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언론의 세월호 참사 유가족 압박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유가족들이 요구했던 진상조사위원회의 수사권·기소권 보장에 대해 ‘애초 불가능한 위헌적 요구’라고 규정했고, 동아일보는 유족들에게 “국민의 눈을 돌아보라”고 했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박근혜 대통과 여당 책임론을 제기했다. 세월호 참사 정국에 정작 정부여당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정치실종 현상 뒷면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2심 법원이 삼성 백혈병에 대해 산재로 인정했다. 대부분 언론이 이를 지면에 실었지만 조중동에서는 이 소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다음은 22일자 전국 종합일간지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세월호특별법 난국’ 청·여당이 안 보인다>
국민일보 <박상은·조현룡·김재윤 구속>
동아일보 <등떠밀린 출석…여야 의원 3명 구속>
서울신문 <‘방탄’ 뚫렸다…與2·野1명 구속수감> 
세계일보 <성난 민심에 뚫린 ‘방탄’>
조선일보 <세월호法, 이젠 결단 내려라>
중앙일보 <부산~규슈 200km 해저 전력망 추진 “손정의 회장 동참”>
한겨레 <“박 대통령이 답하라”>
한국일보 <방탄 뒤에 숨으려다…의원 3명 결국 구속>

조선 “수사권·기소권, 애초 협상 대상 안돼”

조선일보는 3면 기사 <與野, 애초에 불가능한 걸 협상한다며 시간만 끌었다>에서 “유족들은 20일 ‘수사권과 기소권 없는 특별법은 껍데기 특별법에 불과하다’며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기소권 부여를 요구하고 나섰다”면서 “법조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우리 사법체계 근간을 흔드는 위헌적 발상’이라며 ‘애당초 정치적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 조선일보 22일자 3면 기사
 

조선일보는 “법조인들은 유족들 주장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며 법조계 반응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형사법상에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사실상 검찰이 독점한다. 특히 기소권의 경우 형사소송법에 '기소독점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검사만 기소할 수 있다는 뜻이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재단(裁斷)할 수 없다는 '자력구제 금지'라는 형사법 대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국회가 법률로 정한다면 진상조사위에 수사·기소권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세월호특별법에 적용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반정부 집회 단골 주동자들”

보수신문은 유가족들과 함께 이들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해온 국민대책위원회와 문재인 의원, 시민사회를 정조준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세월호 유족 도와준다며 오히려 망치는 사람들>에서 “이 단체에는 한·미(韓美) FTA 반대 시위, 광우병 촛불 시위, 지난 대선 불복 촛불 집회의 단골 주동·출연자들이 모여 있다”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또한 “문 의원이 대표하는 새정치연합 내 친노(親盧) 세력은 시민 단체 출신 의원들과 뭉쳐 여야 합의를 깨뜨리는 일을 주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의당, 통합진보당 사람들도 단체로 유가족 단식 농성에 동참하며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좌파 교육감 10여 명은 며칠 전 단체로 세 끼 동조 단식을 했었다”면서 “연예인들 사이에선 '세월호 유가족 지지' 인증샷을 올리는 게 유행할 조짐이다”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과거의 예를 보면 이들은 모두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고 나면 나중에는 유가족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도 하지 않고 돌아설 사람들”이라면서 “이런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세월호 문제는 정치싸움과 한풀이로 변질된다. 유가족과 국민 사이의 거리도 그만큼 멀어지게 된다”고 했다. 

   
▲ 동아일보 22일자 사설
 

동아일보도 사설 <새정연 강경파와 세월호 유족, 국민의 눈을 돌아보라>에서 “장 의원을 비롯한 운동권과 좌파 시민단체 출신, 친노가 주축인 강경파가 ‘왜 유가족들과 사전 협의하지 않았느냐’며 당 지도부를 흔들고 있다”면서 “대통령과 정부를 적으로 간주하고, 자신들이 세운 협상대표도 인정하지 않은 채 유가족들의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는 주장은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간주했다. 

이어 “유가족을 빌미 삼아 대(對)정부 투쟁 강도를 높이려는 새정치연합 안팎의 강경파가 유가족과 일반 국민의 간극을 벌려 놓고 있다. 끝을 모르는 그들의 요구에 피로감을 토로하는 국민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세월호특별법’ 뒷짐 쥔 여권 

하지만 이 언론들은 정작 세월호 참사에서 무능력한 구조로 참사를 키웠던 정부 여당이 세월호특별법 정국에서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비판은 하지 않고 있다. 이 비판은 경향신문과 한겨레에서 나왔다. 

경향신문은 머리기사 <‘세월호특별법 난국’ 청·여당이 안 보인다>에서 “세월호특별법 표류로 정치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세월호 참사 가족 설득을 야당에만 맡긴 채 뒷짐을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22일자 머리기사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20일 “우리 사회에 불신 풍조가 만연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세월호 가족을 만났지만 이들 말에 귀기울이기보다 가족을 탓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세월호 가족을 국민과 분리하며 대립시키기까지 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는 21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서 “(가족과 국민 뜻이) 같다고 생각지 않는다. 전체 국민 의사를 물어보지 않았다”고 했다.

청와대는 세월호 해법을 국회로 미루고 있다. 민경욱 대변인은 21일 “세월호특별법은 여야가 합의해 처리할 문제로 대통령이 나설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하는 사회 각계의 목소리를 1면 머리기사로 뽑았다. <“박 대통령이 답하라”>이다. 

   
▲ 한겨레 22일자 머리기사
 

노동·문화예술·법조·종교·언론·학계 인사 170명은 21일 오후 청와대가 보이는 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은 5월19일 담화문에서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 여야, 민간이 참여해서 진상조사를 하는 특별법을 만들겠다’고 해놓고서, 지금 와서는 여야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자신이 한 말을 쉽게 뒤집고 있다”고 비판했다. 

단원고 학생 고 김유민 아버지 김영오씨는 청와대 면담 신청서를 작성했지만 청와대는 이날 거듭 ‘면담 불가’ 입장을 밝혔다. 

여야 원내대표 빠른 협상엔 김기춘 압박이?

한겨레는 3면 기사 <정치실종 몰아가는 '보이지 않는 손' 있나>이번 정국에 대한 김기춘 비서실장의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특별검사 후보 추천위 여당 몫 2명에 대해 야당과 유가족의 ‘사전동의’를 받오록 한 것은, 청와대의 재가를 거치지 않은, 순수한 자신의 ‘작품’임을 애써 강조했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세월호 가족들의 동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합의를 받아들였다. 

   
▲ 한겨레 22일자 3면 기사
 

한겨레는 이를 두고 “시간을 끌 경우 ‘사전동의’안이 후퇴할 수 있다고 걱정했기 때문”이라면서 “역설적으로 여야 원내대표 모두 김기춘 비서실장의 개입을 두려워했다는 얘기가 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김기춘 실장은 특히 검찰 조직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통제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최근 검찰의 국회의원 비리 의혹 수사를 고리로 여야 원내대표들의 이른 협상 완료를 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또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행보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 신문은 “‘여당이 양보해야 한다’는 정치적 소신을 갖고 있는 그가 최근 정국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지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국회의원 3명 구치소 수감 

‘입법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60)·신학용(62)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21일 밤늦게 기각됐다. 

두 의원과 함께 입법로비 혐의를 받고 있는 같은 당 김재윤(49) 의원과 ‘철피아’(철도+마피아) 비리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조현룡(60) 의원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가 중대하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인천지법 안동범 영장전담 부장 판사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박상은(65) 의원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김 의원과 조 의원은 서울구치소에, 박 의원은 인천구치소에 수감됐다.

검찰, 야당탄압 수사 의혹 

서울신문은 3면 기사 <신계륜·신학용 놓친 檢…'야당 탄압' 강한 반발 부딪힐 듯>에서 새정치연합 신계륜 신학용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방탄국회’를 뚫은 검찰로서는 ‘야당 탄압’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고 전했다. 

   
▲ 서울신문 22일자 3면 기사
 

서울신문은 “검찰은 수사 착수 전부터 ‘소환→구속영장 청구→구속→사법처리’의 수순을 그려놓은 듯했다”면서 “(그러나)법원은 이들을 구속하지 않고서도 수사는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법원은 두 명의 신 의원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김민성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이사장의 진술 신빙성이 떨어지고, 신학용 의원의 경우 출판 축하금과 관련해 대가성이 있다는 검찰 판단과는 달리 법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김재윤 의원이 구속되기는 했지만 야당 의원들의 범죄 혐의가 새누리당 조현룡, 박상은 의원보다 무겁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신문은 “검찰 기소에 이은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법원이 야당 의원들의 구속영장만 기각한 만큼 야당의 ‘구색 맞추기 수사’라는 비판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조중동이 무시한 삼성백혈병 판결 

법원이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고 황유미ㆍ이숙영씨에 대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고인 황씨와 이씨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습식식각 공정 등에 근무하면서 벤젠 등의 유해물질에 노출됐을 개연성이 있고, 이로 인해 백혈병이 발병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 한국일보 22일자 12일자 기사
 

하지만 함께 소송을 냈던 송창호씨와 김은경씨, 고 황웅민씨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송씨와 김씨는 현재 악성 림프종 진단을 받아 투병 중이다.
 
법원의 항소심 판결에 대해 유족들과 삼성직업병 피해자 모임인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는 “삼성의 책임이 인정된 의미 있는 판결”이라면서도 “패소한 나머지 노동자들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반올림은 이번 판결이 비슷한 소송을 진행하는 다른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를 비롯해 경향신문, 국민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겨레는 이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조선, 중앙, 동아는 지면에 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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