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교사선언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민숙 교사 등에 대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1~3차 교사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이 ‘우리도 구속하라’며 소속 학교와 실명을 2일 공개했다.

김영섭(남춘천여중) 교사 외 ‘세월호 참사가 잊혀질까 두려운 교사들’ 52명은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청와대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현직 교사를 구속하려는 정부의 폭력에 항의한다”며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 선언에 참여했던 교사들이 지역과 학교명, 이름의 실명을 공개하고 이 선언의 정당성을 알림과 동시에 현장교사 구속의 부당성을 천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13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자신의 실명을 밝힌 교사 43명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4·16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올렸다. 이후 교육부가 선언문을 올린 교사들에 대한 징계 방침을 밝히자 동료 교사 80명이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며 2차 교사선언을 청와대 게시판에 올렸고, 이어 지난 6월에도 161명의 교사들이 대국민 호소문 형식의 선언문을 신문 전면광고를 통해 발표했다.

   
이민숙(46) 서울 상도중학교 교사가 지난 5월 청와대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이민숙 교사 제공
 

그러자 정부는 1·2·3차 교사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을 포함해 지난 6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퇴투쟁에 참석했던 노조전임자 전원을 검찰에 형사고발했다. 이와 함께 서울 종로경찰서는 지난달 29일 교사선언·조퇴투쟁 주도 혐의로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과 이영주 수석부위원장, 1차 교사선언을 대표로 올린 이민숙 교사 등 3명에게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민숙 교사와 함께 교사선언에 동참한 동료 교사들은 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영장실질심사에 제출할 의견서에서 “이 선생님을 비롯한 현직 교사들의 청와대 게시판 ‘의견’ 게시와 대국민 호소 등은 얼마 전 방한한 교황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는 종교적 실천을 교육적 방식으로 실천한 교사의 교육적 행위로 봐야 마땅하다”며 “이를 두고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행위로 인신을 구속할 만한 중범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원인도 모르는 제자의 죽음에 ‘눈감고 가만히 좀 있으라’는 비인간적이고도 비교육적인 처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2일 기자회견에서도 “우리 역시 희생된 304명이 죽어가고 있던 7시간 동안 구조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현장에서 직접 구조 지시를 하지 않았는지’ 등에 대해 이 선생님과 똑같은 의문을 가지고 행동해 왔다”면서 “‘존재 이유’였던 학생들과 동료 교사의 희생에 대해 ‘잊지 않고 행동하겠다’는 연대와 교육적 실천이 올바르고 정당함에도 오히려 구속 영장 청구 사유가 된다면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상도중학교에서 역사와 사회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이민숙(46) 교사는 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경찰 조사에서 국민의 당연한 권리인 묵비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구속영장에서 죄질이 나쁘다는 근거로 삼는 게 과연 정상인가”라면서 “수업 외 시간에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의 권리를 표명한 것이 왜 반교육적이고 학생들과 격리돼야 하는지 아이들에게 설명할 길이 없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이날 동료교사 53명이 구속영장 청구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동조구속’ 선언을 한 것에 대해 그는 “처음엔 상징적인 탄압은 나 하나로 족하다고 생각했지만 만일 내가 아니고 다른 교사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면 나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며 “이분들이 나의 구속을 막는 의미도 있겠지만 우리가 왜 그때 교사선언을 했고, 세월호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왜 특별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하는지 전달됐으면 하는 마음에 함께 목소리 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2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박근혜 퇴진 선언 교사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우리도 구속하라’ 선언 참가자 명단이다.   

[강원] 김영섭(남춘천여중), 김효문(우석중), 남정화(삼화초), 권혁소(고성중), 송정민(소양초), 손영갑(소양고) [경기]강석도(삼일초), 양서영(부천여중), 박세희(남한고), 이해평(원당중), 정애경(경기모바일고), 김사라(원종고), 이미애(장자초), 강미자(안양해솔학교), 김진(부곡중), 최덕현(중흥고), 안재형(소하고), 이길순(동양초), 권혁이(운산고) [경남] 김미경(영산중), 양태인(마산동중), 박용규(밀양중)[대전]안동수(한밭고), 김덕윤(유성생명과학고), 오완근(경덕공고) [서울] 지혜복(한강중), 이인범(경희고), 이철호(배문중), 조영선(경인고), 김소희(신림초), 김영승(세화여중), 박범성(염광고), 송지선(석관고), 김용섭(영신간호비즈니스고) [울산] 조용식(무룡고) [전남] 신선식(순천여중), 권혜경(해남중), 강복현(두원초), 정영미(순천제일고), 고재성(진도실고), 조창익(해남제일중), 강성종(광양중) [전북] 강윤희(백암초), 송욱진(계남초), 송호영(양지초), 윤정희(북면초), 채윤실(죽산초), 이윤미(이리백제초), 양두희(장수초) [충남] 김지선(용정초), 오세연(새샘초), 이향원(월랑초) [충북] 박옥주(청량초) (이상 53명, 순서기준 없음)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