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미스터리 7시간’ 진실은 없고 ‘루머’만 풍성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지난 4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의혹이 쉽사리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달 7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통령이 어디 있었는데 서면보고를 하느냐’는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질문에 “위치는 알지 못한다”고 답하자 박 대통령 ‘행방불명 미스터리’ 의혹은 더욱 커졌다.

그러다 일본 산케이신문이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을까>라는 기사를 통해 대통령의 사생활에 대한 국내 일각의 소문을 여과 없이 보도하면서 '7시간의 진실'에 대한 국내외의 궁금증은 국가 원수 모독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그러자 청와대는 지난 7일 산케이 기사에 대해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기사”라며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9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8일 기자들을 만나 “김 실장의 답변은 경호상 구체적 장소를 특정할 수 없다는 것이지 결국 집무실과 관저를 오가며 경내에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하며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경향신문은 “그러면서도 대통령이 어떤 일정을 수행했는지, 왜 7시간 동안 공개 석상에 나타나지 않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며 “새정치연합에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을 밝히기 위해 김기춘 실장과 대통령 일정을 담당하는 정호성 제1부속실장의 청문회 증인 출석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미스터리 7시간’을 풀 열쇠는 세월호 국정조사특위 청문회가 쥐고 있다”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9일자 5면
 
산케이보다 의혹 제기 먼저한 조선일보의 ‘유체이탈’

산케이 기사가 크게 문제가 된 것은 지난 7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기사 내용을 소개하면서 비롯됐지만, 사실 산케이 기사의 주된 내용은 지난달 18일 최보식 조선일보 선임기자가 쓴 칼럼에 관한 것이다.

최보식 기자는 <대통령을 둘러싼 風聞(풍문)>이라는 칼럼에서 “김 실장이 ‘내가 알지 못한다’고 한 것은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비서실장에게도 감추는 대통령의 스케줄이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됐다. 세간에는 ‘대통령이 그날 모처에서 비선(秘線)과 함께 있었다’는 루머가 만들어졌다”며 증권가 정보지에서 떠돌던 내용을 공론화했다.

조선일보가 ‘풍문’을 ‘뉴스’로 보도한 이유는 최 기자가 “대통령을 둘러싼 루머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증권가 정보지나 타블로이드판 주간지에 등장했고 양식 있는 사람들은 입에 올리는 것 자체를 스스로 격을 떨어뜨리는 걸로 여겼다”면서도 “그런 대접을 받던 풍문들이 지난주부터 제도권 언론에서도 다뤄지기 시작해 사석에서 몇몇 사람들끼리의 잡담이 아닌 ‘뉴스 자격’으로 올라오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한 것에서 분명해 진다.

최 기자는 이어 “국정 운영에서 높은 지지율이 유지되고 있다면 풍문은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며 “대통령 개인에 대한 신뢰가 허물어지면서 온갖 루머들이 창궐하고 마치 신체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숨어 있던 병균들이 침투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지만 조선일보의 칼럼은 산케이의 기사와 별반 차이가 없다.

   
▲ 조선일보 7월 18일자 칼럼
 
   
▲ 조선일보 9일자 5면
 
그럼에도 청와대가 산케이 기사의 빌미를 제공한 조선일보 칼럼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는 점 또한 의문이다. 오히려 조선은 9일 <日산케이의 도발…연일 한국·朴대통령 비하>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며 “한국 대통령을 모욕하는 기사를 게재, 물의를 일으킨 산케이신문은 ‘한국 비하 기사’를 연발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유체이탈’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새누리 또 ‘망언’…안홍준 “죽을 각오로 단식해야”

수사권과 기소권이 송두리째 빠진 세월호 특별법에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하면서 유가족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와중에 새누리당 의원의 ‘망언’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번 망언의 장본인은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이다. 안 의원은 지난 7일 황우여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중 같은 당 의원에게 “제대로 단식을 하면 그 시간을 견딜 수 있나. 벌써 실려 가야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밝혀져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이를 보도한 오마이뉴스는 “세월호 유족 단식 상황을 얼마나 아는지 황 후보자에게 묻는 유기홍 새정치연합 의원의 질의 시간에 안 의원은 주위의 신의진·서용교(모두 새누리당) 의원에게 ‘단식은 죽을 각오로 해야 돼. 병원에 실려 가도록. 적당히 해봐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관련기사 : 안홍준 “세월호 유족 단식, 제대로면 벌써 실려갔어야”)

   
▲ 한국일보 9일자 4면
 
한국일보도 9일 문제가 된 안 의원의 발언과 관련해 “당시 대화 장면이 공개되자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합의 내용에 대한 반발 움직임과 맞물려 비난 여론이 쇄도했다”며 “단식 중인 유가족들을 진료하고 있다고 밝힌 내과의사 이보라씨는 ‘25일 단식한 유민이 아빠(김영오씨)가 정말 죽어나가는 꼴을 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유가족들은 이미 너무나 많은 상처를 받았다. 제발 그러지 말라’고 호소했다”고 밝혔다.

파문이 확산되자 안 의원은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유가족들의 단식이 25일째라는 것을 듣고 의사 출신으로서 단식자들의 건강이 위험하다고 염려돼 한 발언이었다”는 해명과 사과를 했다. 하지만 ‘직접 단식중인 유가족을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하라’는 여론이 빗발치고 안 의원의 ‘SNS 사과’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그는 결국 페이스북 계정조차 비공개로 전환했다.

   
▲ 중앙일보 9일자 사설
 
유가족, 진료도 거부…“우리가 빨리 죽어 없어져야”

이 같은 안 의원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바로 하루 전 여야 원내대표가 힘겹게 세월호 특별법에 합의했는데, 왜 이런 쓸데없는 말로 유가족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느냐”며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보기에도 유가족을 비아냥대는 듯한 불쾌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고 질책했다.

중앙은 이어 “7·30 재·보선에서 압승을 거둔 자신감과 오만함 탓인지 새누리당 일부 의원의 막말이 도를 넘었다. 단식 중인 유가족을 “노숙자 같다”고 한 의원도 있다”면서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면 이런 식의 막말과 가벼운 처신은 할 수 없는 일이고,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골방에서도 삼가야 할 언행”이라고 비판했다.

안 의원 망언에 깊은 상처를 받은 세월호 단식 가족들은 의료진의 최소한의 진료조차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서울신문 9일자 8면
 
지난달 14일부터 단식 농성 중인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의 건강을 돌보는 의사 최규진(36)씨는 8일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어제 안홍준 의원이 ‘세월호 유족들이 단식을 제대로 했으면 벌써 실려 갔어야 했다’고 말했다는 얘기를 들은 뒤 김영오씨가 일체 진료를 거부하고 있다”며 “원래 지병이 있어 호흡 곤란이 심했는데 진료마저 거부해 큰일이 생길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 이후 물과 소금마저 끊고 다시 단식을 시작한 유경근(45)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8일 “목숨도 안 걸고 대충 쇼하는 것으로 보인 거군요. 숨어서 다른 것 먹으며 단식하는 척 사기 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군요”라며 “당신의 진심은 우리가 빨리 죽어 없어져 주는 것이겠죠. 소원대로 쓰러져 드리지요”라고 밝혀 단식 유가족들의 건강에 대한 우려가가 커지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