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닷새째인 18일 출국 전 마지막 일정인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것을 두고 박 대통령 측에서 먼저 참석하겠다고 했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모았다. 이에 반해 청와대는 공식 초청을 받은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집전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위안부 할머니 7명을 비롯해 쌍용차 해고노동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 용산참사 희생자 유가족 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했다.

박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한 경위에 대해 청와대는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교황방한준비위원회(위원장 강우일 주교)의 공식 초청을 받은 박근혜 대통령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 류길재 통일부 장관, 김희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대리(제1차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과 함께 미사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보도자료엔 이날 참석자 가운데 쌍용차 해고노동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 용산참사 희생자 유가족은 빠져있었다. 청와대는 이날 미사에 “7대종단 지도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북한 출신 사제·수도자, 새터민, 납북자 가족, 장애인,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족, 주한외교사절, 중고등학생, 경찰, 환경미화원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국을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과 박근혜 대통령이 공동연설을 하고 있다. ⓒ 청와대
 
이를 두고 교황청 측은 박 대통령이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먼저 전해왔다고 밝혔다. 교황청 대변인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17일 저녁 마지막 브리핑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초대는 대통령께서 오시겠다고 먼저 얘기를 해 주셨”다며 “일반적으로 교황님이 한 나라를 방문하면 그 나라의 지도자들이 중요한 행사 때 참여하는데 박 대통령이 이 미사에 오기로 했다”고 전했다.

롬바르디 신부는 “특히 평화와 화해를 기원하는 미사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최고의 지도자라서 가야 되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박 대통령이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저희는 환영하는 입장이고, 그런데 상황에 따라서 또 다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롬바르디 신부는 “출국할 때는 공식행사가 굉장히 간소화됐기 때문에 미사에 오는 것이 어떻게 보면 공항에 오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는 달리 이 발언 직후 교황방한준비위원회 허영엽 신부는 “대통령이 참석하시는 것은 방준위에서 시복식 미사와 그리고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정식으로 초청장을 보냈다”며 “거기에 대해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박 대통령이 오기로 결정됐다”고 해명했다. 허 신부는 “방준위 집행위원장인 조규만 주교 명의로 대통령에 정식으로 서한을 보내 답변은 최근에 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질의응답에서 한 기자는 박 대통령이 중고교 때 세례(율리아나)를 받았으나 사실상 천주교 활동을 하지 않은 ‘냉담자’가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한 기자는 “박 대통령이 중·고등학교 때 가톨릭계 학교를 다니면서 세례를 받은 서류 상 어쨌든 천주교 신자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 이후 박 대통령이 특정 종교에 속하지 않고 있다고 알려졌다”며 “일종의 천주교 입장에서 보면 냉담자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사실을 교황님께서 알고 있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롬바르디 신부는 “(냉담자가 있는 현상은)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나라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교황은 우리가 아는 바로는 항상 모든 사람들에게 ‘오라’라고 말하시는 분이며 늘 사람들을 교회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노력을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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