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을 벌이다 쓰러진 유민아빠 김영오씨를 대신해 8일째 단식 중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정치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단식농성이 곡기를 끊는 ‘자기파괴적’ 또는 ‘살신’의 투쟁이라는 점에서 새누리당 등에서는 분열과 극한의 정치라는 비난을 가하고 있지만 정치권의 잇단 연쇄 동조단식으로 이어지며 반향을 낳고 있기도 하다.

문재인 왜 단식 택했나 “나서야할 때라 판단”

문재인 의원은 단식에 돌입한 계기에 대해 유민아빠를 살리고 세월호 특별법을 통해 참사의 진상규명을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문 의원의 측근들은 본인이 나서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문 의원의 대변인격인 윤호중 새정치연합 의원은 2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김영오씨의 생명을 반드시 구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가 세월호 문제의 진상규명조차 못하는 상태로 잊혀지게 놔둬서는 안된다는 생각이었다”며 “유민 아빠를 살리는데 본인이 나서지 않으면 해결이 안되겠구나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동조단식을 시작한 문재인 의원이 단식 7일째인 지난 25일 광화문광장 농성천막을 방문한 지지자와 악수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윤 의원은 “여러 차례 가서 유민아빠 유족과 대화하면서 가족들이 그래도 진정성을 갖고 얘기를 하면 문 의원 자신의 말은 듣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며 “더구나 우리 국민도 아닌 교황마저 세월호 가족에게 고통을 함께 하는 모습을 보며 깊게 생각한 것”이라고 전했다. 윤 의원은 문 의원의 단식에 대해 정치권마저 이 문제를 묻어두고 가려는 시도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홍익표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 2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의원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정치권 연쇄 단식 반향 “퇴로 없는 선택…끝장 봐야”

문 의원이 지난 19일부터 단식에 들어간 이후 정의당 의원들, 정청래·이미경·유승희 새정치연합 의원, 통합진보당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도 잇단 ‘단식’에 돌입했다. 홍익표 의원은 “세월호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을 높였다”며 “나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홍 의원은 “내가 옆에 있었다면 말렸을 것”이라며 “탈출구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유민아빠의 단식이 중단되기 전까지는 나오기 어려운 퇴로가 없는 선택”이라면서도 “문 의원이 선택한 것이 당에 손해를 끼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른 정치인과 달리 문 의원이 하니 곧바로 반향을 끌어내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끝장을 봐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정치전문 블로거 임두만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야당 지도자는 정치적으로 승부를 봐야겠다고 결정했으면 정말 승부를 봐야 한다”며 “지금 문재인의 단식투쟁은 어쩌면 정치적 장래를 내 건 승부수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여당이나 야당 내 반대자, 또는 언론의 ‘딴지’에 굴복하지 않고 세월호 유족들이 원하는 특별법을 받아낸다면 문재인의 앞날은 탄탄대로”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윤호중 새정치연합 의원은 “문 의원의 단식은 정치적 효과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 세월호 문제를 정말 우리 사회의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충정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의원이 단식농성 8일째를 맞은 26일 오후, 농성천막을 찾은 세월호 유가족(오른쪽. 단식 20여일째)의 손을 잡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새누리·조선일보 화들짝 “흔들기…강경투쟁 부추겨”

새누리당과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화들짝 놀란 반응이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지난 24일자 사설을 통해 “대선 후보를 지낸 지도자의 처신으로는 가볍고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새누리당도 “문 의원이 ‘세월호 파행’을 주도적으로 부추기는 거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 24일) “지금 문 의원은 본인의 단식이 얼마나 명분이 있는 단식인지 자문해 봐야 한다”(김영우 대변인 25일) 등 연일 비판을 가했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문 의원의 ‘단식정치’에 부화뇌동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일부 언론은 정치적 지지자를 결집하고 박영선 체제를 흔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홍익표 의원은 “문 의원은 되레 그런 (권력) 의지가 너무 없어서 문제였다”며 “그렇게 전략적이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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