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일부 보수언론이 김영오씨에 대해 연일 맹공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공영방송 MBC도 ‘아빠자격 논란’을 맹목적으로 보도하며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세월호에 ‘침묵’하던 MBC, ‘아빠자격’ 들고나와

MBC는 지난 25일 <뉴스데스크> 12번째 꼭지 <“이혼 뒤 외면” “사랑 각별했다”>를 통해 관련 소식을 다루었다. 이 기사는 이날 오전 동아일보 기사 <유민아빠 ‘아빠의 자격’ 논란>의 방송 버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시작한, ‘김영오씨를 둘러싸고 아빠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는, 이른바 도덕성 비난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사건을 지독하리만치 외면했던 MBC가 김씨에게 불리한 국면에서는 리포트를 제작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인 것이다.

   
▲ MBC 26일자 방송
 

MBC는 “이틀 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김 씨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유민이의 외삼촌이라고 한 글쓴이는 ‘김 씨가 딸의 기저귀 한 번 갈아준 적 없으며’, ‘이혼 후 10년간 누나가 혼자 애 둘을 키워왔다’고 밝혔다”며 “그리고 ‘다른 세월호 유가족이면 이해하겠지만, 김 씨의 단식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고 밝혔다. 

MBC는 김씨의 SNS와 그의 딸 유나양 발언을 통해 외삼촌에 대한 김씨의 반박 입장을 전하며 양비론적 입장을 보였지만, 불거진 논란을 사실 보도로 정리해야 할 공영방송이 되레 논란을 부추기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어, MBC는 “김 씨는 또 보험금을 노린다는 소문에 대해서 학교에서 지급한 여행자 보험금을 모두 유민 엄마에게 양보했고, 금속노조원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엔 지난해 7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며 자동으로 조합원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KBS와 SBS는 관련 뉴스를 이날 전하지 않았다. 다만 JTBC <뉴스9>은 6번째 꼭지 <김영오 씨 루머 직접 확인해보니…“다정다감한 아빠”>에서 이 소식을 전하면서 김영오씨를 둘러싼 논란을 직접 취재하는 모습을 보였다.

JTBC는 “김씨가 전통 활쏘기, 국궁을 즐긴다면서 ‘양육비도 주지 않으면서 사치를 부렸다’는 의혹도 나온다”고 보도했지만, 김영오씨 소속 국궁협회를 취재해 ‘매달 3만 원 회비’만 내면 활쏘기를 즐길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JTBC 취재를 통해 밝혀졌지만 김씨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2년 전인 2012년 7월부터 시작한 것으로, 월 회비가 3만원에 불과하다. 양육비를 못 보내면서 취미생활을 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재차 해명했다.

조선, 김씨 과거 발언 들춰내 “지나친 적대감”
동아 논설위원 “김씨, 순진한 아빠 아냐”

‘아빠 자격’ 논란에 불을 지핀 조선일보는 26일에도 김씨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그의 과거 발언을 들춰내 ‘지나치게 과격하다’는 이미지를 덧씌운 것이다. 조선일보는 김씨가 무고한 딸을 비극적 사고로 잃었다는 사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 조선일보 26일치 10면
 

조선은 이날 10면 <“내 고집이 센지, 박근혜 고집이 센지 보여준다”>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43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씨가 과거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며 “김씨가 인터뷰에서 ‘박근혜 고집 꺾으러 갈 것’ ‘(특별법) 제정하는 순간 (정부와 정치인들) 자기 모가지 날아가는 거 아니까 안 해주는 거다’ 등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정치권에 대해 지나친 적대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한술 더 떴다. 송평인 논설위원은 26일자 35면 ‘횡설수설’ <동력 떨어진 유민 아빠의 단식>이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김 씨가 교황을 만날 때 보여준 인상적인 장면이 있다. 그는 교황과 대화하던 중 갑자기 교황의 가슴을 향해 손을 뻗더니 삐뚤어진 세월호 추모 리본을 바로잡아주는 여유까지 부렸다. 단식 중 여러 대중 행사에서 보여준 주눅 들지 않는 태도를 보면 직장 일이나 가정밖에 모르는 순진한 아빠는 아닌 듯했다. 그가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의 조합원이라는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송평인 논설위원, 26일 동아일보 ‘횡설수설’)

   
▲ 동아일보 26일치 '횡설수설' 오피니언
 

그는 또 “1년에 한두 번 보는 게 고작이었다고는 하지만 딸 잃은 아빠의 마음이 왜 아프지 않겠는가. 평소 딸에게 잘 못해준 것이 생각나 더 마음 아팠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생전에 아빠 역할을 잘 못한 사람이 사후에 아빠 역할 제대로 하겠다고 나서니 순순히 믿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순진한 아빠는 아니”라는 주장의 근거가 세월호 추모 리본을 바로잡은 것과 금속노조 조합원이라고 한다면 누가 이 글을 신뢰할까. 말 그대로 ‘횡설수설’이다.

한편, 김씨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경제적으로 극히 어려울 때 일정 기간 양육비를 보내지 못한 적이 있지만, 보험료는 계속 납입했다”며 “형편이 조금 나아진 3,4년 전부터는 전처, 자녀들의 핸드폰 요금까지 부담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또 “확인되지 않은 허위 사실 유포에 대응하고자 양육비 지출 내역 등 모든 자료 준비했다”며 “오늘부터 법적 대응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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