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영화 <또 하나의 약속> 등에 출연한 배우 맹봉학 씨가 기고문을 보내 왔습니다.)

손등을 프라이팬에 살짝 데었다. 손이 후끈후끈, 찬 물에 담그고 설레발을 친다. 마치 온 몸이 데인 양 호들갑을 떤다. 이런, 참! 치사하고 간사한 게 인간의 마음인가보다.

4월 16일, 세월호가 우리 눈으로부터 사라졌다.

그 날 그 장면, 우리가 보는 앞에서 마치 스포츠를 tv로 생중계 하듯이 여러 방송사에서 서로 경쟁하듯이 보도를 한다. 배는 그렇게 빠른 속도로 바다로 가라앉고 있었다.

부모가 보는 눈앞에서 충분히 구할 수 있었는데, 구할 거라 믿었는데

정부가 수백 대의 선박과 구조선 잠수부들과 함께 민군이 혼연 일치가 되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하고, 단원고 학생들과 일반인들 모두 전원 구조는 시간문제라고 해양수산부 장관은 의기양양하게 인터뷰를 하고, 방송은 그것을 앞 다투어 보도를 하고, 사람들은 '그럼 그렇지' 안도의 한숨을 쉬고, 그렇게 다들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아뿔싸! 오보라고 자막이 뜨고, 변명을 하고, 난리를 치고, 스스로 바다에 뛰어든 사람들 말고는 한 사람도 구조를 못하고, 어선을 이끌고 구조하러 오는 사람들은 돌려보냈단다.

불에 살짝만 데어도 이렇게 쓰리고 아픈데, 바로 눈앞에서 생때같은 자식들이 그 차가운 물에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의 심정을 누가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대통령과의 만남을 기다리는 유가족들과 함께
 

혹자는 이렇게 말을 한다.

죽을 운명이었으니 죽은 거지, 그 속에서도 살 놈은 살았다고.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한다. 세상에는 5살짜리도 죽고, 10살짜리도 죽는다고 한다. 주먹으로 확 갈기고 싶은 충동마저 느낀다. 자신의 자식이, 자신의 형제가 죽었으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아무리 다름을 인정하고 싶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족속들이 많은 것 같다. 새누리당에, 그 당을 지지하는 무리들에 유독 이런 사람들이 있는 게 아닌가 의문이 든다.

대통령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국민들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인가? 요즘은 우리는 백성이고 대통령은 왕인 것 같은 느낌, 곧 ‘짐의 말이 법이다’라던 전근대시대, 마치 왕조시대에 사는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게 나만의 생각일까?

7시간이나 뒤늦게 나타난 대통령은 자신은 아무 책임도, 상관도 없다는 듯, 현장 상황이 어떤지 파악할 마음도 없는 듯,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발견하기가 그렇게 힘듭니까?”라고 했다. 마치 가라앉고 있는 배 안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바다에 표류하고 있는 사람들을 못 찾는 것 같은 느낌의 발언을 한다.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발언이다. 무엇을 하고 왔기에? 그 긴박했던 7시간 동안.

난 대통령이 그 중요한 시간, 골든타임이라는 7시간 동안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에 추호도 관심이 없다. 단지 자신의 입으로 직위 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겠다고 한 국민과의 약속은 어디로 간 것인지 알고 싶을 따름이다.

언딘에게도 난 무엇이라 말하고 싶지가 않다. 그들은 구조대가 아니라 인양담당이니까. 애초부터 그들한테는 말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으니 말이다. 정홍원 총리가 세월호 참사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는데 그를 재임용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떠나기 전날 왜 배가 바뀌었으며, 군산 앞바다에서의 충돌은 무엇이며, 진도 앞바다에서의 충돌과 급회전은 무엇이며, 해경이 출동했는데 왜 방송으로 갑판 위로 나오라고 방송을 안했으며, 왜 선원들은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 하고는 자신들만 도망 나왔는지, 해경은 왜 선장과 선원들만 구조하고 유유히 사라졌는지, 너무도 많은 의문이 있기에 유가족들은 특별법에 기소권과 수사권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검찰을 믿는 국민이 몇이나 될까? 검찰의 위상은 땅 아래로 떨어진지 오래 됐다. 채동욱 전 검찰 총장과 윤석렬 전 부장검사를 내친 이 나라의 법무부는 스스로가 중립적인 법무부의 위상을 땅 아래로 떨어트렸다. 이러한 검찰에 어떻게 맡길 수가 있나 말이다.

유민 아빠의 목숨을 건 40 여일의 단식에도 여권이나 청와대에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왔을 때 정부와 여당이 전전긍긍하는 모습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숟가락을 얹었다. 대통령은 교황에게 유가족을 위로해 줘서 감사하다더니 그 다음에 유가족을 만날 시간 없이 바쁘다며 부산 자갈치시장에 가서 수표 서너 장을 주면서 생선을 사고, 가락동 시장에서 문어를 사고, 뮤지컬 볼 시간은 있었지만 자신의 입으로 말했던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를 처벌할 시간은 없다.

대통령을 만나러 언제든지 오라던 청와대 앞에 유가족들이 직접 찾아가려는데, 미처 청와대에 가기도 전에 제지하고 밀어낸다.

광화문에서 청와대를 보면 지척으로 느껴질 정도로 가깝다. 1km 정도나 될까? 그러나 부산보다도, 외국의 그 어떤 나라보다도 먼 곳이 이 곳 광화문 유가족들이 있는 곳이다. 언제든 오라던 대통령의 말이 진심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그러기에 더 열심히 맞서 싸워야 한다.

세월호 참사? 아니 난 학살로 표현하고 싶다. 그 일이 왜 일어났는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더욱더 저들은 진실을 알고 싶다는 유가족의 말에 답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2012년,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기자들을 불러 놓고 전국민을 향해 대통령이 되기도 전에 스스로가 “나는 오늘부로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납니다”라고 했던 말을 다시 해야 할 상황을 만들고 있다.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제발 만나 달라고, 제발 약속을 지켜 달라고 목숨을 걸고 단식을 하는 데도 꿈쩍하지 않자, 영화인들이 나서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포함한 특별법이 통과될 때까지 동조단식을 하기로 했다. 곧 이어 연극인들도 동참을 했다. 계속해서 작가, 화가, 만화가들도 함께 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동조 단식이 늘어가고, 거리에는 현수막이 내걸리고, 가슴 가슴에는 4월 16일 세월호 학살을 잊지 말자는 리본을 달고, 고등학생이 일어나고, 대학생이 일어나고, 교수가 일어나고, 넥타이 부대가 일어나고 … 이제 모두가 떨쳐 일어날 때이다.

저들은 민심이 두렵기 때문에 추석이 되기 전에 얼렁뚱땅 넘어가려 할 것이다. 좀 더 힘을 모아야 한다. 나부터 시작이다. 이것은 비단 세월호 학살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올바름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원칙을 물려줄 어른으로서의 당연한 책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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