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관람스포츠 중 최고는 무엇일까? 최고의 기준을 무엇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관중(입장객) 숫자로 따지면 최고의 관람 스포츠는 ‘경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최근 5년간 경마 본장(서울경마공원, 제주경마공원, 부산경남경마공원)과 32곳의 장외발매소 입장객 현황을 보면 2009년 2167만 5천명, 2010년 2181만 2천명, 2011년 1951만 8천명, 2012년 1613만 8천명, 2013년 1591만 7천명이다. 국내 최고의 인기 프로스포츠라고 하는 프로야구의 한 해 총 관중이 2012년 715만명, 2013년 644만 명인 점을 보면 관중에 있어서는 프로야구는 경마에 고개를 못 내밀 정도이다. 

그런데 경마는 관람스포츠이자 관중이 경기(경마)에 이른바 베팅을 할 수 있는 ‘사행산업’의 하나이다. 경마 관중이 ‘애마’(愛馬)의 기질을 갖고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경마는 산업적으로도 다른 사행산업의 추종을 불허한다. 본장, 장외발매소를 합한 총매출(베팅금액) 현황을 보면 2010년 7조5765억 원, 2011년 7조7862억 원, 2012년 7조8397억 원, 2013년 7조7035억 원이다. 2013년도를 보면 카지노를 포함한 국내 사행산업 총매출액 중 경마가 차지하는 비중이 39.2%, 순매출액이 2조681억 원으로 전체 순매출액 중 비중이 24.6%이다. 

경마는 국내 최고의 관람스포츠이자 최대의 사행산업

이러한 경마 사행산업은 1922년 일제 강점기에서부터 시작되었듯이 역사도 길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경마장 근처의 개들도 만 원권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갯말이 있을 정도로  경제적 측면에서 경마의 매력(?) 때문에 그동안 경마를 시행하는 한국마사회(이하 ‘마사회’)의 소관부처를 어디로 할 것인지를 두고 부처 간 힘겨루기가 있기도 하였다. 1992년도에는 농림수산부에서 체육청소년부로 소관부처가 변경되었고 2011년도에는 소관부처가 문화관광부에서 농림부로 환원되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행산업으로서 경마는 본질이 도박이라는 점 때문에 도박의 병폐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경마로 가산을 탕진하였다는 얘기, 경마로 빚을 지거나 중독에 빠져 자살을 하였다는 얘기 등등. 우리는 언론을 통해서, 주변 얘기를 통해서 경마에 관한 개인적‧사회적 문제를 심심찮게 접한다.  

이러한 도박으로서의 경마 문제에 더하여 최근에는 이른바 ‘화상경마장’이라는 장외발매소의 도심 내 건립 및 운영과 관련한 마사회 측과 이에 반대하는 주민 측 사이의 갈등 내지 대립이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서울 서초와 마포에서의 장외발매소 설치 논란에 이어서 최근에는 용산에 건립한 장외발매소의 운영 여부를 놓고 마사회와 이를 반대하는 지역주민 측의 갈등과 대립이 심하다. 

   
경향신문 2014년 8월25일자 12면.
 

마사회가 경마장 이외에서도 사람들이 대형 화상을 통해 경마 중계를 시청하고 마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건립‧운영하는 시설인 장외발매소는 현재 서울 12개소를 포함하여 전국 32개소에 있다. 마사회가 장외발매소를 설치·이전 또는 변경하기 위해서는 시설기준 등을 갖춰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승인을 받으면 된다. 다만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 내 사행행위장·경마장·경륜장‧경정장 및 각 장외발매소 시설을 금지하는 학교보건법과 같은 법적 제한이 있기는 하다. 현재는 이러한 법적 제한에 저촉되지 않는 한 장외발매소를 어디에 설치 운영할 지는 마사회 마음이다. 

향후 장외발매소 설치 등에 관한 적절한 법제도적 기준 마련해야 

용산 장외발매소 운영을 반대하는 주민 측은 장외발매소로 인해 인근 성심여중고 학습 분위기와 인근 주민들의 생활환경이 나빠질 것이기 때문에 반대한다. 그들의 입장에선 장외발매소로서의 운영은 절대 있을 수 없다. 반면 마사회 측은 용산 장외발매소는 법적으로 적법하게 허가를 받은 시설이며, 오히려 지역 상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흔히 접해 온 이른바 ‘환경론’과 ‘합법사업론’의 대립이자 갈등이다. 

지난 12일 법원이 마사회가 제기한 ‘용산 장외발매소 영업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려 법적으론 반대 주민 측의 대응 방안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환경론과 합법사업론의 갈등과 대립에서 법원의 재판이 종국적 해결의 수단이 되지 못한 전례를 봤을 때 양 측의 조정 내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바로 원만한 해결이 될 것 같지는 않다. 특히 정치권‧시민단체도 가세한 상황에서 마사회도 마냥 정식 개장을 쉽게 결정할 순 없을 것이다.   

양측이 상대방에게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지 말고 조금씩 양보하면 ‘환경론’과 ‘합법사업론’의 절충인 ‘환경사업론’의 모델이 나올 것으로 본다. 구체적 방안은 잘 타협하면 나올 것 같다. 그나저나 장외발매소가 유사(類似) ‘도박장’인 점을 부인할 수 없고 이러한 사태가 전부터 발생했음에도 정부와 국회가 진작에 장외발매소의 설치·이전 또는 변경에 대한 적절한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말’(馬)을 사랑해서일까? 

<필/자/소/개>
필자는 중학교 시절까지 운동선수였는데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법조인의 인생을 살고 있다. 대학원에서 스포츠경영을 공부하였고 개인적‧직업적으로 스포츠‧엔터테인먼트와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 스포츠‧엔터테인먼트와 문화의 보편적 가치에 따른 제도적 발전을 바라고 있다. 그런 바람을 칼럼에 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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