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내 가혹행위·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가 오히려 왕따를 당하고 부당한 처우를 당한 이아무개 하사(현재 중사)의 아버지가 공군 헌병대 조사관을 포함한 가해자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

다산인권센터는 2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가혹행위를 말했다고 6년 동안 따돌림 당한 부사관이 있다”며 “군대 내 인권 사각지대인 부사관 제도에 대한 근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2007년 19세에 군 부사관에 지원해 자원입대한 피해자 이모 하사는 헌병 병과에 배속됐다가 고참 간부에게 폭언·폭행·성추행 등 가혹 행위를 당했다. 이 하사는 2009년 5월 헌병 인트라넷을 통해 고참 간부의 가혹 행위와 부항 처우를 신고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이 하사에 대한 강압적 조사와 징계 뿐이었다. 부서장인 고모 중사, 이모 상사 등은 경징계(견책)를 받았고 포대장인 소령은 징계 없이 타 부서로 전출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사건은 해결되지 않았다. 이 하사는 타 부대로 전출된 후에도 이 사건으로 따돌림과 비난을 받았다. 노력 끝에 헌병 수사관 양성과정인 양성부사관직에 임명됐으나 가해자 중 한 명의 e-메일 투서로 이 마저도 위태롭게 됐다. 이 하사는 자살을 결심했으나 이를 눈치챈 이 하사의 부친과 형 노력으로 최악의 상황만은 면하게 됐다.

   
▲ 이모 하사 부친인 윤한수 씨가(오른쪽) 21일 서울 마포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유리 기자
 

이 하사의 부친 윤한수씨는 “강원도에서 경기도 수원을 매일 같이 찾아가 아들의 수사관직 유지를 위해 재심 요청도 하고 항의도 했으나 결국은 아들이 올해 3월 수사관에서 해직됐다”며 “아들이 이 통화에서 ‘지난 두 달 간 함께 싸워주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정말 힘들어요’라고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윤씨는 “기분이 이상해 큰 아들에게 알렸더니 둘째(이 하사)가 큰 아들 집에서 자살 시도를 한 것이 발견돼 겨우 살렸다”며 “하지만 군에서는 눈도 깜짝 안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들이 수사관으로 일하는 것도 더는 원하지 않고 가해자 처벌이라도 제대로 해 달라”며 “이번 수사관 해임 과정에서 아들에 대한 가혹행위 사실을 안 것도 힘들지만 꽉 막힌 벽 앞에서 혼자 수사관 비리 수사 등을 요구하는 지난 7개월 간 너무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김칠준 변호사는 “자살·타살이 있어야만 관심을 갖지만 이 사건은 군 내 인권침해의 전형적인 사례라 주목해야 한다”며 “이 하사 사건은 군의 구조적인 문제제기에 대한 구조적 개선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구체적으로 인권침해 사건을 제보하면 철조한 수사와 교육·처벌 등 후속조치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재 군 내에서는 미온적인 수사와 미온적 처벌, 가해자에 대한 왕따와 보복이 이어지면서 결과적으로 제보 자체를 막는 시스템으로 움직인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은 국가인권위에 제소하고 군 인사소청심사위원회에도 제기한 상태”라며 “부모와 변호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 하사를 수사관에서 해임되도록 결정적 역할을 한 가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석진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활동가는 “부대 내 인권 상황이 점점 열악해 지고 있다”며 “사단장의 임의 징계가 2007년 3000여 건에서 2012년 6500여건으로 증가했고 자살률도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활동가는 “군내 인권침해 상황 개선을 위해서는 군내 민주주의·인권 상황에 강화돼야 한다”며 “결국 군은 옴부즈만 제도를 통해 민간의 지속적인 감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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