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이 언론사주에 직접 전화를 걸어 법적 소송을 언급하며 자신과 관련된 기사에 항의, 기사가 삭제되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기자는 사실관계가 다르면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는 문제인데도 국회의원이 사주에게 소송을 하겠다고 압박하고 사장이 기사 삭제를 지시한 것은 언론탄압에 해당한다고 반발했고 끝내 사표를 제출했다.

아시아투데이 강세준 전 기자는 지난 24일 김성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동주택관리법안이 문제가 된 아파트 층간 소음을 해결할 수 없는 실효성이 없는 법안일 뿐만 아니라 아파트 입주민들의 권리보호는 도외시하고 관리소장들의 이익단체인 대한주택관리사협회에 특혜를 줄 수 있다는 취지의 기사를 썼다. 기사는 8월25일자 아시아투데이 1면과 3면에 걸쳐 실렸다.

그런데 기사가 나간 25일 당일 오전 편집국장이 강 전 기자를 찾아와 우종순 아시아투데이 사장이 해당 기사를 내리라고 지시했다고 통보한 후 온라인에 올라온 기사를 삭제했다.

강 전 기자는 기사 삭제 경위를 파악한 결과 김성태 의원이 우종순 사장에게 전화해 보도에 대해 고소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에 사장이 기사 삭제를 지시한 것을 확인했다.

강 전 기자는 이에 반발해 기사 삭제 당일 우종순 사장에게 항의하고 사표를 썼다. 국회의원이 언론사주에 전화해 기사와 관련해 압박한 것도 문제지만, 우종순 사장의 기사 삭제 지시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강 전 기자가 공개한 우종순 사장과의 통화 녹취록에는 김성태 의원이 기사를 내리라고 압박한 정황과 함께 우 사장이 기사 삭제는 편집인의 정당한 권한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종순 사장은 지난 27일 강 전 기자와 통화에서 "(김성태 의원이) 민사, 형사, 손해배상 청구로 사장, 대표이사, 편집인, 편집국장, 국장, 취재기자를 바로 고발하겠다고 했다"면서 "형사는 명예훼손, 민사는 손해배상으로 바로 들어간다고 했다. 기사를 빼주지 않으면 (소송)서류 다 준비해놓고 있다. 사장에게 최종 통보하고 소송하려고 일단 전화했다고 한다"고 털어놨다.

이에 강 전 기자는 "완벽한 허위기사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기자한테 해명 기회를 줘야 하는 게 아니냐"고 따졌지만, 우 사장은 "동의를 안 구했다고 할지라도 편집인으로 얼마든지 기사를 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 전 기자는 "법리적으로 기사를 내린 것은 업무방해에 해당한다. 기사를 내린 것은 사장"이라며 소송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우 사장은 "무혐의가 나오면 자네를 명예훼손으로 집어넣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
 

김성태 의원 측도 강세준 전 기자에 직접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다.

김성태 의원 고아무개 보좌관은 고발장을 찍어보내면서 "당신 같은 생양아치 기자는 내가 반드시 잡는다.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도"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강 전 기자는 이번 사태를 국회의원의 압박에 굴복한 언론사주의 언론탄압이라고 규정하고 업무방해 혐의로 김 의원 측과 우종순 사장을 고발할 계획이다.

김성태 의원 측은 우종순 사장에 기사 삭제를 지시한 적이 없고, 항의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고 아무개 보좌관은 2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김성태 의원이 입법로비를 받았다는 식으로 기사를 작성해 묵과할 수 없어 의원이 직접 우종순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한 것"이라며 "저희가 법안을 발의하긴 했지만 정부입법안이다. 부끄럽지만 '청부입법'을 한 것이고 정부쪽에서도 해명 자료를 냈다"고 말했다.

고 보좌관은 "김 의원이 (관련 기사는) 허위 사실 유포이기 때문에 우 사장에게 고발장을 준비해놨다. 알아서 판단을 하라고 했고, 사주가 (기사 삭제를) 판단 했을 것"이라면서 협박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김성태 의원실은 기사가 삭제됐음에도 강 전 기자를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우종순 사장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자신의 기사 삭제 지시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우 사장은 "편집인으로서 전체적인 것을 종합해서 판단한 것"이라며 "김 의원의 말을 종합해서 들어봤을 때 여러 문제가 있는 기사로 판단했다. (오히려) 강 기자가 회사에 먹칠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우 사장은 "김 의원이 협박을 한 적도 없고, 협박을 당할 사람도 아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으로 받아들였다. 제가 판단했을 때 편집인으로서 내리면 좋겠다고 했고 국장하고 상의해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강 전 기자는 “설사 기사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언론중재위원회를 비롯한 고소, 재판 등 법적 절차가 엄연히 있는데 이런 식으로 여당 실세라는 자신의 위세를 등에 업고 기자와 언론사를 압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아시아투데이 내부에서도 관련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젊은 기자들을 중심으로 이번 문제를 언론의 편집권이 권력에 의해 훼손된 일이라는데 공감하고 있다. 다만, 노동조합이 없어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창구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투데이 한 기자는 "후배 기자들이 이번 사태를 보고 힘이 많이 빠져 있는 상태"라며 "기자로서 누굴 믿고 생활을 해야 하는지 착잡하다. 솔직히 저 역시 사표를 쓰고 나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아무리 사주가 기자들의 월급을 주고, 자본에 예속돼 있다고 하더라도 기자들에게 변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기사를 삭제한 것은 말이 안된다"며 "후배들은 이번 일을 놓고 가만히 있어야 하느냐는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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