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금수공화국(禽獸共和國)

국회해산! 정권타도! ⑧

어제 오후 저녁 무렵 청와대경호실의 경호원들이 파장금항에 들어왔다. 그들은 파장금항 일대를 구석구석 수색했다. 검은색 양복 차림에 귀에 무전기 이어폰을 낀 경호원은 모두 40여명이었다. 그들은 포구와 마을 고샅, 그리고 인근 야산 등을 샅샅이 뒤졌다.

경호원들은 또 탈각장 뒤편의 매립지에 헬리콥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임시 헬기장을 마련했다. 파장금항 바다 속 갯바닥에서  갯벌을 퍼서 메운 매립지에 모래주머니를 원형으로 쌓았다. 그 형태는 마치 씨름판 같았는데, 면적은 조금 더 넓었다.  

청와대 경호원들의 이런 움직임과 공무원 등의 귀띔 때문에 영민국 대통령이 파장금항을 방문한다는 소문이 어젯밤 위도에 쫙 퍼졌다. 이 소식을 듣고 이른 아침부터 위도 주민들은 파장금항으로 향했다. 치도리와 딴치도리의 마을 이장도 벌써 파장금항에 가 있다.  

고창댁의 상여를 어깨에 메고 있는 상두꾼 조희오의 고민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졌다.

“씨발, 파장금엘 가야 되는 것이여, 말아야 되는 것이여? 파장금에 가서 운 좋게 대통령을 만나게 된다면 무슨 얘길 해야 되는 것이여? 우리 가족의 시신을 빨리 인양해 달라고 부탁을 해야 되는 것이여, 아니믄 내 어머니와 아들을 살려내라고 몽니를 부려야 되는 것이여? 씨부랄, 그것도 아니면 무능하고, 무책임한 대통령은 위도에서 물러가라고 외쳐야 되는 것이여?…”

조희오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괜히 나서서 사고를 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작은형 조희택의 말도 뇌리에 깊이 박혀 의식을 짓누르고 있다.  

“어너 어너 어너와 어와너!… 어너 어너 어어 너와 어와 너!… 어너 어어너 어어 너와 어와 너어!… 어너 어어너 어어 너와 어와 너어!… 간다간다 나는간다 황천길을 나는간다!… 어너 어너 어어 너와 어와 너!… 일가친척 많다지만 대신 갈사람 아무도 없네!… 어너 어너 어어 너와 어와 너!… 어너 어어너 어어 너와 어와 너어!… 어너 어어너 어어 너와 어와 너어!…”
 

상여 앞소리꾼을 위도에서는 ‘내미장군’이라고 부른다. 내미장군 김대수가 메기는 앞소리에 맞춰 뒷소리를 받고 있는 상여꾼 조희오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인당수에 수장된 어머니 이춘심과 아들 조동해, 그리고 이모부 임사공의 얼굴이 떠올라 눈물이 앞을 가렸다.

조희오는 눈물을 가득 머금고 있는 눈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어머니의 저승 가는 길을 단 1초라도 늦추려는 듯 꽃상여의 뒤끝을 붙들고 늘어지며 울부짖고 있는 상주 박문수의 모습에 그의 가슴이 미어졌다. 자신도 곧 저런 처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이 아팠다.  
“망월봉아 망금봉아 잘 있거라 나는 간다!… 어너 어너 어어 너와 어와 너!… 성지섬아 임수도야 언지 다시 너를 볼꼬!… 어너 어너 어어 너와 어와 너!… 징허구나 징허구나 저 바다가 징허구나!… 어너 어너 어어 너와 어와 너!… 객선타고 육지가다 이게 무신 봉변인가!… 어너 어너 어어 너와 어와 너!… 인당수에 빠진 영혼 어서 나와 한을 풀소!… 어너 어너 어어 너와 어와 너!… 이승에서 못다한 정 저승에서 나눠 보세!… 어너 어너 어어 너와 어와 너!… 어너 어어너 어어 너와 어와 너어!… 어너 어어너 어어 너와 어와 너어!…”

조희오는 감당하기 힘든 슬픔 때문에 더 이상 상여를 멜 수 없는지 상여꾼의 행렬에서 빠져 나왔다. 그런 다음 부둣가에 주저앉아 울부짖기 시작했다.

“어머니!… 엉어어어!… 동해야!… 어엉어어!… 엉어어어 이모부!…”

한참 동안 울부짖던 조희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파장금항으로 가서 대통령을 만나야 되겠다는 결심을 굳힌 듯 했다. 그는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현재 시간 오전 9시50분, 소문대로 대통령이 파장금항에 도착하려면 10분밖에 남지 않았다. 조희오는 뛰기 시작했다.

“씨발 사고 발생 사흘째가 됐는데도 승선 인원이 몇 명인지, 실종자가 몇 명인지 파악도 못허고 있는 이 개떡 같은 나라! 늑장 출동에 소극적인 대처로 단 한명의 생존자도 구출허지  못한 이 무능하고 대책이 없는 나라! 선박 구졸 변경허지 않았는데도 정원을 서른 네 명이나 늘려주고, 철공소 수준의 조선소서 연안여객선을 만들어도 눈감아 주는 이 도적놈들의 나라! 승객 명불 만들어 승선 인원을 무선으로 보골 허지 않았는데도, 항해살 태우지 않고 궂은 날씨에 출항을 했는데도 여객선 선사를 비호하고 뒤를 봐주는 이 썩어빠진 나라! 아 씨발, 이런 금수공화국의 대통령이 지금 파장금항에 찾아온다는데 어머니를 잃고, 아들을 잃고, 이모부를 잃은 유가족인 내가 그저 먼발치서 지켜만 보고 있어야 된 단 말인가? 가보자! 이 미개한 국가의 대통령이 위도 주민들 앞에서 어떻게 위선을 떨면서 자신허고 청와대의 책임을 다른 데로 돌리는지 가서 한 번 확인해 보자!…”

이렇게 각오를 다지며 조희오는 뜀박질에 속도를 붙였다. 숨이 차고 다리가 아프지만 대통령이 위도를 떠나기 전에 파장금항에 꼭 도착하고 싶었다. 그가 긴 딴치도다리를 건너 치도리 동천길 마을회관 앞에 도착했을 때, 위도초등학교 쪽에서 낡은 용달차 한 대가 다가왔다. 손을 들고 차를 세워 파장금항까지 태워 달라고 부탁을 해보고 싶었지만 용달차는 눈 깜짝 할 사이에 동천길을 빠져 나갔다.

“힘들어도 가자! 시간이 좀 늦더라도 가보자! 파장금에 가서 대통령한테 인당수 물귀신이 된 불쌍헌 영혼들으 주검을 조속히 인양하라고 요구허자. 무고허게 돌아가신 영혼들의 주검을 바다 속 미물들으 허기진 배를 채우는 요깃거리로 방치할 순 없지 않은가!  내 어머니의 손발을, 내 아들의 입과 눈을, 내 이모부의 코와 귀를 물고기가 파먹고 꽃게가 뜯어 먹으라고 놔둘 순 없는 일 아닌가!…”

조희오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자식 된 도리를, 아비 된 도리를, 조카 된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신세가 한심하고 처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윽 흐윽 흐으윽!…”

숨이 차서 헐떡거리면서도 조희오의 입에서는 낮은 곡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런데 이번 곡소리는 느낌이 좀 남달랐다.

“흐으윽 흐윽… 에잇 씨발 흐으윽!…”

서해훼리호 참사 당일, 조희오는 외삼촌 이윤복네 낚싯배 삼성호를 타고 위도에 들어왔다. 그런데 그를 대하는 큰형 조희진 내외의 눈빛은 매우 싸늘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관심은 실종된 어머니 이춘심에게만 쏠려 있을 뿐 조카 조동해는 관심 밖이었다. 조희오는 그 이유를 오늘 아침에야 어느 정도 짐작하게 되었다.

“내가 희오 너 헌티 이 말을 혀야 되는지 말어야 되는지 참말로 판단이 안서서 입을 꽉 다물까 했다만 언진가는 너도 알어야 될 것 같어서 허는 말인디, 너그 성 희진이허고 희택이는 물론이고 말이다, 너그 성수도 그러고 누나도 그러고, 심지어는 잉, 너그 매양도 마찬가지던디, 너그 오메가 이렇기 갑작시럽게 돌아가신 것은 순전히 너그 각시 때문이라는 생각들을 갖고 있지 뭐냐!… 희오 너도 잘 알고 있겄지만 사고 전날도 그러고 사고 당일 아침에도 그러고 너그 처가 독감에 걸린 동핼 부안이나 전주에 있는 큰 뱅원에 뎄고 가야된께 너그 오메 더러 애길 뎄고 객선이 뜨면 꼭 좀 객포로 나오라고 울며불며 신신당불혔는디, 그렇다고혀서 너그 오메가 동해 에미 땜시 돌아가셨다고 말 헐 순 없는 것 아니냐! 그런디도 너그 성지간들은 동해 에미 땜시 너그 오메가 돌아가셨다고 험서러 모다 한 통속이 되어가꼬 꽁알꽁알허던디, 나 참 다들 말이여 자식을 낳아서 키우는 사람들이 어찌끼 그럴 수가 있다냐!... 메누리가 아퍼서 사경을 헤매는 어린 자식을 큰 뱅원으로 뎄고 갈라고 씨오멩헌티 육지로 데리고 나오라고 헌 것이 무신 잘못이라고 다들 동해 에밀 살인자 취급을 허는지 참말로 난 그 속들을 알다가도 모리 것당께!…”

오늘 아침, 박양란이 이렇게 혀를 차며 전하는 말을 듣고 조희오는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 같은 절망감을 느꼈다.

“엉어어어 어머니!… 어엉어어 동해야!…”

이렇게 피울음을 쏟아내며 조희오는 위도초등학교를 지나 치도리와 진리를 잇는 가파른 고갯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진말잔둥’으로 불리는 해발 100m 정도의 고갯길을 피울음을 씹어내며 뛰어 오르자니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심장이 터질 것 같다.

그렇게 조희오가 진말잔둥의 9부 능선 쯤 다다르자 고개 너머 진리 쪽에서 위도 마을버스가 올라왔다. 마을버스가 치도리를 지나 대리 쪽으로 가기 위해서 진말잔둥을 넘어오고 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터라 그는 길섶으로 몸을 피했다.

버스가 지나간 뒤 그는 길 한 가운데로 걸음을 옮겨 다시 뛰기 시작했다. 흙먼지가 날아 와 눈 속으로 들어가서 눈을 비비고 있는데, 역시 진리 쪽에서 용달차 한 대가 진말잔둥 위로 올라왔다. 높은 고개를 넘기 위해서 속력을 최대한 끌어 올린 탓인지 용달차가 치도리 쪽 내리막길을 무서운 속도로 내려왔다.   

“아아악!…”

용달차가 자신을 덮칠 것 같아 조희오는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았다.

“끼익!…”

용달차의 브레이크를 급히 밟는 소리가 귀청을 울렸다. 천만다행으로 용달차는 조희오의 눈 앞 약 1미터 지점에서 멈춰 섰다.

“아 씨발, 누굴 죽일라고 작정을 한 것이여 뭣이여, 엉?”

조희오는 눈을 부릅뜨고 목청껏 고함을 질렀다. 그런데 용달차 운전자가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씩 웃었다.   

“아니 씨발, 무슨 낯짝으로 실실 웃고… 아 아니 만수 형님!…”

목에 핏대를 세우고 오른손으로 삿대질을 하며 대거리를 벌이려고 덤비던 조희오의 입이 딱 굳어졌다. 용달차 운전자는 다름 아니고 딴치도 출신으로 경기도 구리시에 살고 있는 김만수였다. 김만수는 내미장군 김대수의 동생이자 상주인 박문수네 고모의 둘째 아들이다.        

“아니 형님, 위도엔 언제 오셨어요?”

“어어, 오늘 아침 새벽에 위돌 들어왔는데, 외숙모 장례식 때문에 격포서 낚싯밸 차대해서 들어왔다만 근데 희오 너 지금 어딜가는거냐?”

“파장금에 가는 중이네요!”

“파장금엔 왜?”

“대통령이 온다고 해서요. 쫓아가서 따지든지 몸부림을 치든지 해서라도 이 답답한 상황을 좀 바꿔 볼려구요!”

김만수는 손목시계를 들여다 본 뒤 말꼬리를 이어 붙였다.

“얼른 타라, 내가 실어다 줄테니!”

조희오는 주저하지 않고 조수석에 올라탔다. 김만수는 진말잔둥의 좁은 고갯길에서 어렵게 차를 돌려서 오던 길을 되돌아갔다.  

“대통령이 시방 브리핑을 받고 있던디!”

“브리핑이라뇨?”

“어, 대통령이 헬리콥털 타고 파장금에 도착하기 무섭게 군발이 몇 놈이 미리 세워 놓았던 상황판 앞에서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브리핑을 허더라구!”

“대통령이 위도 주민들하고 대활 허는 시간은 없다고 허던가요?”

“글쎄 특별허게 그런 시간을 정했는지 모르겠다만 대통령이 당도허기 전에 말이다. 김두길이허고 잠시 얘길 나눴는데, 고 새끼 허는 말이 지가 뭐 위도 주민들을 대표해서 대통령한테 한마디 허기로 돼 있다고 자랑을 늘어놓던 걸!… 그러고 국회의원 김금수허고, 도의원 맹철수가 대통령한테 몇 가지 제안을 헌다고 허더라만…”

“김두길이 이 새끼도 유가족인가요?”

“글쎄다. 내가 오늘 새벽에 위도에 들어왔고, 지금 외숙모 묫자리 파는 일을 돕느라고 정신이 없다보니 위도 상황을 전혀 파악을 못해서 김두길이 고 새끼가 유가족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만, 그걸 왜 묻는데?”

“유가족도 아닌 놈이 위도 주민들을 대표해서 대통령한테 발언을 헌다니 열딱지가 나서 그러네요…”

김만수는 조희오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듯 했다. 조희오를 얼른 파장금항에 태워다 주고 외숙모의 장지인 작은 딴치도 가는 일이 급한 모양이다.

“형님, 그러면요, 제가 파장금에 가도 대통령을 만나기 힘들고설령 만난다고 허더라도 대활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없겠네요?”

“내 짐작으론 말이다. 대통령이 위도에 당도허기 전에 의전을 맡은 청와대 관계자들이 김두길이 이 새끼들이랑 입을 맞춰 대통령허고 얘길 헐 사람들을 사전에 정한 것 같고, 지금 파장금항에 청와대 경호원 수십 명이 배치돼 있는데다 경찰이 쫙 깔려 있어서 아마도 니가 선착장까지 들어가기 힘들 것 같은데 이 일을 어쩌면 좋냐?…”

조희오는 후회가 막급했다. 위도에 대통령이 오게 되면 어떻게 경호가 이루어지고 어떤 일정과 의전에 따라 움직이게 될지 미리  파악을 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김만수가 모는 용달차가 파장금항 어귀에 도착한 것은 오전 10시 35분쯤이었다. 김만수는 고창댁의 장지로 서둘러 가야 된다며 조희오가 내리자마자 차를 돌려 딴치도로 향했다. 파장금항 어귀에서는 경찰이 사람과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그 총책임자는 김 순경이다.

“들어갈 수 없습니다!…”

아침 식전에 이춘녀네 집에 들렀던 전경 두 명이 파장금항으로 들어가려는 조희오의 앞을 가로 막았다.

“야! 새꺄 저리 안 비켜!”

조희오가 전경의 가슴을 밀며 호통을 쳤다.

“죄송하지만 지금은 출입이 안 됩니다!…”

“왜 출입이 안 되는데? 내가 위도 주민이고, 또 유가족인데 씨발 대통령한테 헐 말이 좀 있다는데, 왜 못 들어가게 허는 것이여 새꺄?”

조희오와 전경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질 기미가 보이자 책임자인 김 순경이 끼어들었다.

“조희오씨! 죄송하지만 여긴 지금 출입을 할 수 없습니다!”

“왜 출입을 할 수 없냐고, 씨발?”

“보시다시피 지금 청와대 경호원들이 쫙 깔려 있고, 경찰도 군데군데 배치 돼 있습니다. 저흰 지금 여기서 대통령이 계시는 저기 선착장으로 향하는 사람과 차량을 통제하고 있는데, 9시40분부턴 그 어떤 사람도 들여보내지 않았습니다. 저기 선착장에 계시는 위도 주민들은 모두 일찍들 오셔서 소정의 절차를 밟았는데, 좀 일찍 나오지 그랬어요!…”

조희오는 말문이 막혔다.

“아니 이 개새끼들이 진리 이모네집에서 당한 걸 보복을 할려고 이러는 것이여 뭣이여 지금!…”

조희오는 이렇게 속으로 생각해 보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김 순경의 말에 토를 달 수 없는 형편이다. 식전에 이모 이춘녀네 집에서 했던 것처럼 경찰을 향해 무턱대고 큰소리를 치거나 성질을 부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국가 원수인 대통령의 경호를 위해서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경찰 앞에서 어쭙잖은 행동을 보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단단히 벼르고 또 별렀는데 목전에 대통령을 두고 예서 걸음을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기어코 오늘 대통령을 만나야겠다는 조희오의 눈앞에 펼쳐진 상황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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