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청와대가 유가족이 요구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외면해 김영오씨의 단식일수가 39일째에 이르자 이번엔 만화가들이 동조 릴레이단식 농성에 동참하고 나섰다.

박재동 화백을 비롯해 만화 ‘풀하우스’의 원수연 작가, 웹툰 ‘사랑IN’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전세훈 작가, ‘꽃’과 ‘노근리 이야기’ 등을 통해 강한 메시지를 던졌던 박건웅 작가, ‘그래도 희망을’에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알린 김신 작가 등은 21일 광화문 앞에서 동조단식에 돌입했다. 이날 김신‧원수연‧전세훈 작가의 단식을 시작으로 만화가들의 연대는 확대할 전망이다.

김신 작가는 “세월호 국면에서 박근혜 정부가 보여준 대응과 대처가 매우 실망스러웠다”며 “40일 단식을 할 정도로 유가족들은 절박한데 정치권과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 같이 아픔을 나누고 함께 싸워야겠다는 생각에 만화가들이 참여한 것”이라고 밝혔다.

   
▲ 만화가들이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응답하라 특별법”이라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김신 만화가가 21일 서울 광화문 릴레이단식 농성에 동참하고 있다. (사진 = 김도연 기자)
 

김 작가는 “유민 아버지 단식 농성이 너무 길어지고 있다. 너무 위험하다”며 “우리 만화가 연대가 미력하게나마 유가족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힘을 더할 수 있다면 나온 보람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23일부터 일주일 동안 ‘2014 세월호 추모 특별만화 기획전-100일의 기억’ 전시회를 연 바 있다. 한국만화가협회 소속 만화가 140여 명이 만화를 통해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하자는 취지로 열렸던 행사였다. 이들은 오는 25일 국회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시작으로, 경남 김해 봉하마을, 광주비엔날레, 부산국제영화제 등을 순회할 예정이다.

전세훈 작가는 “이틀 동안 릴레이단식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화가만 20명”이라며 “만화가들이 앞으로 더 많은 참여를 할 예정이다. 하루바삐 ‘유민 아빠’의 단식이 끝나길 바라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박근혜 정부는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박재동 화백. (사진 = 김도연 기자)
 

‘풀하우스’의 원수연 작가는 “만화가들이 마감에 치이다보니 마음이 동해도 행동은 느리다”면서도 “그러나 한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이를 방치하는 한국 사회가 너무 끔찍했다. 그래서 함께 나왔다. 아픔을 이렇게 방치하는 게 어딨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 작가는 “정치권은 자기 이득만 생각하지 생명의 존엄을 무시하고 있다”며 “더 이상 생명의 불씨가 줄어드는 비극은 없어야 한다.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 이 자리에 앉게 됐다”고 밝혔다.

   
▲ 박건웅 작가가 자신이 그린 그림에 '수사권'이라고 쓰고 있다. (사진 = 김도연 기자)
 
   
▲ ‘유민 아빠’ 김영오씨를 그린 이도현 작가의 작품. (사진 = 김도연 기자)
 
   
▲ 전세훈 작가(왼쪽)과 원수연 작가가 21일 서울 광화문 릴레이단식에 참여했다. (사진 = 김도연 기자)
 

이들은 앞서 오전 11시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의 진실”이라며 “한 점의 거짓도 포함되지 않는 ‘완전한 진실’이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그 진실 뒤엔 책임자에 대한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별법에 강력한 ‘수사권’과 ‘기소권’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전했다.

만화가들은 “세월호의 아픔에는 ‘피로도’가 있을 수 없다”며 “아픔은 그냥 계속 아플 뿐이다. 이것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약은 유족들과 국민들이 원하는 특별법 제정이다. 세월호의 진실이 규명돼 대한민국이 바로 설 때까지 이 모든 과정을 기억할 것이다. 결코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