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방송 씨앤앰(C&M, 대표이사 장영보)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 케이블 가입자들이 본사를 직접 항의 방문하여 직장폐쇄와 대량해고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씨앤앰 측은 정문을 봉쇄하며 ‘소통’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원청 씨앤앰 항의 방문에 앞서 케이블방송통신 공대위와 마포서대문‧노원‧강동송파 지역의 케이블 가입자 단체는 11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씨앤앰 본사 앞에서 비정규노동자 대량해고‧직장폐쇄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비정규직 노동자를 거리로 내몰고 있는 행태를 두고 볼 수 없어서 가입자와 지역주민이 나섰다”며 “가입자 해지 운동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 케이블방송통신 공대위와 마포서대문‧노원‧강동송파 지역의 케이블 가입자 단체는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씨앤앰 본사 앞에서 비정규노동자 대량해고‧직장폐쇄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 김도연 기자 riverskim@)
 
이들이 직접 씨앤앰 항의 방문에 나선 까닭은 설치 및 유지보수(AS)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하청업체 노동자가 거리로 내몰려 케이블 서비스의 질 저하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김명화 강동희망키움넷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대체인력이 투입돼 케이블방송 설치와 AS가 진행되다 보니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며 “서비스 처리가 늦어지는 것은 기본이고 예전 같으면 한번 와서 처리해도 될 일을 두 번 세 번 찾아오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밝혔다.

방판업체의 무리한 영업 과정에서, 소비자의 정보가 외부로 손쉽게 유출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김 대표는 “지역주민에 대한 정보가 불필요하게 노출돼 기분이 나쁘다고 말하는 분도 많다”며 “고객 정보가 어디까지 보호되는지 알 길도 없다. 아무런 설명도 없이 새로운 사람이 투입돼 여러 문제를 야기하면서도 그냥 자동이체로 돈만 꼬박꼬박 받아가고 있는 씨앤앰에 대해 원성이 자자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원청 씨앤앰이 직접 교섭장에 나와 노사 문제를 풀 것을 요구했다. 이남신 케이블방송통신 불법간접고용 구조개선과 비정규직노동자생존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집행위원장은 “가입 해지 운동은 노동자들에게 큰 위험을 닥치게 할 수 있다”면서도 “씨앤앰은 투기자본에 농락돼 배당에만 심혈을 기울였고, 노동자 인권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오늘(11일) 가입자 방문을 거부한다면 노동‧시민사회의 거센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협력업체의 직장폐쇄와 대량해고 즉각 철회 △교섭을 통한 문제해결 △가입자 권리 침해에 대한 사과 및 서비스 개선 △노동자를 거리로 내몬 협력업체에 대한 원청의 책임있는 조처 등을 씨앤앰 측에 요구했다.

   
▲ 케이블방송통신 공대위와 마포서대문‧노원‧강동송파 지역의 케이블 가입자 단체가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씨앤앰 본사를 항의 방문했으나 씨앤앰은 정문 출입구의 셔터를 내리고 불통의 뜻을 드러냈다. (사진 = 김도연 기자 riverskim@)
 
홍기웅 노원지역대책위 간사는 “최근 씨앤앰 협력업체를 항의방문을 해 서비스 질 개선과 노사문제 해결을 요구했다”며 “그러나 협력업체는 해고된 직원을 두고 ‘우리 직원이 아니다’라고 밝히며 무책임한 모습만 보였다. 원청이나 협력업체나 똑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 간사는 “케이블 고객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며 “가입자 해지 운동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다. 설치 및 AS 기사 분들의 고용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고객들이 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이 끝난 오전 11시 30분경, 이들은 씨앤앰과의 면담을 위해 건물에 들어서려 했으나 씨앰앤 관계자들이 진입을 막았다. “일정 때문에 대표이사 면담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사전에 통보했다는 이유였다. 가입자들이 본사 건물에 들어올 것에 대비해, 씨앤앰은 정문 셔터를 기자회견 전부터 내리고 있었고, 씨앤앰 사원들은 불편을 감수하며 정문 옆에 위치한 카페로 출입하고 있었다.

이남신 위원장은 정문 앞에서 “우리는 지역 케이블의 가입자로서 이번 사태가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정당하게 따지기 위해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이라고 방문 연유를 설명했고, 이에 씨앤앰 인력개발부 측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씨앤앰에) 오셔서 무조건 면담하겠다고 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느냐. 여기까지만 얘기하겠다”고 밝힌 뒤 자리를 떠났다.

공대위와 지역가입자 단체들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협력업체의 직장폐쇄와 대량해고를 철회를 요구’하는 2085명의 온·오프라인 서명용지를 11일 중으로 씨앤앰에 전달할 예정이다. 김명화 공동대표는 “자발적 온·오프라인 가입 해지 선언을 대대적 가입자 해지 선언 운동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MBK와 맥쿼리 방문과 면담도 강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씨앰앤 본사 정문 앞에서 이남신 케이블방송 공대위 집행위원장(왼쪽)과 씨앤앰 인사부 관계자가 대화를 주고 받고 있다. (사진 = 김도연 기자 riverskim@)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