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한국언론이 단골로 대접하는 대표적 기업 중 하나다. 한국언론은 삼성에 대해 일반적으로 두 가지 시선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한국경제의 대들보로 더 많은 혁신과 성장을 주문하는 애정 어린 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자본이 집중된 재벌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요청하는 비판적 관계다. 
 
그러다 보니 삼성관련 기사는 하루에도 수백 건씩 쏟아지는 게 다반사다. 그렇다면 포털 네이버에선 삼성 관련 뉴스가 어떻게 배열되고 있을까?
 
(사)한국온라인편집기자협회는 지난 5월1일부터 7월31일까지(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 네이버뉴스 내 ‘분야별 주요뉴스’ 경제/생활 코너에 올라온 삼성 관련 기사의 점유율을 파악했다. 점유율이란 삼성 기사의 체류시간을 전체 기사 체류시간으로 나눠 산출한 것을 말한다.

우선 이 기간에 ‘경제/생활 코너’에 올라온 기사는 6천3백3건으로 2만2천80시간 동안 체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기사의 점유율은 3.5%(784시간)로 나타났다. 전체 부동산 기사의 점유율 3.45%(763시간)와 비슷했다.

삼성그룹 기사의 80%는 삼성전자에 관한 뉴스였다. 삼성전자 기사의 점유율은 2.87%(634시간)로 경쟁사 애플의 점유율 2.59%(572시간)을 근소하게 앞섰다. 또 점유율이 0.928%(205시간)인 현대자동차그룹의 3배가 넘었다.

특히 이건희 회장 관련 기사와 스마트폰 기사에서 네이버의 ‘삼성 경향’도 확인됐다. 네이버는 지난 5월 11일 이건희 회장 응급조치 첫 기사 이후부터 이 회장 상태와 삼성의 반응, 경영상황 점검 등을 다룬 기사를 총 81시간 ‘팔로업’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관한 기사 배열도 상세하게 노출했다. 출시 예고부터, 이미지 추정 뉴스, 성능, 사용기, 해외반응 등을 깨알같이 옮겼다. 전문지에서나 다룰 법한 내용도 많았다.

그러나 삼성과 관련해 부정적 기사를 취급하는 것은 노출이 늦었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서비스노조, 백혈병 사망 노동자 관련 기사의 경우 삼성에서 이 두 사안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밝힌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다뤄졌다.

   
경향신문 2014년 9월1일자 16면.
 

이에 앞서 올 2월 초 삼성반도체 희생자를 다룬 영화 <또 하나의 가족>이 상영되면서 쏟아져 나온 수많은 반올림 기사는 아예 침묵했다. 관련 기사가 네이버뉴스에 노출된 것은 두 달 이상 걸렸다. 4월 14일에서야 비로소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 곧 공식 입장”> 기사가 시사분야 주요뉴스에 등장했다. 그리고 4월15일 한 건, 16일 또 한 건의 기사가 노출됐을 뿐이다. 

이로부터 한 달 뒤인 5월14일 삼성이 백혈병 문제를 “전면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네이버뉴스에서도 반올림 기사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기사 위치는 ‘경제/생활분야’ 주요뉴스로 바뀌었다. ‘시사분야’에서 ‘경제/생활’로 옮긴 것은 네티즌들의 접근성을 떨어뜨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기사 배열은 꾸준했고 63시간 동안 관련기사를 노출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관련 기사는 아예 배열한 기사량 자체가 적었다. 네이버는 5월17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조원들의 죽음’ 기사와 6월29일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사 기준협약 마련’ 기사 두 건만 노출했다. 이후에도 잡음이 계속됐지만, 후속 보도에 대한 노출은 없었다.

이렇게 네이버 뉴스가 ‘친삼성 편집’을 한다는 의혹을 받는 것은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 경영진과의 관련성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의장은 무노조 경영을 하는 삼성SDS 출신이다. 현재 네이버에는 노조가 없다.

반면 네이버에서 삼성전자의 홍보성 기사는 두드러지게 노출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새 스마트폰이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 제품이라는 점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고 해도 이는 홍보성 기사를 엄격히 제재하는 네이버 편집원칙과 배치된다.

6월 4일 LG·삼성, <‘SID 2014’서 디스플레이상 휩쓸어> (6시간 14분), 5월 21일 <삼성 휴대전화, 미국 고객 만족도 ACSI 1위>( 1시간 45분), 2월28일 <‘삼성 기어 핏’ MWC 최고 모바일 제품상>(11시간 13분) 등 네이버는 삼성과 관련해 긍정적 기사들은 오래도록 노출했다.

네이버는 뉴스캐스트, 뉴스스탠드에 홍보성 기사라고 판단되는 언론사 기사가 올라오면 10분도 지나지 않아 경고메일을 보내고 있다.

   
▲ 9월 1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삼성’ 뉴스를 검색한 화면 캡쳐
 

한 신문사 온라인 뉴스 편집기자는 “‘솔로대첩’ 등 솔로마케팅 기사에서 기획한 회사 이름이 들어갔다고 기사를 내리라는 이메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언론사닷컴 편집자는 “분양아파트 모델하우스를 탐방하고 별점을 매긴 기사의 경우 해당 건설사를 홍보한다고 경고메일을 받았다”고 전했다.

운전자들이 연말에 가고 싶은 곳 1위에 태백산과 정동진이 선정됐다는 기사는 ‘어처구니없게도’ 태백산과 정동진을 홍보했다는 이유로 경고메일을 받기도 했다. 

문제는 네이버의 이런 편집원칙이 삼성에 대해선 점점 관대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LS니꼬 공장 사고 기사’와 ‘삼성토탈 기름유출 사고’가 대표적인데 두 기사는 5월22일 네이버에 노출됐다. 

네이버는 연합뉴스가 5월22일 17시57분에 송고한 ‘LS니꼬 울산공장 사고기사’를 18시7분부터 21시18분까지 3시간 11분 노출했다. 5월 23일에는 18시26부터 21시 44분까지 3시간 18분 동안 후속보도를 노출시켰다. 그러나 네이버는 같은 날 3시 44분부터 출고된 ‘삼성토탈 기름유출 사고’는 아예 올리지도 않았다. 사건 당일 30여 건의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네이버는 이를 철저히 외면했다.

네이버가 공정한 뉴스편집을 한다고 생각하는 이용자들이 많다. 진보/보수/중도 성향의 기사를 골고루 노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네이버가 실제로는 특정 기업 편에 서는 행위가 빈번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사회적 약자의 현실에는 눈을 감는 네이버가 진짜 얼굴인 것이다. 네이버의 편향성에 대해 사회적 제동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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