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 송모씨가 맞냐, 송혜교씨가 맞냐?“

익명 보도와 실명보도, 기준이 뭔가. 톱스타 송혜교씨의 ‘25억 탈세 사건’을 두고 한국 언론사들마다 익명보도와 실명보도 사이에서 혼란에 빠졌다. 송혜교씨측의 공식적인 사과가 나오기전까지 대체로 익명보도가 우세했다.

과연 어느쪽이 옳은 보도일까? 대부분의 한국 언론은 보도초기 ‘송모씨’ ‘S양’ 등 익명으로 보도하다가 하루이틀 사이에 송혜교씨로 실명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는 당사자의 사과가 나오기전까지 여전히 “톱스타 송모씨, 25억 탈세” 등의 제목으로 익명보도를 유지했다. 이런 과정에서 송모 연예인, 톱스타급 S씨 등은 서로 자기가 아니라고 부인하는 촌극을 빚었다.

언론은 어떤 기준으로 때로는 익명으로 때로는 실명으로 보도하는 것일까. 또한 그런 판단은 왜 언론사마다 다른가. 심지어 같은 언론사가 하루만에 익명에서 실명으로 바꿔보도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보도 대상자가 ‘공인’(公人, public figure)인가 아닌가를 먼저 따져본다. 우리나라 법원에서는 유사한 사안이라하더라도 그 당사자가 공인이냐 사인(私人)이냐에 따라 보도의 합법성과 불법성을 다르게 판단하기 때문이다. 사인 즉 일반인의 경우, 철저하게 익명보도를 준수하도록 한다. 사회 중대범죄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만 실명보도를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공인의 경우, 공인의 정도와 사안의 성격 등을 따져 비교적 자유롭게 실명보도를 인정하는 편이다.

   
▲ 배우 송혜교 ⓒ 노컷뉴스
 
송혜교씨의 경우, 공인이라기보다는 유명인 (Celebrity)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물론 유명인들은 대부분 공인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는 편이다. 공인, 유명인 등의 용어는 미국에서 들어와 원용하는 개념으로 보인다. 공인이라는 용어에 대해 미국 대법원은 공직자(선출직 포함) 혹은 공적인 사안에 깊이 관여되어 있는 인물로 표시하고 있다. 일반적 공인에 대한 개념과 구분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사회적 주목도, 중요도가 조금 떨어지는 사람들을 ‘제한적 공인’으로 부르며 다르게 분류한다. 부연하자면, '제한적 목적의 공인'은 특정 공적 이슈에 대해 사회적 영향력을 가질 목적으로 앞장선 사람들, 즉 주로 사회운동가를 지칭하고 특정 영역에 있어 매스컴의 주목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국내 법원 판결에서도 이제 공인과 사인을 엄격히 구분함을 알 수 있다. ‘익명보도의 원칙’이 사인에게는 적용되지만 공인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공인의 범죄보도는 실명으로 가능하다. 또 공인의 공적 영역에 대한 의혹제기나 비판보도는 법적으로도 폭넓게 인정되고 있는 편이다.

그렇다면, 국내 언론사의 유명인 송혜교 익명보도는 신중한 것인가, 무원칙한 것인가. 송혜교는 톱스타급으로 셀리브러티로 손색없으며 공인의 범주에 포함된다. 또한 사안이 ‘탈세’라는 공공적 성격이 분명하다. 더구나 3년간 25억 원이라는 거액의 탈세는 단순 실수 차원이 아니라 구조적, 조직적 범죄의 성격이 강한만큼 공익적 비판보도를 할만한 요건을 갖춘 셈이다. 이런 대상자, 이런 성격의 사안에 대해 익명보도를 하는 것은 보도원칙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유명인들은 매스컴의 보도를 통해 자신의 값을 높이는 홍보수단으로 삼는만큼 비판, 감시보도는 매스컴의 입장과 소비자, 국민의 입장에서 정당한 것이다.

따라서, 송모씨, S양 등 익명보도는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다. 다만 언론사 입장에서 조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있을 수 있다. 미국과 한국은 잘못된 보도에 대한 입증 책임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공인에 대한 비판보도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지만 오보 등에 대해서는 문제제기하는 당사자에게 입증책임을 묻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오보의 책임을 언론사에 묻고 있는 차이점이 있다. 한국 언론사 입장에서는 한번 소송에 휘말리면, 그 입증책임 때문에 귀찮고 골치아픈 사건으로 둔갑하게 된다.

그래서 언론사 입장에서는 일단 ‘익명의 보도’를 하게 되면 안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소송당할 걱정없어 안전하지만 ‘흐리멍텅한 뉴스’가 될 수 있다. 누구 얘기인지, 무슨 소리 하는지 온통 익명의 관계자만 등장하는 뉴스는 뉴스가 아니다.

과거 암울한 시대는 ‘익명의 보도’를 존중했고 ‘취재원 보호’를 황금률로 여겼지만 지금처럼 개방화 시대에는 ‘기사 실명제’를 도입하듯 ‘취재원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 AP 통신사 같은 경우, 익명의 취재원을 동원하여 비판기사를 작성하지 못하도록 못박고 있을 정도다. 한국 언론, 익명의 커튼뒤에 숨는 것은 용기없거나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또 다른 송혜교씨 사건도 익명과 실명을 오가며 오락가락 할 것인가. 취재가이드라인, 윤리강령을 손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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