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0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던 김영오씨가 병원에 입원하는 사태에 이른 것과 관련해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을 포함한 수도자들이 매일 단식미사를 벌이기로 결정해 주목된다. 또한 김영오씨의 단식농성을 지켜보던 시민들이 곳곳에서 동조단식을 하겠다고 나서 ‘단식 열풍’으로 번져가고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22일 아침 김영오씨의 병원 후송 소식에 긴급회의를 열어 오는 25일 오후 3시부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대통령의 회개와 책임 있는 약속이행을 촉구하는 전국 사제 수도자 단식기도회’를 열어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이날 오후 3시부터 단식기도회를 연 뒤 매일 저녁 6시30분 광화문 현장에서 미사를 봉헌하기로 했다. 전재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사무국장(평신도)은 2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오늘(22일) 오전 긴급회의를 통해 25일부터 단식기도회와 저녁 미사 봉헌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전 국장은 “사제단은 이미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5일까지 매일 점심 릴레이 동조단식을 펼쳐왔으나 아무 것도 바뀐 것이 없을 뿐 아니라 김영오씨의 단식도 길어져 애초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밤샘농성에 합류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김씨가 이날 병원에 실려감에 따라 단식기도회 및 매일미사로 방침을 정했다”며 “기간을 언제까지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세월호참사 국민대책회의의 세월호 특별법 동조단식 모집 공고.
 

사제단은 이날 함께 내놓은 입장을 통해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는 지난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출국 기자회견과 “절망한 이의 이야기를 바람에 날려 보낼 수는 없습니다”는 욥기(6, 26) 구절을 소개했다.

사제단은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속절없는 시간들이 흐른 뒤 교황의 따듯한 위로가 있었지만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여야의 진상규명 특별법 외면과 졸속 합의안 통과 행태, 단식 40일을 맞은 22일 새벽, 유민 아버지 김영오씨의 병원행을 두고 “또 한 생명이 우리 눈앞에서 꺼져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사제단은 “저 옛날 사순동안 곡기를 끊고 ‘정개’(다시는 잘못에 빠지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와 ‘회심’(과거를 뉘우치고 신앙에 눈을 뜸)으로 자신의 소명을 식별하던 예수를 떠올려본다”며 “유민 아버지의 40일은 나날이 희미해지는 생명을 지켜보며 애달음과 안타까운 마음들이 교차된 시간”이라고 예수의 40일 금식 ‘정개’에 빗대었다.

사제단은 “수장되는 생명들을 속수무책 지켜본 4월 16일 아침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얼마간의 애도 후에 이내 세상은 일상으로 돌아가라 소리쳤으며 우리 앞에 남은 것은 결국 비극 앞의 무심의 일상이요, 시간이 밀어붙이는 망각의 관성”이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치권에 대해서도 사제단은 “눈물을 잃어버린 이들”이라며 “저 옛날 40일의 정개로 자신의 길을 가늠했던 예수의 마음을 청할 때”라고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때 모습.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언’을 두고 사제단은 “이보다 단호하고 분명한 요청은 없다”며 “다시 모이고자 한다. 다시 가난한 손을 모아 함께 기도하고 눈물을 흘리려 한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비단 꺼져가는 생명 하나를 살리겠다는 절박함이 아니라 우리의 내일을 위한 절체절명의 기도이기도 하다”며 “어제의 죽음과 오늘의 생명, 다가올 내일의 죽음을 마땅하게 대접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일반 시민들의 동조단식 선언도 물밀 듯이 이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21일부터 ‘세월호 특별법 동조단식단 모집’을 실시한지 하룻만에 1만5000여 명의 시민들이 동조단식 신청을 했다고 22일 밝혔다.

국민대책회의는 동조단식을 함께 하는 방안으로 △광화문 동조단식 도는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 지지단식 동참 선언(http://bit.ly/sewolhotogether) △청와대 홈페이지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항의글을 남기기(http://bit.ly/1oTCxyZ) △자신의 SNS 프로필 사진을 단식 동참 이미지로 등록(http://sewolho416.org/2323) △각자의 자리에서 단식 참여나 1인시위 인증샷 전송(트위터 @sewolho416) 등을 제시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