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5일의 방한일정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느 때처럼 방한 중에도 세월호 참사 유족들을 매일같이 만나는 등 소외된 약자들을 보듬었다. 이런 교황의 행보와는 별개로 청와대의 의전이 교황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SBS 윤창현 기자가 15일 쓴 ‘취재파일’은 이 점을 지적해 SNS 등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윤 기자는 청와대 의전 자체에는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그동안 교황의 행보에 비쳐 군을 동원해 화려함을 선보인 청와대의 의전은 그동안 소탈한 행보의 교황과 어울리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또한 교황을 취재하면서 교황의 표정이 불편해보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 기자는 15일 취재파일에서 “자기 몸 겨우 눕힐 정도의 세간살이로 소탈한 평생을 보낸 분 앞엔 초록빛 청와대 대정원을 가득 메운 의장대가 자리했다”며 “온갖 휘장과 총, 칼을 찬 군인들이 칼 같이 절도 있는 동작으로 사열을 하며 최고의 예우를 갖춰 교황 방한을 환영했다”고 전했다.

   
▲ 지난 14일 프란치스코 교황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대정원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대의 분열을 참관하고 있다.
 

그러나 윤 기자는 “교황의 표정은 국방색 현판 아래 청와대 대정원 연단에선 몹시 불편해 보였다”며 “일체의 격식과 권위를 배격하고 낮은 곳으로 어두운 곳으로 향했던 분 앞에 펼쳐진 형형색색의 휘장과 총, 그리고 물론 의장대 사열용이기는 하지만 칼을 찬 군인들을 동원한 예의가 얼마나 반가웠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윤 기자는 “이런 삶을 살아오신 분을 맞이하는 예의의 형식이 과연 ‘의장대 사열’이어야 했을까”라며 “어쩐지 이번엔 교황을 환영한다는 청와대의 의전과 환영식은 형식에서는 최고의 수준과 예를 갖췄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방적 친절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뭔가 다른 방법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윤 기자는 같은 날 또 다른 취재파일을 통해 민경욱 대변인의 해명도 전했다. 민 대변인은 윤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반적인 문제의식 자체에는 공감하나 의장대를 동원한 청와대 환영행사나 예포 등은 우리 측이 정한 일방적 의전이 아니라 몇 개월 전부터 바티칸과 협의하에 확정된 방식”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기자는 이에 “일방적으로 청와대를 비난하고자 함이 아니고 의전당국의 노력을 폄훼할 의도는 더더욱 없지만 관례와 관행에 따라 준비된 것이라 해도 교황의 소신과 철학, 그가 보여준 낮은 행보에 어울리지 않는 의전의 어색함, 불편함을 말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5일 윤창현 기자가 작성한 'SBS 취재파일'
 
윤 기자는 아울러 앞서 취재파일에서 “박 대통령은 교황을 만나 세월호 유족들을 위로해 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지만, 정작 청와대는 유가족들의 의사가 반영된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는 유족들의 면담 요구를 뿌리쳤고, 유가족들은 청와대 앞거리에서 경찰과 대치했다”며 “몇 개월 간 거리를 떠돌던 분들이 대통령을 만나 가슴을 털어놓은 것보다 이번 방한기간 동안 교황을 더 자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아울러 윤 기자는 “교황에 대한 최고의 예우는 의장대 사열 같은 화려한 의전과 형식이 아니라 소외되고 아파하는 자들을 배려하고 소통하는 권력과 정치의 변화가 아닐까”라고 지적했고 이후 취재파일에서도 “이 문제의식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SNS 등에서도 약자를 보듬고 평화를 상징하는 교황을 맞이하는 자리에 군인들의 등장이 어색하다는 지적이 잇달아 나왔다. 윤 기자의 취재파일 문구를 인용한 트위터 이용자들도 많았다.

한 트위터 이용자(@kchin335)는 “교황님의 청와대방문이 참 어색했던 것 같다”며 “교황의 생각과 뜻을 몰라도 너무 모른 청와대의 의전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황 영접에 총을 든 의장대를 배치한 것도 우스꽝스럽다”며 “단순한 의전까지도 손님의 뜻을 모르는데 어찌 국민의 고달픈 삶과 아픔을 알겠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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