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일간의 단식으로 인해 피골이 상접한 유민이 아빠 김영오는 제 몸을 가누는것조차 힘겨워 보였다. 지팡이에 의존하지 않고는 걷기도 어려운 남자가 휘청이며 청와대로 향하는 걸 경찰은 한사코 방해했다. 유민이 아빠는 천신만고 끝에 청와대 민원실에 도착해 대통령면담신청서를 작성했고, 농성장에 돌아와 몸져 누웠다.

 

채 피기도 전에 비명횡사한 딸이 왜 죽었는지를 정확히 알고 싶다며 유민이 아빠 김영오는 목숨을 건 단식을 하고 있지만, 국정을 책임진 청와대와 새누리는 별 반응이 없다. 박근혜는 "세월호 특별법은 여야가 합의 처리할 문제"라는 하나마나한 소리를 하며 유민이 아빠 김영오의 면담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재해의 예방과 구제에 완벽히 무능했던 박근혜는, 사고 직후의 결정적인 7시간 동안 어디서 무얼했는지도 모를 박근혜는, 국정최고책임자로서의 책임에 대해 단 한번도 진심으로 인정하고 사죄한 적 없는 박근혜는, 살지도 죽지도 못한 채 죽은 자식을 위해 곡기를 끊은 부정(父情)이 애처롭게 내민 손을 매몰차게 뿌리쳤다. 이렇게 잔인해도 되는 것일까? 이렇게 비정해도 되는 것일까? 아니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일까?

지방선거 승리와 재보선 압승 이후 박근혜는 세월호에 대해 언급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이미 세월호는 박근혜의 머릿 속에서 잊혀진 일인지도 모르겠다. '대통령은 국사를 돌보느라 바빠 유족들을 만날 시간이 없다'는 이정현의 구차한 변명이 무색하게 박근혜는 영화 '명량'도 보고 새누리당 중앙위원들과 청와대에서 오찬도 하는 등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있다. 박근혜에게 없는 건 시간이 아니라 진심이다.

대 통령 취임 이후 경험한 것처럼 박근혜에겐 능력이 없고 책임감이 없다. 거기에 더해 세월호 사태가 극명히 보여주듯이 박근혜에겐 측은지심과 공감능력도 부재하다. 최근 세월호 유족들을 대하는 박근혜의 태도를 보면 박근혜에겐 숫제 마음이 없는 것 같다. 이런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도 무려 3년 6개월 남았다.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족들이 너무 가엾고, 대한민국의 운명이 안쓰럽다.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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