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에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으니 이제 벌써 130일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해결된 것은 거의 없다. 해결은커녕 더욱 꼬여가기만 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이처럼 일이 꼬이게 된 중심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다. 국회를 방패삼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청와대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아니, 집권여당을 통해 국회의 타협도 어렵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세월호 참사 문제 해결의 순리적인 과정은 다음과 같았어야 했다. 첫째 세월호 참사 구조에 실패한 해당기관과 대통령이 구조 실패에 대해 사과를 한다. 둘째 대통령은 빠른 시일 내에 구조 실패를 포함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조사하여 국민에게 알린다.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 셋째 국회는 대통령의 진상조사가 미흡할 시 국회 자체의 힘으로 더욱 철저히 조사하는 한편 행정부의 각종 대책에 필요한 입법을 행한다.  

일의 이러한 순서에 비추어 볼 때 그 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무엇을 했나? 우선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눈물로 사과했다. 그러나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뒤늦게 행해진 대통령의 사과는 선거용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았다. 다음으로 대통령은 해경을 해체하고 국가안전처를 신설한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급작스럽게 이루어진 이 같은 대책 역시 국민 분노를 무마하기 위한 포퓰리즘적인 처방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주목할 것은 세월호 참사 후 먼저 행해졌어야 할 대통령의 진상 조사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사과, 진상조사, 대책 마련이 일의 순서일진대 대통령은 뒤늦게 사과하고 서둘러 해경 해체와 국가안전처 신설을 발표했을 뿐, 왜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는지 그 진상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도 없었다. 대신,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국회의 일로 치부해버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히려 진상규명에  적극 나선 것은 국회였다. 세월호 참사 관련 특별법을 제정함으로써 그 진상을 규명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 특별법이 예정하고 있는 것은 진상규명위원회와 특별검사가 행하는 장기적인 진상규명이다. 그런 점에서 국회의 진상규명은 세월호 참사 직후 대통령이 내놓았어야 할 진상조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별도로 진행되어야 하는 이차적인 진상규명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진상규명은 현재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집권여당의 입장과 유족의 입장 차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집권여당의 경우 자신의 정부가 가해자이기도 한 상황에서 진상규명에 매우 소극적인 반면, 유족들 입장에서는 현재 여야가 합의한 내용으로는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의 노력이 거의 무산되고 있는 지금 그리고 이로 인해 야기되고 있는 유족들과 시민들의 항의가 증대하는 지금, 문제를 해결할 당사자는 대통령 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은 그 동안 세월호 참사 진상 조사를 실시하지도 않았고, 국회 타협의 여지조차 막아 왔다. 그러나 국회의 타협 노력조차 무산되고 세월호 참사 문제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사태 해결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  

   
▲ 정해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그럴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다음 두 가지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행정부 자체 조사를 실시하여 하루라도 빨리 국민 앞에 제출하는 것이 첫째이며, 국회로 하여금 진상규명에 대한 타협을 이룰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이 둘째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300여 명이 희생된 엄청난 사건의 발생에도 그 진상규명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야만적인 모습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는 무책임과 비겁함 그 자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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