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논의를 묵살하는데 공세적으로 나서고 있다. 세월호특별법-민생법 분리를 외치고 있는 새누리당에 이어 이번엔 정홍원 국무총리가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회에 엄포를 놓았다.

정 총리는 오는 9월 1일 정기국회에 앞서 29일 발표한 대국민담화에서 “오늘 정기국회 개회에 앞서 국회가 우리 국민의 눈물을 닦아달라는 간절함을 호소 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국회 본연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비난했다.

정 총리는 “국회가 정상화되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만큼 우리 국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져만 간다”며 “정부의 거듭된 호소에 귀를 기울여 이제 국회도 한시가 급한 서민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촉구했다. 

정 총리는 특히 “시급한 민생경제·국민안전·부패척결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달라”며 “지금 경제활성화 법안을 비롯하여 세월호 관련 법안 등 국민을 위해 시급히 처리 돼야 할 많은 법안들이 국회에서 막혀 있다”고 주장했다. 정 총리는 “정부가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고 있는 경제활성화 관련 30여개 법안은 모두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총리가 제시한 경제활성화 법안에는 카지노와 사행산업 관련법이나 규제완화를 위한 제도개선 법안이 상당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정 총리가 세월호 관련법으로 제시한 것은 세월호 지원비용 회수를 위한 이른바 ‘유병언법’과 해경해체 및 국가안전처 설치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편안’이다. 정 총리는 “피해자 가족 지원을 포함하여 금번 세월호 사고로 인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약 6000억 원의 비용은 가해자인 청해진해운과 유병언 일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러나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소위 유병언법이라고 불리는 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 등이 통과되지 않으면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대부분 부담해야 하지만 그래서는 절대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세월호 관련법 모두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과는 무관한 법안으로, 원인에 대한 진단도 돼 있지 았은데, 처방부터 내리겠다는 앞뒤가 뒤바뀐 요구를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유경근 세월호가족 대책위원회 대변인은 2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304명의 무고한 목숨이 희생된 원인을 밝혀야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이자 시급한 현안인데도 이것부터 몇 달째 하지 않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 때문에 (법처리가) 안되고 있다고 말하기 전에 이것부터 제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것이 정답”이라고 지적했다.

정 총리가 민생법안을 강조한 것에 대해 유 대변인은 “민생법안 주장하길래 들여다보니 민생법안도 아니다. 규제완화와 관련된 법안들이 주로 담겨 있는데, 언론은 이런 것은 언급도 않고 있다”며 “우리는 또한 민생법안과 세월호특별법을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도 없는데 자기들끼리 그렇게 정해놓고 마치 ‘세월호 유가족’ 때문에 그런 것처럼 여론몰이을 하는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비판했다.

진실규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조직 개편부터 한다는 것과 관련해 유 대변인은 “해경이  구조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드러났으나 왜 그들이 구조하지 않았는지를 밝혀야 하는 것”이라며 “그래야 이후 처방을 할 수 있는 것인데, 그것은 생략한채 이렇게 몰아가선 안된다”고 반박했다.

정 총리가 사실상 야당을 겨냥한 것에 대해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2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총리가 새누리당과 똑같은 논리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그런 식으로 발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유 대변인은 “세월호 특별법의 핵심은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를 밝히는 것인데, 이를 밝히기도 전에 해경해체, 안전처 설립 등 개편한다는 것은 원인도 안 밝히고 고치겠다는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라며 “결국 진실이 밝혀지는 것이 두렵거나 뜻이 없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대변인은 특히 정 총리가 민생법을 강조한 것에 대해 “가장 중요한 민생법인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외면하면서 이제 와서 운운하는 정부의 민생법안을 들여다 보면 민생과 무관하다”며 “기득권과 대기업을 살려주기 위한 카지노 사행산업 활성화법안 등은 서민을 힘들게 할 뿐 아니라 우리당이 전혀 동의할 수 없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설령 국회에서 논의해도 합의가 불가능한 법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런 것을 숨기고 마치 세월호 특별법 때문에 민생법이 안되는 것처럼 프레임 짜고 공격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고 대놓고 거짓말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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