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가 죽음의 상징이 되고 있다. 윤 일병 집단구타 사망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군 입영 거부 운동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맞아죽을지 모르는 곳에 어떻게 자식을 보낼 수 있느냐는 하소연이다.

윤 일병 사망사건이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것은 참혹한 가혹행위와 군 수뇌부의 은폐 조작 의혹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라를 지키려고 간 군대에서 동료병사로부터 인간 이하 취급을 당하고 관련 사실이 드러나도 감추기에 급급한 군의 모습을 보면서 신성한 국방의 의무가 퇴색되고 군 당국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군 피해자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군 폭력의 실상과 치부를 과감히 드러냈을 때 이에 걸맞는 대책이 나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양심적 병역 거부로 인한 피해자, 성소수자, 군의문사 가족, 군 가해자의 목소리를 듣고 최근 가혹행위의 여러 유형을 두루 살펴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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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활동가 박정훈씨가 지난해 10월 서울 대한문 앞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상황1.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영화관람 중. 강동원이 수감되는 그 시점부터 울기 시작해서는 거의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 정신을 못 차리고 울었다. 뭐 강동원의 엄청난 팬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상황2. ‘아바타’를 보러갔는데 영화 시작 전 나오는 예고편에서 ‘하모니’ 예고편이 나왔는데 역시 예고편을 보다가 눈물이 터져서는 영화 보는 내내 정신이 없었다.

2005년 병역을 거부한 조정의민씨가 ‘병역거부 가이드북’에 쓴 내용이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감옥이 나온다는 것이다. 조정의민 씨는 “1년 6개월은 공백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리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기도 하다. (중략) 저 같은 경우에는 그 지명만 봐도 한동안은 구토가 날 지경이었다. 영화 같은 데서 감옥 장면을 보지 못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 느낌은 주로 시간이 해결해주기는 하지만 어쨌든 살아가는 데 계속 지우고 싶은 아픈 상처로 남은 것은 사실이다”라고도 썼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적·정치적·윤리적·철학적 신념에 따라 군복무 또는 군인으로서 역할을 거부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에서 1만 명이 넘는 병역거부자가 감옥에 갔다. 이 문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한 건 2000년 이후부터다. 여호와의 증인들만의 문제로 여겨져 오다 2001년 말 불교신자 오태양이 공개적으로 병역거부 선언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들은 대부분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아 형기의 75%를 복역하고, 가석방되더라도 1년 2개월 이상을 감옥에서 보내게 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소견서를 보면 단지 ‘총을 들지 못 하겠다’는 수준이 아니다. 이들은 더 적극적으로 평화를 이야기 한다. 경북 문경의 초등학교 교사인 최진(37)씨는 군인이 되어 총으로 겨눌 이와 자신이 가르치는 아이가 과연 다른 존재인지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떳떳한 선생님이 되기 위해 병역을 거부했다. 10년 전 그는 “거짓 없이 정직하게 살자고 했던 아이들과의 약속을 이제는 지킬 때가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로 인해 교단에 설 수 없게 됐다.

병역거부자들은 단순히 피해자의 삶을 넘어 평화 운동적 차원에서 자리매김 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받는 피해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감옥생활을 견뎌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전과자 신분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 이외에도 시민권에 일부 제약을 받는다. 병역을 중요한 판단 준거로 삼는 기업이나 공무원, 일부 전문직 취업은 어렵다. 가석방 기간에는 선거권이 제한돼 투표를 할 수 없다. 가석방이 끝난 뒤 투표는 할 수 있지만 일정 기간 동안 공직에 출마할 수 없다.

이들은 대체복무제가 병역거부 운동의 목표가 될 수는 없지만 가장 시급하고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한다. 병역거부를 했던 임재성씨는 “병역거부운동은 대체복무제를 넘어 다양한 평화운동을 시도했다”며 “하지만 이 감옥행은 하루빨리 끝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병역거부를 한 유윤종씨도 “모병제 전환은 좀 더 큰 차원에서 논의가 되는 것 같다”며 ”징병제가 있는 이상 대체복무제 말고는 제도적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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