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전 KBS 사장이 지난 7일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해임 처분 취소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했다. 길 전 사장은 JTBC와의 통화에서 “뉴스 보도에 개입한 사실이 없으며, 해임 사유에 해당되는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길 전 사장은 소장에서 자신은 KBS의 공정방송을 위해 노력했고 세월호 침몰 참사와 관련해 편파적인 보도를 강요하거나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길 사장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소장에 있는 내용 외에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KBS 내부에서는 길환영 전 사장이 정연주 전 사장의 전철을 참고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당시 감사원이 정연주 전 사장에 대해 배임을 명목으로 KBS 이사회에 해임을 요구했고, 곧 KBS 이사회는 정 전 사장을 해임했다. 이후 정 전 사장은 배임혐의에서 무죄를 받았으며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 길환영 전 KBS사장 ⓒKBS
 

그러나 정연주 전 사장의 경우와 길환영 사장의 경우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KBS본부) 관계자는 “정연주 사장은 당시에 감사원에서 배임혐의를 씌웠지만 길 전 사장의 경우 이사회에서 리더십에 부재 등 더 이상 사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하기 힘들다고 해서 그런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본인이 보도에 개입한 적 없다고 주장하더라도 김시곤 국장의 폭로가 있었고, 실질적으로 재임기간 동안에 ‘청영방송’이라는 논란을 빚었다”며 “결국 길 사장은 정치권력으로부터 KBS를 지켜내지 못하고 오히려 청와대의 입김에 자유롭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결국 보도본부 간부들조차 권력으로부터 개입을 지키지 못한 사장으로 낙인을 찍고 보직사퇴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길 사장에 대한 평가는 이미 KBS 전직원들에 의해 판가름이 났다”며 “오히려 후배들을 위해 자중하고 KBS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될 수 있도록 조용히 뒤에서 도와야 할 분이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명예회복을 하겠다는 것은 무리하고 후안무치한 도발이 아닌가”고 비판했다.

한편 길환영 전 사장은 지난 5월 김시곤 전 보도국장이 “사사건건 보도에 개입했다”, “청와대만 보고 가는 사람”이라고 폭로한 이후 KBS 내부에서는 사상 첫 양대노조 파업이 벌어지는 등 구성원들로부터 거센 사퇴요구를 받았다. 결국 KBS 이사회는 지난 6월 길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가결시켰고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이를 재가함으로서 길 사장은 사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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