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을 재합의했지만 유가족들의 반대로 재합의안은 무산됐다. 재합의안 역시 유가족이 원하던 ‘성역 없는 진상조사’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인데, 이후 새누리당과 언론의 유가족에 대한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이를 두고 MBC 내부의 기자들 사이에서도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의 물타기 보도를 따라하는 뉴스가 많아져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공세의 확산은 중앙일보가 시작해 조선일보가 가세하고 MBC가 따라간 형국이다. 타 언론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직접적인 공세를 가하진 않고 있지만,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책임을 축소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제만 부각보도하고 있다. 직접적인 공세가 아니더라도 새정치민주연합을 통한 간접 압박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선 중앙일보는 20일자 사설 <유족 앞에 가로막힌 세월호 합의안>을 통해 “새누리당은 거의 백기항복 하다시피 양보했다”며 “유족의 아픔을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유족들의 태도와 입장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앙은 “새정치연합도 원내 130석을 가진 거대 정당으로서 주어진 입법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 중앙일보 8월 20일자. 1면.
 

그리고 21일, 조선일보가 가세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세월호 유족들의 인내와 절제도 필요하다>에서 “진상 조사가 정쟁과 진영싸움의 대상이 되버리거나 한풀이로 받아들여지면 국민적 이해와 기대는 실망과 무관심으로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 8월 22일자. 1면.
 

조선일보는 22일 1면 <세월호법, 이젠 결단 내려라> 기사에서는 정계원로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새정치연합이 다수 국민과 민생을 위해 정치 리더십을 회복하지 못하면 민주주의와 대의정치가 붕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리더십’으로 포장했을 뿐, 세월호 유족들의 반발을 뿌리치고 세월호 특별법을 여야 합의로 만들라는 주문이다. 이날 조선일보는 유족들의 뜻에 맞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주장하는 사람들을 ‘외부세력’을 운운하기도 했다.

그리고 21일 밤부터는 MBC도 가세했다. MBC는 21일 리포트에서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안’을 유가족들이 거부하면서 정국이 다시 혼란에 빠졌다”며 “유가족들의 강한 반발로 여야 모두 정국 해법에 대한 방향을 잃어버려 세월호 정국의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국 혼란의 책임을 유족들에게 돌린 것이다.

   
▲ 8월 21일자.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등이 특정 주장을 하면 지상파 방송사가 가세하는 모습은 박근혜 정부 들어 낯익은 풍경이다.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식 문제도 조선일보로부터 시작했다.

MBC의 한 기자는 “MBC가 조선일보 따라 보도하는 게 한두 번 있었던 일이 아니”라며 “그러나 최근 보도를 보면 조선일보 특유의 ‘물타기’ 보도가 쏟아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부 기자들 다수가 파업 국면에서 채용된 시용·경력기자”라며 “아무래도 데스크의 입김이 많이 작용할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해 반대하는 기자들은 정치부에서 쫓겨날 텐데 쉬이 다른 각도에서 조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MBC의 또 다른 기자는 “사실 MBC는 늘상 해온 행태로 보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유가족을 설득시켜야 한다고 다수 언론이 보도하고 있지만 정작 이 사건의 최고 책임자는 청와대와 정부”라며 “프레임이 뒤집어진 것인데, 방송언론은 이를 비판 없이 보도하고 있고 정부 여당과 발맞춘 보수 언론을 방송사가 있는 그대로 따라하며 유족을 공격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미디어오늘은 22일 오후, MBC 안팎에서 일고 있는 보도 비판과 조선일보가 꺼내든 ‘유가족 책임론’ 프레임에 대한 김장겸 보도국장의 견해를 들으려 연락을 취했으나 김 국장은 “전화하지 말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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