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청와대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3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수천 명의 시민들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청와대로 행진을 시작했지만 경찰에게 가로막혔다. 특히 경찰은 시민들과 함께 움직이던 유가족들까지 통제해 가족들의 반발을 샀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 5000여명(경찰추산 2000명)과 함께 ‘청와대는 응답하라, 특별법 제정 촉구 국민대회’를 열고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에는 팽목항에서 서울까지 걸어 온 ‘생명과 정의의 도보순례단’도 참가해 유가족을 위로했다. 

도보 순례를 기획한 오현선 호남신학대 교수는 “590km를 행진하면서 느꼈던 건 언론보도와 달리 온 국민이 유가족이 원하는 특별법 제정을 원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11일 팽목항을 출발해 안산 화랑분향소와 인천 분향소를 거쳐 이날 서울 광화문에 도착했다. 순례단은 실종자 10명의 얼굴이 새겨진 조끼를 유가족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청와대는 응답하라, 특별법 제정 촉구 국민대회’에서 김병권 유가족 대책위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세월호국민대책회의
 
   
▲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청와대는 응답하라, 특별법 제정 촉구 국민대회’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세월호국민대책회의
 
   
▲ 경찰들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청와대는 응답하라, 특별법 제정 촉구 국민대회’에 참가자들의 행진을 막기 위해 시내 곳곳을 막고 있다. 사진=세월호국민대책회의
 

지난 주 서울에서 도보행진을 했던 학생들도 이날 집회에 참가했다. 박이랑 경희대 총학생회장은 ‘동지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지만 내가 이 곳을 지킨다면 동지들이 나를 따라올 것’이라는 영화 <명량>의 대사를 인용하며 “이제 우리가 유가족들의 동지가 되겠다.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300척의 배를 막아냈듯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말해 시민들의 호응을 받았다.  

김병권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시민들에게 조금 더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야당은 국민들과 저희를 무시했고 여당은 지금에서야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한다”며 “하지만 저희는 포기하지 않겠다. 가족들은 국민들만 믿고 조금 더 힘을 내겠다”고 말했다.

이후 가족들과 시민들은 청와대로 행진을 시작했지만 곳곳에서 경찰에 가로막혔다. 경찰은 출발 장소인 광화문 광장부터 경찰 차벽과 병력으로 이들을 막아 시민 1명이 실신하는 일도 벌어졌다. 결국 유가족이 행진 앞대열에 섰지만 이들 역시 오후 7시께 경복궁역 앞에서 경찰에 막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유가족들이 “농성장으로 돌아간다”고 했지만 경찰은 길을 터주지 않았다.  

고 오영석 학생(단원고) 어머니 권미화씨는 경찰병력 앞에서 울분을 터뜨렸다. 권씨는 “왜 유가족들이 욕하게 만드나. 우리가 많은 걸 바랐냐. 대통령이 우리 목소리를 들었으면 답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유병언?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대통령이 나쁘다. 애들 (죽은) 진실만 밝히라 이거야”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1시간 가량 대치 상태가 이어지자 오후 8시 현재 유가족과 시민들은 경복궁 역 앞에서 연좌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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