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이 사람을 잡아 먹는다. 지금 한국사회의 현실을 요약하는 말이다. 너무나 많은 시민들이 구멍이 숭숭 뚫린 복지우산 아래서 비를 주룩주룩 맞다가 빚을 지고, 빚에 쫓기다 결국 빚에 잡아 먹히고 있다. 

송파 세 모녀의 경우를 살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세 모녀 가운데 어머니(61세)가 식당일을 해서 월소득 150만원을 벌었는데 1월말 낙상후 실직을 했다. 장녀(36세)는 당뇨와 고혈압에 시달리며 신용불량 상태였고, 차녀(33세)는 만화가를 지망하는 비정기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차녀 역시 신용불량 상태였다. 이들은 월세 50만원, 가스비 12만 5,420원,  의료보험료 4만 9천원과 식비를 썼다. 아무 것도 먹지 않더라도 한달에 생활비가 67만여원 적자였던 것이다. 세 모녀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데다 대출까지 막히자 결국 자살이라는 극한선택을 했다.

이들이 자살하기 직전 주인 아주머니에게 남긴 메모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면 사람이 아닐 것이다. "주인 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은 세계 10대 경제 대국의 반열에 올랐다고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민들이 취약한 복지체계로 인해 약탈적 대출산업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있다. 매일처럼 접하는 대출광고, 문자, 전화 등은 우리의 현실을 생생히 증명한다. 한국사회는 빚 권하는 사회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튼실한 복지제도이지 대출 금융상품이 아니다.

현재 금융채무취약계층은 약 322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대한민국 국민 15명 중 1명이 빚독촉에 신음하고 있다는 뜻이다. 생계를 위해 대출받은 돈은 일정한 소득이 없는 관계로 제때 변제하지 못한다. 그로 인해 원리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3개월 이상 이자 및 원금을 갚지 못하고 연체될 경우 금융기관이 이를 부실채권으로 분류한다. 은행 같은 제1금융권은 회전률을 높이기 위해 3개월 연체가 되자마자 대부업체에 부실채권을 매각한다. 부실채권을 유동화하는 것이다. 이때부터 채무자는 대부업체의 빚 독촉을 받게 된다. 지금과 같은 금융구조 속에서는 채무자의 기본권이 보호받을 길이 없다. 금융권은 영업이익창출을 위해 엄격한 심사 없이 경쟁적으로 금융상품을 광고하고 판매한다.

빚더미에 깔려 신음하는 이웃들을 도울 길은 없는 것일까? 부실채권을 매입해 소각해 주는 방법이 있다. 통상 대부업체가 금융권으로부터 부실채권을 매입할 때의 가격은 원금의 1~8%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면 모금을 한 후 모금한 재원을 가지고 대부업체로부터 부실채권을 싼 값에 매입해 이를 소각, 채무자들에게 새 희망을 조직해 줄 수 있다. 이를 도식화하면 '모금 → 부실채권 매입 → 부실채권 소각 → 소각 안내장 발송' 정도가 될 것이다.

물론 이 같은 빚 탕감 프로젝트는 선진국형 대출시스템 구축을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 선진국형 대출시스템 구축을 위한 중장기적 과제들을 달성해야 한다. 이 과제들은 파산/면책 프로그램 개선, 고금리 대출 규제, 불법 추심행위 규제 강화 등이다. 금융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힘의 극단적인 비대칭을 완화하고, 금융채무자들의 현실적인 고통을 덜어주는 동시에 채무자들이 대출원리금을 정상적으로 상환할 수 있도록 돕는 방책들이다.

빚 탕감 프로젝트에 시민들의 참여가 절실히 필요하다. 참여하실 분들은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http://landnliberty.cafe24.com/xe/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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