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이 고강도 대여 투쟁을 예고했지만 투쟁 동력에 한계가 있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과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가 직접 만나는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의 정치력 부재만 노출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26일 국회와 청와대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대국민호소와 정부여당 규탄 결의대회에 나서는 등 길거리 행동에 나섰다. 

앞서 문재인 의원 등이 서울 광화문에서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 단식에 동참했지만 당 지도부 차원에서 거리로 나선 것은 ‘세월호 특별법 정국’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유민 아빠 김영오씨를 만나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과 유족이 참여하는 여야 3자 협의체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 부여 문제나 특검 추천권 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없이 정부여당에 대화만을 강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청와대 인근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농성중인 세월호 참사 가족을 만난데 이어 문재인 의원이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광화문 광장, 김영오씨가 입원한 동부병원 등을 찾으며 세월호참사 가족들과의 접촉면을 넓혀갔다. 

   
▲ 새정치민주연합이 2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규탄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만난 유가족들은 “국민이 왜 나섰는지를 알아야 한다”, “새정치연합이 늦은 감이 있지만 올바른 길로 돌아선 것 같다”,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끝까지 해달라. 야성 잃은 야당은 필요 없다”, “더 이상 기다리라고 하지 말라. 의석수가 130이나 되는데 안 된다고 하지 말라. 이번 한 번만 믿겠다”는 질책과 격려가 쏟아졌다. 

가족들은 지난 두 차례 협상에서 새정치연합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했다. 가족들이 3자협의체에 응한 것도 세월호 특별법 제정 과정에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새누리당이 가족대책위와 직접 만나 대화의 물꼬를 트면서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 내에서는 3자 협의체가 성사될 경우 야당은 제3자로서 들러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족대책위는 26일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이 가족 의견을 충분히 들을 능력이 있는지 믿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27일 만남이 조금이라도 더 진전된 소통이 이뤄지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한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 가족이 26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농성중인 가족들의 점심 끼니인 배달 음식을 옮기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만시지탄이지만 늦었다고 결석하는 것보다 지각하는 게 낫다”면서도 “3자 협의체나 유가족이 직접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나선 것은 새정치연합이 제 역할을 못 했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이 평론가는 “새정치연합은 광장에서 가족과 함께 하면서 새누리당을 가족이 있는 광장으로 끌고 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이번 협상에서는 처음부터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정치연합 행보는 길게 보면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 시절부터 여론을 선도하지 못했고 그러다보니 여당에 맞설 힘을 갖추지 못했다”며 “게다가 협상 기술도 새누리당보다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새정치연합이 강경한 선택 외엔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면서도 “여당이 재재협상을 거부하고 있지만 정기국회를 앞두고 (이 문제를) 매듭짓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유가족과 직접 대화를 통해 조금이라도 진전된 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평론가는 그러면서도 “박영선 위원장이 협상 과정에서 가족대책위 의사를 묻지 않고 여당과 합의하는 같은 실수를 두 번이나 한 것은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것”이라며 “야당 내 새로운 리더로 부상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제거한 측면이 크다”고 평가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한 의원은 “새정치연합과 가족대책위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상황에서 가족들이 새누리당과 대화를 시작한 것은 나쁘지 않은 포석”이라며 “여당은 야당보다 부담이 큰 정기국회 파국으로 이번 사태를 몰고 가지 않을 것이다. 곧 좋은 결론이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참가 가족대책위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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