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의 단식농성이 37일째로 접어들었다. 단식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는 지경이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도 중요하지만 김씨의 단식을 일단 말려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이 또다른 세월호 참사 희생을 방조하고 있다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김씨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 할 일은 거의 다 했으니 지금이라도 대통령과 의원들은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밝혔다. 광화문 시복식 현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격려를 받고 특별법 제정 메시지를 전달했던 김씨가 정치권에 보내는 사실상 마지막 호소이다.

김씨는 19일에는 “며칠간 휴식없는 투쟁으로 버티다 결국 밤 9시도 안돼 지쳐 쓰러져 잠들었다, 보통 11시쯤 자는데”라고 썼다.

세월호 참사 가족 주치의 이보라 의사(동부병원 내과의)는 18일 김씨와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단식을 지속하기 힘든 상태라고 밝혔다.

특히 팔과 관자놀이의 근육까지 감소되는 등 생명 유지를 위해 근육까지 소진하는 단계에 접어들었고 대사속도가 늦어지면서 이런 상태로 신체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시작된 단원고 고 김유민 학생의 아버지 김영오 씨가 단식 37일째를 맞은 19일 오후 농성천막에서 문재인 의원(오른쪽)과 유가족 대표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보라 의사는 “이제 단식을 중단한다고 하더라도 병원에서 의료인의 처방하에 매우 조심스러운 치료적 복식 프로그램이 진행돼야 한다”며 “복식을 시작하면서 갑자기 저인사혈증이나 심부전, 호흡기부전 등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대사장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천성산 터널 공사에 반대하며 100일이 넘도록 물과 소금으로 단식했던 지율 스님의 경우 콩팥 등 장기 기능이 멈추면서 생명에 위협을 받았다.

특히 장기 단식의 경우 몸무게와 근육량이 큰 변수로 작용한다. 사람의 체격에 따라 지방의 활동연료 비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영오씨는 36일 동안 57kg에서 47kg로 빠르게 체중이 감소하면서 단식을 유지할 비축된 활동연료가 바닥이 드러났다는 것이 의학계의 소견이다.

이보라 의사는 1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소모돼서는 안되는 근육까지 감소하면서 생명까지 위협하는 고위험군에 속한다”며 “본인의 마음 같아서는 누워서 지내고 싶겠지만 어쩔 수 없이 앉아있고 거동을 하고 활동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보라 의사는 “단식 중단 이후 식사를 하게 되더라도 단식 상태의 몸의 균형이 깨지면서 저인사혈증과 전해질 불균형이 생기면서 호흡부전 증세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청년한의사회 등 의료 단체는 김씨의 건강상태가 악화돼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19일 단식 농성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씨의 단식 농성을 일단 막을 수 있는 명분을 정치권이 하루빨리 내놔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김씨의 신체 상태가 하루 이틀밖에 버틸 수 없는 한계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목숨까지 위태로운 상황에 이르면서 시민사회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18일 시민사회는 새정치민주연합 대외협력위원장 이학영 의원에게 김씨의 단식농성 중단 방안을 제시했다. 김씨가 단식 농성을 중단하도록 정치권이 최소한의 명분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사회는 첫번째로 무기한 단식 농성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나서줘야 한다고 제안했고 11명 새정치 의원이 광화문광장 단식 농성에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사회는 또한 국회 등원 거부, 특별법 제정 미관철시 의원 뱃지 반납, 반정부 투쟁 선언, 기소권 없는 특별법에 합의한 박영선 원내대표의 사과 등을 요구했다.

한 누리꾼은 김씨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영정사진 놓고 분노하고 울분을 토하는 저항은 하고 싶지 않다”며 김씨의 단식 농성을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자칫 돌아가시기라도 하는 날엔 분노는커녕 맥이 빠지고 죄책감만 커질 것 같은 솔직한 심정”이라며 “여태껏 안전하게 서로 잘살자고 외쳐오던 것들이 아까운분의 죽음을 부추긴 것이 돼 버린다. 살인방조가 별 것이냐”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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