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의 발언을 옹호하는 등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진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1일 KBS 이사로 추천되자, 야당과 언론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편향된 역사관을 가진 이 교수가 공영방송 KBS의 이사장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KBS 안팎에선 이 교수가 새 이사장으로 선출될 것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 교수는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과 함께 ‘뉴라이트 교과서’ 편찬을 주도했던 인사”라며 “언론연대는 이인호 씨를 절대불가의 부적격 인사로 규정하며, 방통위가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 교수의 역사관이 도마에 올랐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이승만 대통령은 공이 90이고, 과는 10정도’, ‘공산당 독재에 상응하는 것이 반공독재였으며 결국 폭력은 혁명의 동반자’라고 말한 이 교수의 발언을 지적하며 “이승만 독재의 양민학살을 옹호하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길영 전 이사장의 사퇴에 이어 속전속결로 진행된 이인호 교수의 이사 추천 과정도 논란이 되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임기를 1년이나 남긴 이길영 이사장이 돌연 사퇴한 것부터 석연치 않았다”며 “이인호 씨는 누가 봐도 명백한 청와대 낙하산”이라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 방통위, KBS이사로 ‘뉴라이트’ 이인호씨 추천 강행]

   
▲ KBS 이사장 후보로 내정된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JTBC '뉴스9' 화면캡처
 

이 같은 속전속결에는 방송통신위원회 특히 최성준 방통위원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언론연대는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달) 28일 긴급 간담회를 열어 이인호 씨를 추천하더니, 오늘 예정에 없던 전체회의를 소집해 추천을 밀어붙였다. 사전 기획이나 지시가 없이는 설명할 수 없는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야당도 한 목소리로 이인호 교수의 KBS이사 추천을 지적하고 나섰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인호 교수의 KBS 이사장 내정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공영방송 KBS에 편향된 인식을 가진 이인호 교수를 새 이사장으로 앉히려는 정권의 의도는 뻔한 것”이라며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려는 KBS 구성원의 의지와 이를 지지하는 국민들의 뜻과 정면으로 반하는 방송장악 시도”라고 비판했다. 

홍성규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공영방송 KBS를 박근혜 정권의 사설홍보기관으로 전락시키겠다는 노골적인 선포”라고 밝혔다. 홍 대변인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KBS의 문창극 총리 후보자 검증보도에 대하여 중징계로 협박하더니 며칠 지나지도 않아 문제된 강연에 ‘감동적이었다, 반민족이라고 하는 것은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한 이인호 명예교수를 전광석화처럼 내정하고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야당 추천 김재홍, 고삼석 방송통신위원들도 1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이인호 이사 추천과 관련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날 오전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회의에서 이들이 반대 의사를 밝히며 퇴장하자, 여권 추천 위원 3명은 ‘KBS 이사 추천안’을 표결 처리했다. 

김재홍·고삼석 위원은 “일제강점기를 포함하는 해방 전후 현대사 문제에 대해 특정 보수진영의 편향된 역사관을 공유하고 대변하는 활동을 했다는 점에서 공영방송의 이사장 후보로는 불가함을 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이 후보가 학계, 언론계, 시민사회에서 친일과 독재에 대한 옹호 내용으로 격심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교학사의 역사교과서를 지지한 것은 특정 사회집단과 행동을 같이 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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