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는 뒷전, 사육에 눈먼 관피아 천국, 대한체육회 갈아엎어라"
"대한체육회는 사무총장 연봉올리기에 급급, 선수 보호는 뒷전. 제소는 언제 하냐"

지난 6월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대한체육회 앞에서 10여명의 중년 남성과 여성이 들었던 손팻말 내용이다.

김연아 피겨 선수의 팬클럽 소속 회원인 이들이 ‘과격한’ 구호를 내걸고 대한체육회를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지난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편파판정 논란으로 은메달을 획득한 것과 관련해 대한체육회가 제소를 통해 공식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그러면서 양재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을 비난하고 나섰다. 왜일까. 

김연아 팬클럽 회원들은 대한체육회가 정작 해야될 일은 하지 않고 양재완 사무총장의 연봉을 규정을 어겨가면서까지 올리는 등의 행태를 보인 것에 분노하고 있다. 대한체육회가 박근혜 정부가 척결대상으로 밝힌 관피아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양재완 사무총장의 '셀프 연봉 올리기'는 체육회 내부에서도 논란이 됐다. 현재 대한체육회 노동조합은 불법 사실이 이미 드러났는데도 문제를 시정하지 않고 있어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3년 5월 3일 문화체육관광부 출신인 양재완 사무총장이 대한체육회에 공식 취임하고 열린 인사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양 총장이 규정을 바꾸면서까지 자신의 연봉을 올린 정황이 담겨 있다.

대한체육회 연봉 규정에 따르면 관리직의 연봉 하한액은 6천9백만원이고 상한액은 8천5백만원이다. 2013년 5월 3일 대한체육회 인사위원회는 양 사무총장의 연봉책정과 관련해 연봉하한액의 120%를 책정, 8천2백80만원으로 연봉을 책정했다. 상한액인 8천5백만원을 넘지 않았기 때문에 적법하게 책정한 것이다.

그런데 양 사무총장은 인사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책정된 연봉 액수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고 2013년 5월 15일 자신이 위원장으로 돼 있는 인사위원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양 사무총장은 자신의 연봉을 하한액의 130%로 적용해 인상하도록 했다. 하한액인 6천9백만원의 130%를 적용하면 8천9백70만원이 되기 때문에 연봉규정인 상한액(8천5백만원)을 초과하게 된다. 연봉규정상으로 보면 양 사무총장이 규정을 어겨가며 자신의 연봉을 올린 셈이다.

이후 양 사무총장은 지난해 5월 23일 관리직 성과연봉지침서를 마련하라고 지시하면서 "성과연봉의 지급 등과 관련, 필요한 경우 회장이 별도로 정하여 시행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까지 만들었다.

대한체육회 노동조합은 입사 후 1년이 지난 다음 관리직 성과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연봉제 규정과 어긋나게 취임한 지 1년이 안된 양 사무총장이 성과급을 받을 수 있도록 관리직 성과연봉지침서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또한 규정상 불법이라는 반발이 커지자 지난해 7월 11일 3차 이사회에서 관리직의 하한액과 상한액을 각각 천만원 가량 올렸다. 상한액을 초과하는 연봉을 책정해 문제가 되자 상한액을 늘리는 '꼼수'를 통해 임의적으로 불법을 합법화 시켰다는 것이 노동조합의 주장이다.

노동조합이 법무법인에 자문을 구한 결과에서도 양 사무총장의 연봉 책정은 불법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법무법인 해인은 "신규 채용한 관리직 연봉을 연봉제 운영규정 상의 상한액 이상으로 책정하는 것은 기관의 규정 위반"이라며 "이로 인해 발생한 부당이득에 대해 환수하는 원상회복 조치를 행해야 하며 관련업무 담당자에 대해 그 고의 과실 정도에 따른 징계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임의로 관리직 성과 연봉 관리지침을 작성하고 이사회를 통해 상한액과 하한액을 올린 것에 대해서도 '불이익 변경'의 일종으로 근로기준법 절차 위반과 취업규칙 변경 절차 위반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해인은 "해당 조치로 인해 기관의 총액 인건비 중 특정인이 부당하게 많은 금액을 편취하는 결과가 발생됨으로 해당 조치의 효력 정지를 위해 이사회 결정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전했다. 법적 해석으로도 불법이라는 점이 확실해진 셈이다.

   
▲ 지난 6월 김연아 팬클럽 회원들이 대한체육회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는 모습.
 

양재완 사무총장의 '연봉 셀프 올리기'는 지난 1월에도 내부에서 큰 논란이 됐지만 현재까지 해결이 요원한 상태이다.

대한체육회 노조는 "노사협의회 및 단체협약에서 양재완 총장의 불법임금 책정에 대한 진실 규명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회사는 대한체육회가 위기에 있으니 양재완 총장의 비리를 덮고 가자고 한다"며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사무총장의 직위와 권력에 눌려 인사위원들이 불법을 자행하고도 공동으로 결정한 것이니 누구도 책임이 없다고 한다. 체육회가 거듭나기 위해서는 공직기강에 대한 문제에 대해 무엇보다 강경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지난 소치올림픽에서 김연아 금메달 반환을 위한 제소 요청과 관련해 체육회가 무엇을 했는가"라며 "시위 피켓을 보니 '관피아' 양재완 총장이 선수보호는 뒷전이고 본인 임금 올리는데만 급급하다는데 얼마나 창피한 일이냐"고 꼬집었다.

박권 노조위원장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소속 직원으로 내려간 소위 관피아가 33명이고 평균 연봉이 8천 8백만원이다. 연봉이 1억원이 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며 "더구나 비영리단체로 100% 국고 지원을 받는 대한체육회에서 인건비를 올려 가져간다는 것은 엄격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관리직 연봉을 규정을 어기고 올린 것은 특정 직업의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에 해당되고, 이사회 당시에도 노조와 협의하는 조건으로 통과시켰는데 단 한번도 협의하지 않았다"며 "개선이 되지 않으면 법 절차 위반과 배임 혐의로 법적 소송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 인사부는 "노조에서 문제를 삼고 있지만 당시 절차와 방법에 따라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한체육회 인사부 관계자는 "이사회 당시에도 일부 이사들이 노사 협의 사항이니까 (양 사무총장의) 연봉 관련 (인상)안건은 협의를 하고 올리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긴급 사안이니까 일단 이사회 안건으로 통과시켜 놓고 그 이후에 노조와 협의하는 방안으로 통과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노사간 해당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면서도 "이 문제는 이사회 통과가 돼서 시행을 하고 있고, 당시 체육회 결재 라인을 통해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특정인이 잘못됐다고 해서 재론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 상급기관에서 감사하던지 오류가 있으면 처분 결과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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