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전 MBC 사장이 지역민영방송인 제주방송(JIBS)에서 상임고문을 맡게 된다.

김 전 사장은 11일부터 제주방송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김 전 사장의 상임고문직은 6개월 계약직이다. 6개월마다 재계약을 해야 한다.

김 전 사장은 제주방송에서 광고영업과 신사업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영업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자신의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해 업무에 도움을 준다는 것. 임금은 월 500~600만원 정도 받으며 광고영업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

한 지역민방 관계자는 “서울에서 높은 자리에 있었는 방송계 인사를 지역방송에서 고문으로 데려다 광고 영업 등에 활용하곤 한다”고 말했다. 제주민방 관계자는 “김 전 사장이 경영, 노무관계, 방송 등에 영향력을 미치는 역할을 하진 않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2013년 방문진에서 해임당할 당시 김재철 전 MBC 사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하지만 그 대상이 김 전 사장이라는 점에서 내부 여론은 좋지 않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제주방송지부(부현일)는 8일 오전 임시 노조총회를 열고 김 전 사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제주방송지부는 “무능한 경영능력과 학살에 가까운 노조탄압을 자행해 온 그가 JIBS에 발을 들여놓으려 한다”면서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당신은 스스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방송지부는 또한 “경영악화를 이유로 MBC 김재철 전 사장을 광고영업 및 신사업을 담당할 상임고문으로 내정했다.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 전 사장은 이명박 정권 당시 MBC 사장으로 취임한 후 대표적 시사프로그램인 을 탄압하는 등 MBC를 친정권 방송으로 전락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2년 낙하산 사장 반대 및 공정방송 회복을 위한 170일 최장기 MBC 파업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김 전 사장은 이 과정에서 노조 집행부·기자·PD 등 8명을 해고하고 노조에 195억이라는 천문학적 숫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했다. 

이듬해인 2013년 김 전 사장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서 해임됐지만 MBC의 추락한 공공성·공정성·신뢰성 등은 현재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MBC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2013년 KI시청자평가조사보고서에서 흥미성과 창의성을 제외하고는 다양성·신뢰성·유익성·공정성·공익성 등 5개 항목에서 KBS1·KBS2·SBS보다 모두 낮은 점수를 받았다.

제주방송지부는 “MBC에서의 파행경영으로 이사회에서 맨발로 쫓겨나고, 정치판에서도 개망신을 당하며 언론사회는 물론 정치계에서도 쓰레기로 낙인찍힌 그를 JIBS 상임고문으로 받아들인다면 우리가 12년 동안 어렵게 쌓아 온 도민의 방송으로서의 자존심과 위상 또한 하루아침에 쓰레기가 될 것은 자명하다. JIBS가 쓰레기 재처리 공장인가”라고 경영진을 비판했다.

제주방송 측에 여러 번 연락해 김 전 사장의 영입에 대한 입장을 확인해보려고 했으나 들을 수 없었다. 제주방송 경영지원국 관계자는 “국장님이 ‘공식적으로 나오게 알게 된다’고 말했고 별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김 전 사장은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남 사천시장직에 출사표를 던지며 새누리당에 입당해 언론계의 반발을 샀다. 그 뒤 새누리당 사천시장 후보 경선에서 96표를 받아 꼴등으로 탈락해 정계 진출의 꿈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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