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의 실세로 알려진 이른바 ‘만만회’의 영향력을 거론했다가 기소된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과 검찰에 대해 “정권 1년 반만에 대통령과 동생에 대한 성역을 구축했다”고 비판했다.

현재 검찰은 박 의원을 기소한 데 이어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과 정윤회 관련성을 보도한 산케이신문 지국장에 대해서도 기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정윤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를 미행했다고 보도한 시사저널 기자들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를 두고 박 의원은 2일 오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집권 1년 반만에 실정을 거듭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동생에 대한 성역을 구축하고 있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언론과 야당 국회의원, 야당 정치인, 국민들로 하여금 성역을 못건드리게 하는 것에 검찰이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다시 한 번 과거 불행했던 시절의 검찰로 돌아가는 것”이라면서 “아무리 그렇게 해도 박근혜 대통령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이치열 기자 truth710@
 

검찰이 자신을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한 것에 대해 박 의원은 “지난 12년간 돈으로 묶으려다가 실패하자 이제는 입을 묶으려한다”며 “야당 의원의 입은 공업용 미싱으로 박아도 막을 수 없다. 돈으로 묶으려다 안되니 입을 묶는다고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만만회(박지만-이재만-정윤회)의 실체가 법정에서 드러날 수 있는지에 대해 박 의원은 “재판 과정에서 그런 얘기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것에 대한 흥미는 없다”며 “재판을 성실하게 받겠다”고 밝혔다.

극우 주장을 펼쳐온 산케이신문이 ‘세월호 참사당일 박근혜 대통령과 정윤회씨가 만났을 가능성’을 보도했다고 검찰까지 나서서 기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박 의원은 “소탐대실하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박 의원은 “(산케이가) 존경받지 못하는 언론이지만, 국내 언론 보도(조선일보)를 인용했고, 국내에서 회자되는 내용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것을 보고, 저도 국민된 입장으로 울분을 터뜨렸다”며 “그 보도에 대해 새정치에서도 문제 삼으려다가 ‘우리가 얘기하면 더 퍼지고 확산된다’는 지적에 따라 자제했는데, 정부가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이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정치적으로 언론과 그렇게 하는 것이 잘하는 일인지 의문”이라며 “박 대통령의 7시간의 행적에 대해 과연 무엇으로 증명할 것인가. (7시간동안 대통령 행적을 모른다, 대면보고를 안했다는 설명에 대해) 과연 그것을 사람들이 믿겠느냐. (산케이 기자를 수사, 기소하는 것이야말로) 소탐대실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1일 MBC 상암신사옥 개막 기념식 축사. 사진=청와대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의 행적이 묘연한 것에 대해 박 의원은 “박 대통령의 7시간을 김기춘 비서실장이 몰랐다고 시인한 것부터 심각한 문제였다”며 “이는 안보차원에서도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의 24시간 전 위치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며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대통령만이 조치할 수 있는데 행방을 몰랐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구나 대면보고도 하지 않고, 서면보고 했다고 하니, 그것이 의혹을 더 증폭시킨 것”이라며 “그러한 문제는 안보차원 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 이후 대처의 진상을 밝히는 일환에서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 의원은 지난 6월 25일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인사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 ‘외부 인사 개입 등 비선이 움직이고 있다, 만만회가 움직이고 있다고 하는 말이 세간에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동아일보 등이 만만회가 ‘박지만의 만, 이재만의 만, 정윤회의 회’라고 보도했고 이후 대다수 언론이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검찰이 박 의원을 지난달 말 기소하자 법원은 신속하게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범균 부장판사)에 배당했다. 이 재판부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등을 담당해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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