비판과 저항에 소통거부로 일관하다 대규모 촛불시위로 치명타를 입었다. 그리고 국토를 망치는 4대강 사업에 22조원이란 엄청난 재원을 쏟아 부어 재벌과 토건업자들의 배를 불린 것 말고는 제대로 내세울만한 업적도 없이 5년을 허송했다. 그는 실패한 대통령이다. 퇴임 후 감옥에 가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세월호 ‘참사’로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이제 남은 게 없다. 무엇보다 그 자신의 입에서 원칙, 약속, 신뢰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갈 데까지 간 것이다. 국가 최고지도자에게서 원칙, 약속, 신뢰 등이 사라지면 그 자리는 부패, 독직, 무사안일, 눈치보기 등이 차지하게 돼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대통령 주변 사람들과 참모들의 태도와 말이 달라지게 된다. 이른바 ‘절름발이(레임덕) 대통령’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달 20일 중견언론인들의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발언은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김무성 대표는 스스로를 “친박 좌장”이라면서도 박근혜 대통령과는 “동지적 관계이지 상하 관계가 아니다”고 얘기했다. 앞의 말(친박 좌장)과 뒷말이 모순으로 들린다. 대통령의 당적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대통령을 당선시킨 정당 대표의 입에서 대통령과 상하관계가 아니라는 말을 이전에는 들은 기억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수행이 원활, 원만하고 국민들에게 인기가 높은데도 집권당의 대표가 대통령과 자신이 상하관계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것이 바로 레임덕 현상이다. 레임덕을 막는 길은 간단하다. 국가 중대사에 ‘중대결단’을 내리면 된다. 그것이 대통령중심제의 장점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초기에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는 길이 현재로선 유일한 돌파구라 생각한다. 기소권, 수사권보다 더한 기능을 부여해서라도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겠다고 선언하는 길 외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돌파구는 없어 보인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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