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생존학생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면담요청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세월호 생존학생 학부모들은 “살아남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대통령이 (특별법을) 약속해주면 안 되겠냐”며 “철저한 진상규명, 성역 없는 처벌로 우리 아이들에게 이 사회와 나라에 대한 믿음을 다시 심어달라”고 강조했다. 

27일 생존학생 학부모들에 따르면 생존 학생들은 지난 20일 청와대에 공식 면담을 요청했다. 단원고 생존 학생 학부모대책위 언론 담당 오지연씨는 27일 “아이들이 알아서 면담요청을 한 거라 따로 알릴 필요를 못 느꼈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아직 답변은 오지 않았다고 오씨는 전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서울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밝혔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학생들의 상태는 그리 좋지 못하다. 이들은 “요즘 아이들은 선생님과 부모님 몰래 친구들과 공부하던 교실로 온다”며 “멍하니 앉아있기도 하고 책걸상 줄을 맞춰 놓기도 한다. 좋은 것이 있으면 몇 개 더 사서 친구들 책상 위에 올려놓는다”고 밝혔다. 또 학교가 끝나면 걱정하는 부모님 몰래 친구들이 있는 추모공원에 가는 아이들도 여럿이라고 했다. 

   
▲ 지난달 16일 세월호 참사 단원고 생존 학생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단식 중인 유가족을 만나기위해 경기도 안산에서 출발해 국회까지 도보행진을 진행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병원치료와 약물처방을 받는 아이들도 늘고 있다. 진료 의사에 따르면 생존학생들에게 나타나는 트라우마 증상은 정의구현과 생존자 죄책감 등이다. 정의구현이란 자신이 당한 사고가 도저히 설명되지 않을 때 책임이나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고 생존자 죄책감은 다른 사람을 구하지 못했을 때 나타나는 것이라고 학부모들은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그런데 자신들을 구출하지 않은 사회가 진상규명조차 제대로 하지 않으려 안간힘 쓰는 모습을 보면서 살아남은 아이들은 어떤 마음이겠냐”며 “살아남았기 때문에 설명할 수 없는 죄책감으로 살아가는 이 순간을 어떻게 해야하나. 살릴 수 없었다면 이제 진실이 무엇인지라도 밝혀주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학부모들은 “우리는 아이들이 살아나갈 사회가 상식과, 합리, 선의와 정의가 넘치는 사회이길 바란다”며 “치유의 첫 발은 철저한 진상규명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달라. 살아남은 아이들이 죄책감이 아니라 4월 16일 그날 이후 우리 사회가 안전한 나라로 바뀌었다는 자부심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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