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잃고 혼자 사는 남편은 홀아비, 남편을 잃은 아내는 홀어미(과부)라 부른다. 부모를 잃은 어린 자식은 고아라고 한다. 그러나 자식을 잃은 아버지나 어머니를 일컫는 단어는 없다. 동서양이 마찬가지다. 부모는 죽은 자식을 ‘가슴’에 묻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호 침몰로 숨진 안산 단원고 학생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씨의 단식이 오늘로 38일째를 맞았다. 그를 죽게 놔둬서는 안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에 감동하고 감사하는 것과 별개로, 교황의 이번 한국 방문은 역설적으로 우리를 한없이 부끄럽게 만들었다.

김유민 양을 가슴에 묻은 김영오씨는 여전히 선택의 여지가 없는 길을 가고 있다. 이대로 가면, 김영오씨는 곧 죽는다. 그를 죽게 내버려 둔다면, 그 자체가 ‘제2의 세월호 참사’가 될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많은 국민들이 분노한 이유는 침몰에 이르는 과정뿐만 아니라, 침몰 직후 하루 이틀의 ‘황금시간’ 동안 정부와 구조 당국이 사실상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하고 ‘참사’를 방치한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김영오씨의 단식을 멈추게 해야 한다.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제대로 된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 김영오씨의 요구지만, 일단 무조건 단식을 멈추게 해야 한다. 열쇠는 박근혜 대통령이 쥐고 있다.

만에 하나, 20대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두 잃은 박 대통령이 어떤 이유에서건 김영오씨를 죽게 방치한다면, 대한민국은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 국가 중 ‘가장 야만적인 나라’로 다시 한번 국제 사회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동시에 박근혜 대통령은 ‘피도 눈물도 없는 가장 잔인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든 새누리당의 의사 출신 안홍준 의원은 “(김영오씨가) 제대로 단식을 했으면 벌써 (병원에) 실려 가야 되는 것 아니냐”는, 사람의 탈을 쓰고서는 결코 할 수 없는 망발을 일삼았다. 보통사람도 아닌 의사 출신의 집권당 국회의원 등이 이미 대한민국을 ‘미개한 나라’로 만든 것이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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