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를 비판하는 글로 지난 11일 끝내 사표까지 제출한 극동방송 김용민 PD(사진)는 의외로 당찬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하며 오히려 홀가분해졌다고 말했다.

"종교언론은 궁극적으로 본래 목적인 선교뿐만 아니라 사회적 공기로서의 정화역할과 사명도 담당해야 하는데 우리의 종교언론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하는 김PD는 종교개혁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하고 싶어 사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회사로부터의 압력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김PD는 "미디어오늘 보도 이후 조용기 목사와 친분관계를 갖고 있는 김장환 목사로부터 ´당신이 종교개혁에 대한 의지가 분명하다면 당신이 해야 할 바에 대해 남자답게 처신하라´는 말을 듣고 사표를 결심하게 된 것"이라고 털어놨다.

신학을 전공한 김PD는 종교언론의 문제점으로 취약한 재정기반을 지적하고 "교회헌금 등으로 운영되는 종교언론들이 불법상속과 세습 등 교계내의 치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며 이는 하늘의 뜻도 아니며 종교언론으로서의 직무유기에 해당된다"고 비판했다.

SBS 라디오 프로그램 작가로 활동할 예정인 김PD는 "기독교적인 가치관을 토대로 따뜻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며 "당분간 종교방송에서의 활동은 어렵겠지만 이 땅에 건강한 기독교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조용기 목사를 비판한 목적은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신본주의는 하나님의 뜻이 아니며, 예수가 신의 아들임을 포기한 것도 인류에게 사랑을 전하려는 인본주의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는데 있었다는 것이 김PD의 설명.

그는 "기독교 최대의 적은 기득권"이라고 못박는다. 여의도 순복음교회가 관련된 국민일보 사태나 사장퇴진운동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CBS 사태 등도 결국은 기독교 지도자급 목사들의 기득권 지키기와 자리다툼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김PD의 진단이다.

"기득권에 초연한 교회지도자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김PD는 지난해 만민중앙교회의 MBC 난입을 떠올리며 "왜 세속언론들이 교계 문제에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하고, 또 어떻게 목사지분이 포함된 스포츠 투데이란 신문이 가장 음란한 신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가"라고 개탄했다. 김PD는 "한국 교회에 자정능력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개혁의 대상이 될 교계 지도자들이 한국 교계를 복마전으로 만든 주역들"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영웅이 되고 싶어 사표를 던진 것은 아니며 오히려 양심을 거역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김PD의 고뇌 속에는 우리 사회 종교언론의 고민이 그대로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종교언론인 극동방송에 사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던 김PD가 종교언론에 대한 환멸에 빠지지 않고 개혁 의지를 불태우는 모습에서 ´그래도 내일의 태양은 떠오른다´는 노래가사가 뇌리를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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