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여야 재합의를 거부하며 국회와 대통령에게 “우리 가족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합니까”라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20일 밤 176명이 참가한 투표에서 137명이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안’에 반대를 표하면서 발표된 것이다. 30명은 특별법 수용 의견을 밝혔으나 14명은 기권했다.

세월호 가족들은 성명에서 “실종자 10명은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 하고 있고 유민이 아빠는 40일 가까이 죽음의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데 우리 가족들 보고 정치의 한가운데서 흥정을 하라고 강요한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어 이들은 “(우리가 어떻게 해야할지) 답해야 할 사람은 대통령과 청와대, 국회와 정부”라고 강조했다.

가족들이 성명에서 요구한 것은 총 3가지로 △청와대는 지난 3개월 동안 대통령의 약속이 어떻게 지켜졌는지 답할 것 △국회는 합의 내용이 어떻게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에 기여할 수 있는지 설명할 것 △국정조자 과정 등에서 약속했던 야당 여당 피해 가족들 간의 3자 협의체를 즉각 구성할 것이다.

가족들은 성명에서 “누구는 세월호 피로감을 이야기하며 이제 그만 죽은 넋들을 놔주라고 한다”며 “하지만 그 누구보다 지치고 힘든 우리들은 여기서 주저앉는 것이 죽은 넋들을 두 번 죽이고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또 다른 죽음들에 눈 감는 것임을 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족들은 “(청와대와 정부 답변을) 기다리겠다”며 “이번이 마지막 기다림이 될 것이다. 더 이상 기다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래는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발표한 긴급성명 전문이다.

   
▲ 세월호참사가족대책협의회가 12일 국회 본청 앞에서 양당의 7일 세월호특별법 합의안을 파기하라고 외치고 있다. 가자회견 중인 가족들 사이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입간판이 보인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여야 재합의를 거부하며 대통령과 국회에 호소합니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리 가족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합니까? 실종자 10명은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 하고 있고, 유민이 아빠는 사십일 가까이 죽음의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데 우리 가족들 보고 정치의 한가운데에서 흥정을 하라고 강요합니다.

우리는 지치고 고통스러운 몸과 마음을 이끌고 약 130일을 버텨왔습니다. 우리 아이들, 우리 가족들은 왜 죽을 수밖에 없는지를 알고 싶었습니다.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는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야 했습니다. 다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앞으로 한 명의 소중한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청와대 국회 광화문 등지에서 성역없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외쳤고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 곳곳을 돌며 400만의 서명을 모아 4.16 참사 진실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을 입법 청원하였습니다.

5월 16일 청와대에서 우리 가족들을 만나 특별법 제정과 관련하여 "국회에서 애끓는 유족 여러분들의 마음이 잘 반영이 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했고, 5월 19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반드시 만들겠다고 눈물로써 했던 대통령의 약속을 우리는 믿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과 청와대는 국정조사에서 요청된 자료의 5% 미만 만을 공개하고, 청와대가 재난컨트롤타워는 아니라는 말만을 반복하고, 대통령을 만나고자 하는 가족들의 절규에 답하지 않고 청와대 2000미터 밖에서 가족들을 가로막음으로써 답했습니다.

4월 29일 본회의 결의를 통해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철저한 규명을 통해 사고의 원인과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내기 위한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하며, 또한 정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된 불법 행위이자 전원과 직무를 태만히 한 공직자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처벌할 것을 촉구"하였던 국회의 약속을 우리는 믿었습니다. 그러나 참사 초기 그 어떠한 적극적인 역할도 전혀 하지 않았던 국회는 즉각적인 진도 방문, 관련 모든 증인의 채택, 가족들과의 협의체 구성 등 가족들과의 거의 모든 약속을 어기고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이끌었고, 4.16 참사 특별법안 논의에서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며 국민의 생명을 정치적 흥정거리로 삼는 것으로 답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세월호 피로감'을 이야기하며 이제 그만 죽은 넋들을 놔주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지치고 힘든 우리들은 여기서 주저앉는 것이 죽은 넋들을 두 번 죽이고,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또 다른 죽음들에 눈 감는 것임을 압니다.

어떤 분들은 민생을 챙기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세월호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도 민생고, 생계고에 시달려왔고 시달리고 있는 우리들은 세월호를 제대로 해결하는 것만이 참으로 인간다운 삶의 출발점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압니다.

또 어떤 분들은 우리들이 '시체 장사'를 하고 있다느니 몇십억을 받았다느니하며 마타도 어와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끝까지 주장하는 것이 배보상 측면에서는 불리할 수도 있다는 것과, 근거없이 돈 이야기를 꺼내는 분들은 진상규명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우리는 압니다. 대통령과 청와대, 정부와 국회가 그 동안 '세월호 피로감', 경제 활성화, 무리한 배보상 이야기를 퍼뜨리는 데 앞장서거나 우리들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에 침묵하여 왔음을.

우리는 단지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 4.16 참사에 대한 성역 없는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루어지고 국민의 생명이 존중되는 안전한 나라가 건설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 책임 있는 모든 사람과 기관이 조사되어야 하고, 관련 있는 모든 정보가 공개되어야 하며, 이것이 가능하게 하기 위하여 독립성, 전문성, 강제적 권한, 다양한 조사 방법, 충분한 시간과 인력을 갖춘 위원회가 필요하고 강제적 권한의 핵심은 기소권과 수사권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것이 앞으로 유사한 참사를 예방하고, 설사 참사가 발생하더라도 국민을 단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는 길이라 믿습니다.

그러나 대통령과 청와대, 여당과 야당, 정부의 주장 혹은 우리 특별법안에 대한 비난들 속에서 더 철저한 진상규명은 어떻게 가능한지, 국민을 더 살릴 수 있는 길은 어떤 것인지를 이야기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특별법안의 상당 부분을 후퇴시킨 후 이제 와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했다는 잘 이해하기도 힘든 정치기술적 언어에 답하라고, 동의하라고 강요합니다. 참으로 잔인하고 비겁합니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우리 가족들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합니까? 답해야 할 사람은 우리들이 아니라 대통령과 청와대, 국회와 정부입니다.

하나. 대통령과 청와대는 가족들을 직접 만나 지난 3개월 동안 대통령의 약속이 어떻게 지켜졌는지 답해야 합니다. 만약 지켜지지 않았다면 사과와 함께 즉각적인 약속 이행에 나서야 합니다.

둘. 국회는, 여당과 야당은 함께 본인들의 논의와 합의가 가족들과 국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반영하여 왔는지를 밝히고, 본인들의 논의와 합의 내용이 가족들의 특별법안에 비해 어떻게 더 철저한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가족들과 국민들에게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합니다.

셋. 국정조사 과정 등에서 수차례 약속했던 여당, 야당, 4.16 참사 피해 가족들간의 안정적이고 실질적인 3자 협의체를 즉각 구성, 가동하고, 국정조사, 특별법 제정, 특별법상 4.16참사 특별위원회 구성 및 운영, 진상조사, 수사와 기소 등의 전반적인 활동에서 긴밀하게 협력하여야 합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기다림이 될 것입니다. 더 이상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2014년 8월 20일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