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곁에서 동조 단식농성에 돌입해 파장을 낳고 있다.

문 의원은 본인이 대신하겠다며 지난 19일부터 김영오씨를 설득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김씨와는 별도로 이날 밤부터 본격적인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문 의원은 20일 공개한 페이스북 글(작성일자는 19일)에서 “제가 대신하겠다”며 “김영오님을 살려야 한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교황이 우리 사회에 불러일으킨 위로와 치유의 감동을 보면서, 우리 스스로는 왜 우리의 상처를 위로하고 치유하지 못하는지 자문하고 반성을 하게 된다”며 “세월호 유족들의 단식, 특히 37일째(19일 기준·20일 현재 38일째)를 맞는 유민 아빠 김영오님의 단식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박근혜 정권에 대해 “그들의 극한적인 아픔을 우리가 깊은 공감으로 보듬어야 한다”며 “그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치유해주기는커녕 고통을 더한다면 그것은 국가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19일 오후 문재인 의원이 광화문광장에 있는 김영오 씨 단식농성천막에서 세월호 유가족 대표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문 의원은 “그들이 목숨을 걸고 이루고자 하는 특별법 제정으로 진상규명,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한다”며 “거기에 고통이 요구된다면 그 고통을 우리가 짊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그러기 위해 저는 단식에 들어간다”며 “김영오님을 비롯한 유족들의 단식 중단을 간곡하게 호소한다. 제가 대신하겠다. 김영오님을 살려야 한다”고 썼다.

앞서 문 의원이 지난 19일 김영오씨의 단식농성장을 방문해 단식 중단을 요청하며 자신이 대신하겠다고 하자 김씨는 문 의원에게 “솔직히 말해서 며칠이나 할 수 있겠느냐”며 되레 만류하기도 했다.

광화문 농성장을 지키는 한 유가족은 19일 밤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단식을 한다고 왔으나 모두 거절했다”며 “문재인 의원도 낮부터 밥을 굶고 자기가 대신 단식을 하겠다고 해 역시 거절했다”고 전했다. 그는 “단식을 할거면 따로 제대로 하라는 의미에서 천막을 세워서 하거나 잔디밭에서 하라고 했다”며 “그랬더니 밤 10시쯤에 짐을 싸서 농성장으로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의당 의원단도 20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정의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서 “38일째 단식을 이어가며 사선에 놓인 유민 아빠 김영오 씨가 단식을 거둬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하는 차원에서 저희도 단식을 이어가고자 한다”며 “내 가족은 구하지 못했지만 우리 국민들은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돼선 안 된다는 유가족들의 절규를 우리 국회가 제대로 받아 안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의당 의원들은 “늦었지만 단식의 고통을 정치권에 대한 질책으로 받아들이고 이제 저희가 대신 받겠다”며 “양당 원내대표의 재협의 과정에서도 세월호 유가족들과 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은 매우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세월호의 아픔에 진정 공감한다면, 박 대통령은 극한적 단식을 단행하는 김영오 님의 면담 요청을 문전박대할 수는 없다”며 “유가족의 절박한 호소와 의견에 가장 귀 기울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분은 교황보다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청와대 앞 단식농성에는 심상정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제남, 박원석, 서기호, 정진후 의원 등이 참여했다.

다음은 문재인 의원이 19일 밤 작성한 단식 농성 선언 글 전문이다.

제가 대신하겠습니다. 김영오님을 살려야 합니다.

교황님이 우리 사회에 불러일으킨 위로와 치유의 감동을 보면서, 우리 스스로는 왜 우리의 상처를 위로하고 치유하지 못하는지 자문하고 반성을 하게 됩니다. 세월호 유족들의 단식, 특히 37일째를 맞는 유민 아빠 김영오님의 단식은 당장 중단돼야 합니다.

그들의 극한적인 아픔을 우리가 깊은 공감으로 보듬어야 합니다. 그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치유해주기는커녕 고통을 더한다면 그것은 국가의 도리가 아닙니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이루고자 하는 특별법 제정으로 진상규명, 이제 우리가 나서야 합니다. 거기에 고통이 요구된다면 그 고통을 우리가 짊어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저는 단식에 들어갑니다. 김영오님을 비롯한 유족들의 단식 중단을 간곡하게 호소합니다.

제가 대신하겠습니다. 김영오님을 살려야 합니다.

2014. 8. 19.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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