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9일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의 남북 관계 개선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북측 분위기를 전했다.

박 의원은 1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북한의 통일전선부장인 김양건 비서 스스로도 말했지만 허물어진 남북관계를 박 대통령이 열어가려고 하는 분위기에 대해 진위 파악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4일 북측 요청을 받고 17일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김대중 전 대통령 차남 김홍업 전 의원 등이 북한을 방문했다. 북한에서는 김양건 비서 등이 박 의원 일행을 만나 김대중 대통령 서거 5주기 조화와 조의문을 전달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19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자는 뜻을 북한에 재차 전달했으며 북측이 요구하는 5·24 경제제재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도 의제로 다룰 수 있다는 입장을 잇따라 밝히기도 했다.

박 의원은 7년 만에 북을 방문했고 5년 만에 김양건 비서와 마주 앉았다. 박 의원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기대를 엿봤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북에서 한·미합동군사훈련이나 핵 폐기 문제, 언론 비방 문제 등을 언급하면서도 ‘지도자가 결단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제가 볼 때는 5·24 경제제재 취소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원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이런 세가지 문제는 북한이 지난 수십 년 간 일관되게 언급했던 것으로 그보다는 북이 박근혜 정부에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한다”고 언급했다.

   
▲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왼쪽부터)과 김홍업 전 의원,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17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해 이희호 여사에게 방북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의원은 “북한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는 달리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방을 일체하지 않고 있으며 ‘새로운 시작’ 등 용어를 쓰면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좋은 신호”라며 “남북이 공히 지금 같은 때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저와 임 전 장관이 북측에 ‘지금 기회를 잘 잡아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며 “특히 MB정부의 비핵개방 3000은 핵폐기가 전제돼 있지만 박 대통령이 선핵폐기 빗장을 푼 것은 굉장히 큰 변화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번에 고위급 회담을 하면서 5·24 제재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도 하면 큰 변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 등이 나온 의미와 때를 잘 포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북에 전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의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부는 18일 여건이 조성된다면 연내 개성~평양 고속도로와 개성~신의주 철도 개·보수 사업 등 민생 인프라 협력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어제(18일) 북측에 도로와 철도 개보수를 돕겠다고 하는 건 좋은 발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대통령이 해야 할 문제지만 경제제재 해제 조치와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 고위급 회담에서 이야기한 것들을 (대통령이) 결단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북한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언급하며 “대화와 평화의 흐름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비난하며 남한의 고위급 회담 요구를 묵살했다. 박 의원은 “북이 과거 수 십년간 거론했던 문제로 이번 훈련이 끝나면 어떤 긍정적인 신호가 오지 않겠나 싶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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