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획취재 지원에 선정된 미디어오늘은 2주 동안 ‘미디어의 미래, 디지털 퍼스트’라는 주제로 미국을 방문해 가장 빠르게 산업 붕괴를 겪고 있는 미디어 업계의 현장을 취재했다. 뉴욕에서는 기존 언론을 누르고 ‘디지털 혁신’을 이끌고 있는 버즈피드와 허핑턴포스트를 만났다. 또한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저널리스트’들을 만나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언론인의 미래상을 물어봤다.

보스턴에서는 하버드 대학교의 ‘니먼 저널리즘 랩’을 방문해 미국 언론의 ‘디지털 교육’과 네이티브 광고에 대한 전망을 들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직접 뉴스를 생산하지 않지만 ‘뉴스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하는 플립보드와 써카(Circa)를 찾아 새로운 형태의 뉴스 유통 구조를 살펴봤다.

① “‘디지털 천장’을 깨야 디지털 혁신이 가능하다”-조슈아 벤톤 니먼 저널리즘 랩 소장 
② “SNS 공유 안되면 실패한 콘텐츠” - 잭 셰퍼드 버즈피드 디렉터
③-1 기술을 아는 기자, 언론을 이해하는 기술자의 등장
③-2 “무엇을 다루든지 목표는 저널리즘” - 아만다 콕스 뉴욕타임스 그래픽팀 에디터
③-3 “개발은 스토리를 잘 전달하기 위한 도구” - 앨버트 선 뉴욕타임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④ 모바일을 장악한 언론이 뉴스 역사를 새로 쓴다 - 데이비드 콘 써카(Circa) CCO
⑤-1 “디지털 시대,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왔다” - 플립보드
⑤-2 조쉬 퀴트너 ‘플립보드’ 에디토리얼 디렉터
⑥-1 똑똑한 20대 위한 미디어에 왜 돈 많이 몰리나
⑥-2 마이크(MIC) 부사장 제임스 알렌, 디렉터 마이클 맥커친
⑦-1 한국 언론에 권하는 11가지 제언(1)

 

   
▲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 표지.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미디어업계의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지는 나라다. 즉, 가장 빠르게 종이신문, 잡지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기성 언론은 ‘디지털’을 앞세운 신생 매체에게 독자를 빼앗기고 있다. 앞으로 변화의 파고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이런 기술의 발전과 뉴스 소비행태의 변화는 한국 언론도 거스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 규모와 미디어 생태계가 다른 한국에서 미국 언론을 무작정 따라 해선 안되며 따라할 수도 없다. 다만 한 발 앞서 전환기를 맞이한 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우리 상황에 맞는 대응방안을 찾아나서야 한다. 

다음은 16일 동안 미국 언론을 현지 취재한 미디어오늘이 한국 언론에게 권하는 제언이다. 

 

   
▲ 복스는 '카드 스택(Card Stack)'이라는 카드형 기사로 '해설 저널리즘'을 선보였다. 이미지=복스 사이트 갈무리.
 

6. 다양한 포맷을 시도하라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 이에 가장 걸 맞는 형태의 콘텐츠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TV방송 기사와 종이신문 기사의 형태가 다르듯, ‘디지털 시대’는 기사 형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글과 사진 위주의 종이신문용 기사만 생산해선 디지털 독자의 요구를 충족할 수 없다. 글, 그래픽, 음성 등으로 구성된 ‘스노우폴’류의 기사는 디지털 상의 스토리텔링 방식이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그릇이 바뀌면 음식물의 형태도 변한다. 기사 형태도 마찬가지로, ‘카드형 기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담당 기자가 꾸준히 업데이트함에 따라 ‘카드형 기사’는 해당 사안의 A부터 Z까지 자세히 해설해준다. 형태적으로 스트레이트 기사가 할 수 없는 역할이다. 기사를 팩트, 인용문, 이미지, 그래프 등 ‘원자 단위(Atomic Unit)’로 재구성하는 써카의 기사도 새로운 스토리텔링 경험을 제공한다.

최근 한국일보가 시도하는 다양한 형태의 기사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사진 슬라이드와 함께 설명을 덧붙인 <공중부양 사진 잘 찍는 비법>, 2643장의 사진으로 제작한 타임랩스 영상 <포토 플레이> 같은 기사는 기존과는 다른 스토리텔링을 추구한다. 연합뉴스 ‘이슈픽’, SBS '카드뉴스'와 같이 이미지 위에 짧은 설명을 덧붙인 SNS 전용 기사도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 한국일보는 수천 장의 사진으로 제작한 타임랩스 영상 포토플레이를 선보였다. 이미지=한국일보 사이트 갈무리.
 

7. 기사 유통도 고민하게 하라

오프라인 시대 언론사는 생산에만 집중해도 됐다. 정보 자체가 적었기 때문에 독자는 신문을 구독해서 봤고, 시청자는 뉴스 시간에 맞춰 TV 앞에 앉았다. 하지만 정보과잉 시대엔 언론사가 이들을 찾아나서야 한다. 

언론사뿐만 아니라 기자들도 기사의 유통을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디지털 시대에 가장 적합한 기사 주제, 제목, 문체, 형식까지 고려한 취재가 필요하다. 원성윤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뉴스에디터는 “허핑턴포스트 에디터는 기사 내용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사진을 고르기 위해서 한 시간 넘게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내용이 허핑턴포스트 에디터 교육 매뉴얼에 포함되어 있다. 허핑턴포스트는 텍스트를 짧게 쓰라고 하고, 사진을 상당히 강조한다”고 말했다. 

언론사는 기자들에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을 설명하고, 이들에게 콘텐츠 전략을 제공해야 한다. 급변하는 미디어 생태계에 대한 경각심을 주고, 이제는 뉴스의 경쟁자가 게임, 웹툰, SNS 등으로 확산됐다는 점도 인식시켜야 한다. 

경향신문은 최근 편집국원 전체가 참여하는 ‘편집국 워크숍’을 열고 온오프라인 전략을 논의했다. 또한 지난 4월엔 언론재단 지원을 받아 사내 ‘기자 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최민영 경향신문 미디어기획팀장은 “SNS, 인포그래픽 등의 활용법과, 달라지는 미디어 환경을 소개하는 내용이 교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 허핑턴포스트는 이미지를 무척 강조한다. 이미지=허핑턴포스트 코리아 사이트 갈무리.
 

8. CMS를 개편하라

모바일 화면 고려, 관련기사 강화, 새 형태의 기사 작성, 소비행태 분석.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의 제언은 CMS를 개편해야 가능한 것들이다. 대부분 언론이 보유한 현재 CMS에서는 이런 시도가 어렵다. 

조영신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패션에서 변신의 스타팅 포인트가 핸드백과 구두라면, 언론사 변신의 스타팅 포인트는 CMS”라고 말했다. 그는 “여자는 핸드백을 바꾸면 그것에 맞춰서 복장이 다 바뀌고, 남자는 구두를 바꾸면 복장이 달라진다”며 CMS가 언론사 디지털 전환의 시작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CMS 개편만 한다고 기사의 질과 트래픽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해선 안된다. CMS는 디지털에 맞춰진 기사 제작 환경을 제공하는 것뿐이다. CMS를 운영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 조 연구원은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핸드백에 따라 복장이 달라지겠지만, 아무 관심이 없다면 그것이 주어져도 아무것도 안할 것”이라며 “(CMS 개편 효과도) 관심과 인식이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 버즈피드 커뮤니티(Community)에서는 누구나 버즈피드 CMS(기본형)를 이용해 기사를 작성할 수 있다. 이미지=버즈피드 사이트 갈무리.
 

9. 서브 브랜드를 만들어라

오프라인 언론의 경우, ‘디지털 퍼스트’ 전략으로 바꾸는 대 전환도 권한다. 현재 종이신문에 맞춰진 업무 프로세스로는 ‘프린트 퍼스트’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종이신문 매체로 머물 것이라면 현재 체제를 더욱 발전시키면 되겠지만, 디지털 미디어로 거듭날 것이라면 프로세스를 뜯어고쳐야 한다. 오는 9월 ‘디지털 퍼스트’를 시도하는 파이낸셜뉴스의 변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 : 파이낸셜뉴스, ‘디지털 퍼스트’ CMS 도입]

비용 부담과 수익모델이 염려된다면, 프로토 타입의 ‘서브 브랜드’로 시작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약 10명의 인원으로 운영되는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의 성과에 한겨레신문이 자극받은 것처럼 내부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다. 

‘서브 브랜드’를 추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오랜 기간을 거쳐 정착된 편집·보도국 문화와 관행을 내부에서 극복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본지를 벗어나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는 작은 ‘서브 브랜드’로 시작하는 게 내부 갈등도 줄일 수 있다. 실패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 뿐만 아니라 성공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 월스트리트저널은 ‘브리플리(Briefly)’라는 리스티클 전용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이미지=브리플리 갈무리.
 

월스트리트저널은 <죽기 전에 꼭 가야할 여행지 15곳>와 같은 ‘리스트형 기사(리스티클)’가 인기를 끌자, 파이브 씽즈(Five Things)라는 리스티클 전용 블로그를 만들었다. 현재 ‘브리플리(Briefly)’라는 이름으로 변경된 이 블로그는 월스트리트저널 본지에서 하기 어려운 소재와 형식의 기사를 만들고 있다. 세계적인 언론사들도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사의 경우 BBC 인스타팩스 같은 SNS용 서비스나 나우디스뉴스(NowThisNews)와 같은 형식의 서브 브랜드로 디지털 실험을 할 수 있다. 최근 혼자 ‘디지털 스토리텔링’기사 (삼성과 애플의 ‘디지털 전쟁’)를 제작한 경향신문의 한승곤 PD는 “뉴미디어시대를 맞아서 뉴스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이런 과도기에는 적극적으로 독자의 변화를 이해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외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언론사들이 ‘서브페이지’를 만들어서 스타트업처럼 빠르고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 나우디스뉴스(Nowthisnews)는 모바일 세대를 노린 짧은 영상뉴스 서비스다. 이미지=나우디스뉴스 사이트 갈무리.
 

10. 개발자, 디자이너를 영입하라

‘납 활자 조판’시절에 식자공이 필요했듯이, ‘디지털 미디어’시대에는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필요하다. 이들은 디지털 공간의 ‘콘텐츠 유통’을 담당하는 역할을 넘어, 콘텐츠 생산자로 변모하고 있다. 스노우폴과 같은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글·사진쟁이’만으로는 구현할 수 없다. 세계 주요 언론사에 뉴스룸 내 개발자, 디자이너들이 늘어나는 이유다.

언론사는 이들을 기술인이 아니라 언론인으로 바라봐야 한다. 최진순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한국경제신문 기자)는 “2003년 미국 연수를 갔을 때 만난 텍사스 지역신문의 웹디자이너의 명함에 ‘웹디자이너/저널리스트’라고 쓰여 있었다. ‘저널리스트라는 직함을 어떻게 달았냐’고  묻자 그는 ‘지금 같은 시대에 뉴스를 다루는 사람이 저널리스트가 아니면 누구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내외를 불문하고 문제가 되는 건, 이들은 아랫사람으로 바라보는 언론사 문화다. 그래서 중요한 게 PM(프로젝트 매니저)의 역할이다. 별도 팀을 만들 경우, 현재 한국 언론사에서는 기존 직종과 원활한 소통을 하기 위해 기자 출신의 PM을 배치하는 것을 추천한다. PM은 편집국과 개발자 사이에 의사소통과, 업무를 지시·조율하는 역할을 통해 기자들과 이들이 자연스럽게 협업할 수 있는 조직문화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 버즈피드 전체 직원 440여명 중 기술, 제품, 데이터 사이언스(Technology, Product and Data Science) 분야 직원은 약 90명이다. 사진=김병철 기자.
 

11. 웨어러블 기기를 대비하라

당장 모바일에도 대응하기 힘든 상황에서 조금 먼 미래의 이야기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기사를 어떻게 접목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면서 웨어러블 기기의 발전을 지켜봐야 한다. 만약 한국 언론사들이 스마트폰이 이끌 변화를 미리 준비했다면 지금보다는 나은 환경을 구축했을 것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부속 ‘니먼 저널리즘 랩’의 ‘조슈아 벤톤(Joshua Benton)’소장은 “10년 후에 스마트폰이 그리고 시계가 어떻게 변할지 누가 알겠는가”라며 기기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 워치와 같은 기기가 대중화되면 이를 통한 뉴스 소비도 늘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나운서가 기사를 읽어주는 ‘우마노(Umano)’와 같은 뉴스 서비스는 구글 글래스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 R&D 연구소는 거울,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등 새로운 매체를 통한 뉴스 전달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에릭 알렉산더 플립보드 부사장은 “기술이 계속 진화하고 곧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도 나온다. 그렇게 되면 종이가 좀 더 디지털 포맷으로 변할 것이라고 본다.”고 예측했다. 써카의 CCO(Chief Content Officer)인 데이비드 콘(Daivd Cohn)은 “우리는 모바일 폰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모바일 라이프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거대한 시장이 앞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